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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140> 저축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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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내 돈을 어디에 맡길까 고민하면서 ‘금리쇼핑’을 하다 보면 솔깃한 예금상품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저축은행 예금이죠.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주면서 5000만원까지는 원리금이 보장되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최근 저축은행 부실이 도를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무작정 돈을 맡기기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최근 햇살론과 관련해서도 지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맡겨놓은 내 돈은 안전한지, 올바른 저축은행 선택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시죠.

권희진 기자

‘상호신용금고’서 ‘저축은행’으로 … 총자산 83조

저축은행은 지역을 거점으로 서민들에게 예금과 대출 업무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다. 1972년 8·3 긴급경제조치에 따른 사금융 양성화 방안으로 ‘상호신용금고법’이 제정되면서 등장했다. 당시 시중은행의 대출이 주로 우선육성부문 산업에 집중되다 보니 서민이나 중소기업은 돈 빌릴 곳이 없었다. 일종의 계를 운영하는 업체인 무진회사나 서민금고가 돈을 빌려 주기는 했지만 영세하고 경영상태도 부실해 망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거래자의 피해가 빈발하고 금융질서가 문란해지자 정부는 이들 기관을 규제할 법을 만들게 됐다. 이로써 기존 무진회사나 서민금고가 제도권 상호신용금고(현 저축은행)로 등록됐다.

출범 초기 등록한 저축은행은 350개에 달했다. 이후 부실업체가 통폐합되는 등 정리를 거쳐 수가 줄었다. 특히 97년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지방 중소기업 부도가 확산하자 저축은행도 부실화를 피할 수 없었다. 상당수 저축은행이 퇴출 또는 합병돼 당시 231개였던 저축은행은 2000년 147개로 급격히 줄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105개 업체가 영업 중이다. 2009년 12월 말 현재 전체 저축은행 357개 점포에서 취급한 예금은 73조원이며 대출은 64조원에 이른다. 총 자산은 83조원이며 거래자 수는 491만 명에 달한다.

잇단 게이트로 떨어진 이미지 회복 위해 명칭 바꿔

[일러스트=강일구]

저축은행의 원래 명칭은 ‘상호신용금고’였다. 2001년 3월 상호신용금고법이 개정되면서 2002년부터는 ‘상호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또 올해 2월 단축 명칭 사용이 허용되면서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됐다. 명칭이 변화된 배경에는 저축은행 업계의 감추고 싶은 역사가 있다. 2000년 10월 한국디지털라인 정현준 사장이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과 함께 금고 돈 수백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인과 금융감독원, 검찰 간부도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파장이 컸다. 또 2000년 11월에는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열린금고·한스종금 등에서 2300여억원을 불법대출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연이어 터진 게이트 사건으로 당시 상호신용금고들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업계는 자구노력을 통해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명칭을 변경해 추락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름이 바뀌면서 저축은행에 대한 법의 감시는 더욱 강화됐다. 사외이사·준법감시인 제도가 추가됐고 회사 내 감사위원회가 도입됐다. 소액주주권 행사 요건이 완화됐다. 이와 함께 업무 범위는 더 넓어졌다. 과거에는 상호부금이나 일반 수신 업무에 머물렀지만 명칭 변경과 함께 은행에서만 제공되던 금융결제원 업무를 취급하게 됐다. 예를 들어 타행환 업무나 자동화기기를 통한 현금 인출·이체 업무가 가능해졌다. 지로 업무도 추가됐다. 지금은 환전 업무·주식 납입금 수납대행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향후 펀드·신탁 업무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보다 예금금리 높지만 부실채권 비율도 높아

업무 영역이 시중은행과 비슷해지면서 이제는 은행이 저축은행의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저축은행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은행보다 금리나 서비스 등에서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취한 방법은 예금 금리를 은행보다 높게 제공하는 것이다. 3일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5~4.05%다. 이에 비해 저축은행은 평균 연 4.26%에 최고 연 4.6%의 금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은행과 비교하면 평균 약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이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은행에 비해 안전성이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2009년 말 기준 자기자본이 100억~2500억원에 불과하다. 수조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보유한 은행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더욱이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대출에 있어 덜 까다롭다.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한 업체들도 저축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대출채권 부실 비율도 높다. 올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9.1%로 은행의 1.94%보다 크게 높다.

저축은행이 은행보다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예금자들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예금자보호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경영 악화로 파산하면 돈을 맡겨둔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95년부터 예금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98년부터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예금은 해당 기관이 파산할 경우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단 원리금이 5000만원 이하라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경영 악화로 예금 지급이 불가능하거나 금융당국이 예금지급 정지명령을 내려도 예금이 바로 지급되지는 않는다. 금융당국이 해당 저축은행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조사를 마친 후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비로소 예금이 지급된다. 이 때문에 보통 2~3개월 동안 예금이 묶이게 된다. 또 예금을 들 당시의 금리만큼 이자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에서 예금자에게 제시한 금리가 아니라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를 감안한 이자만큼만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호금액 5000만원은 예금의 종류별 또는 지점별 보호 금액이 아니라 동일한 금융회사 내에서 예금자 1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총 금액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9%, 신용대출 금리 20% 넘어

은행에 예금을 할 때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거래하려는 저축은행이 있다면 재무제표를 꼭 챙겨 봐야 한다. 그러나 복잡한 재무제표를 읽으면서 어느 저축은행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곳인지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럴 때 기준이 되는 것이 ‘8·8클럽’이다. 8·8클럽이란 금융당국이 제시한 우량 저축은행 판별법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 이하’ 여신비율 8% 이하 등 2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을 말한다.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만큼 대출금리도 높은 편이다. 8월 28일 현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 신용대출은 연 5~14% 정도다. 이에 비해 저축은행은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9% 이상, 신용대출 금리는 연 20%대에 이른다.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높은 금리는 최근 캐피털사·대부업체의 고금리와 함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신용대출을 하는 솔로몬·HK·현대스위스 등 대형 3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는 7월까지만 해도 연 44%에 육박했다. 대부업 최고 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서민금융에 주력해야 할 저축은행들이 2003년 가계신용 위기 이후 서민 신용대출을 기피하고 막대한 양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취급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총액은 12조5000억원이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부실해질 것으로 우려된 채권만 3조9000여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채권을 매입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잘못된 대출로 인해 저축은행은 6월 말 현재 총 47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서민대출 적어 비판 일자 금리 8~13% ‘햇살론’ 선봬

저축은행의 서민 대출 기피와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이미지 회복을 위해 최근 주력하는 업무가 ‘햇살론’ 대출이다. 햇살론은 7월 26일 출시된 서민 전용 대출상품이다. 정부가 1조원,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이 8000억원, 저축은행이 2000억원을 출연해 총 2조원의 보증재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저소득·저신용 서민에게 5년간 10조원이 대출된다. 대출금리는 8~13% 정도다. 저축은행은 이번 기회를 통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재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출 실적은 9월 3일 현재 4075건에 323억원이다.

신용대출 금리를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달 3일 신용대출상품 ‘와이즈론’의 최고 금리를 연 42%에서 연 37%로 낮췄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존 최고 금리 연 39.8%의 ‘알프스론’을 대체할 상한금리 연 28.8%의 ‘알프스 스피드론’을 출시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외에도 향후 105개 업체의 대출금리를 인터넷에서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해 금리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무리한 PF대출 쏟아내 부실 위기
저축은행에 공적자금 2조8000억

지난 6월25일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실태조사가 발표되자 금융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부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2009년 12월 말 현재 기준으로 91개 저축은행이 한 PF대출 12조5000억원을 평가했다. 대출을 해준 사업장은 714개다. 이 결과 사업 악화가 우려되는 사업장이 289개에 이르렀다. 전체의 40.5%다. 대출액으로는 3조9000억원에 이른다.

‘악화 우려’ 사업장이란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으면서 사업성이 미흡하거나 사업 추진이 곤란한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말한다. 그나마 사업 진행상황과 사업성이 모두 양호한 사업장은 177개(대출액 3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일부 사업 진행에 문제가 있으나 사업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은 248개(대출액 5조3000억원)였다.

부실 PF채권 문제가 불거지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저축은행들이 2003년 이후 부동산 경기 호조에 힘입어 PF대출을 크게 늘려왔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민신용대출은 기피해 왔다. 부동산 분야에 대출이 쏠린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저축은행은 대규모 부실을 피할 수 없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여러 저축은행이 무너질 상황에 이르자 금융당국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총 2조8000억원의 구조조정기금으로 부실 우려가 제기된 63개 저축은행의 3조8000억원어치 PF채권을 사들였다. 저축은행은 이에 대한 대가로 7월 30일까지 금감원과 경영개선협약을 맺었다.

일단 공적자금 투입으로 급한 불을 끈 상태지만 저축은행의 부실 PF채권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실 PF 채권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저축은행들이 PF대출 이외에 뚜렷한 수익성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통해 구제를 해주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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