해프닝 #1 계가
두 대국자 옥집을 집으로 착각
A에 두면 무려 28개의 백돌이 죽는다. 그러나 흑을 쥔 김윤영 초단(사진 오른쪽)은 물론이고 백의 안관욱 8단도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계가를했다. A의 곳은 그 바람에 백 집으로 계산됐다.
해프닝 #2 비디오 분석
계가 실수 발견 … 승패 번복 안 돼
인터넷으로 기보를 다시 보며 계가해 보니 과연 흑이 반 집 이겼다. 어찌된 일인가.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 보며 비밀이 밝혀졌다. <기보> A의 곳은 옥집이다. 무려 28개의 돌이 단수로 몰려 있는 상태다. 뒤에 언급한 왕리청 9단처럼 김윤영 역시 빵 따내도 그만이다. 한데 두 기사는 모두 이 사실을 모른 채 계가했다. 비디오 테이프에서 김윤영은 세 번째 사석으로 빠르게 이곳을 메우고 있었다. 바둑TV는 승자 인터뷰를 취소하고 이 사실을 한국기원에 통보한 뒤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하나 책 한 권에 달하는 바둑 규정집에도 이런 상황에 대한 것은 없다. 사무총장이 긴급 의견을 모은 결과 “상대가 반칙 시 즉각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용해 “이미 결정 난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기보>
해프닝 #3 기권
‘반 집 승’ 안관욱 신사도 발휘
3연승을 올린 안관욱은 그 뒤 김혜민 4단과의 대국도 이겨 4연승을 올렸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인터넷은 뜨겁게 달궈졌다. “거짓 승리다. 세상이 두 쪽 나도 바둑만큼은 정도로 가야 한다” “옥집도 모른 김윤영의 자살골. 아시안게임 대표인데 걱정이다” 등등.
안관욱 8단은 바둑계의 잘 알려진 ‘신사’다. 고민하던 그는 결국 “한국기원의 결정이 합리적이라 해도 내용상으로는 내가 반 집을 진 것이다. 더 이상 대국하기 힘들다”며 1일 예정이던 루이나이웨이 9단과의 대국을 포기했다. 안관욱의 기권으로 시니어는 최규병 9단과 조훈현 9단, 여류는 루이나이웨이, 조혜연 8단, 박지은 9단 3명이 남아 있다. 1일 대국은 루이 9단 대 최규병 9단의 대국으로 치러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해프닝 사례=류시훈 9단은 ‘기성’을 눈앞에 두고 흥분했다. 공배를 메우던 중 단수가 되었는데도 몰랐다. 상대 왕리청 9단이 빵 따내자 기겁했지만 이미 승부는 났다. 4억원이 넘는 상금도 날아갔다. 조훈현 9단은 큰 패싸움 도중 갑자기 착각해 엉뚱한 반 집짜리 패를 따내며 패배했다. 조치훈 9단은 명인전 도전기에서 패싸움 도중 자신이 패를 딸 차례가 아닌데 따냈다. 당연히 반칙 패를 당해야 하지만 그는 기록자에게 내 차례인가를 확인했기에 무승부가 선언됐다. 이외에도 착수 직후 돌을 옮겨 비디오를 통해 손이 떨어졌나를 확인한 뒤 승패가 결정된 경우 등 수많은 해프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