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탈북한 문기남 전 북한 대표팀 감독

중앙일보

입력 2005.02.11 18:46

업데이트 2005.02.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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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탈북 축구인이 국내 대학팀을 지도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가 2003년 탈북해 지난해 국내에 정착한 문기남(57.사진)씨를 감독으로 영입한 것이다. 문 감독은 11일 울산대 정정길 총장으로부터 사령장을 받았다.

울산대는 지난해 전국체전과 대학선수권에서 우승한 강호로, 이상철 전 감독이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김종건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왔다.

문 감독은 1991년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포르투갈)에서 북한 측의 코치로 활약했으며, 94년 스웨덴 여자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2000년 아시안컵 때 북한 대표팀의 감독을 맡았었다.

북조선축구연맹 경기처 상급부원으로 활동하던 문 감독은 2003년 8월 탈북,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대사관을 거쳐 지난해 1월 30일 부인 등 자녀 4명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문 감독 일가에게 남쪽 생활은 쉽지 않았다. 명색이 대표팀 감독 출신임에도 그를 선뜻 지도자로 영입하겠다는 팀은 나오지 않았다. 북에서 축구 선수를 했던 막내아들(경근.23)도 프로축구 성남 일화에서 테스트를 받았지만 적응하지 못해 나오고 말았다.

힘든 상황에서 남쪽 축구인들이 그를 도왔다. 91년 청소년대회 때 코치로 만나 의형제를 맺은 최만희 수원 삼성 2군감독이 앞장섰고, 북에 아버지를 두고 온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이 뒤에서 지원했다.

문 감독은 "첫 지도자 생활을 강팀에서 하게 돼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지도자의 꿈을 이룬 만큼 평생 경험한 축구기술을 학생 선수들에게 잘 가르쳐 팀의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영재 기자,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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