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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 태양風이 몰아쳐 지구 ‘大정전’ 주의 바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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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상공에 오로라가 나타났다. 오로라는 태양에서방출된 플라스마가 극지방 대기 상층부에서 공기분자와 반응해 일어나는 방전현상이다. 오로라 아래쪽에 여전히 검은색 연기를 뿜어내는 화산의 모습이 보인다.

6월 1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3년 초강력 우주폭풍이 엄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태양에 강력한 플레어가 발생해 우주폭풍이 발생한다는 것. 이 우주폭풍은 지구를 덮쳐 가공할 만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가 NASA의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대체 우주폭풍(태양풍)이 무엇이기에 이렇듯 엄청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태양은 끊임없이 태양풍을 내뿜으며 지구는 물론 멀리 명왕성 너머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하(물체가 띠고 있는 정전기의 양)가 강한 입자들의 바람이다. 다시 말해 태양의 중력을 탈출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와 양성자가 태양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이 바로 태양풍이다. 태양풍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400억 배와 맞먹는 위력을 지닌다. 이러한 태양풍은 태양 폭발에 의해 발생한다.

공포의 우주폭풍 오나? #원폭 400억 배의 바람… 궤도 위성 마비, 전자제품 타격 #NASA에서 경고 “1859년·1989년에 전신망·송전시설 마비”

태양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폭발 현상에는 ‘태양 플레어(solar flare)’와 ‘코로나 물질 방출(Coronal Mass Ejection)’이 있다. 대체로 강력한 태양 폭발은 플레어와 코로나(이온화된 고온의 가스로 구성된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영역) 방출이 동시에 발생한다.

총알 속도의 450배로 쏟아내는 태양풍

태양 플레어는 태양 내부의 자기장에 축적된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는 현상이다. 플레어가 일어나면 수소폭탄 100만 개가 폭발하는 것과 같은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와 함께 엄청난 양의 자외선, X선 같은 강한 에너지의 빛(전자기파)을 방출한다. 태양 플레어는 서로 반대 방향의 자기력선이 만나서 일어나는 폭발 현상이다. 이는 양극과 음극 전기의 합선에 의해 스파크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비슷하다. 플레어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8분19초 정도 걸린다.

코로나 물질 방출은 수십억 메가톤급의 핵폭발을 동반한다. 이것은 태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발로 하루에 대여섯 번씩 발생해 100억t 가량의 가스를 분출한다. 헬멧 모양의 코로나 빛에서 나오는 느린 태양풍과 코로나 구멍에서 직접 나오는 빠른 태양풍이 상호작용하기도 하고 서로 부딪히기도 하면서 다양한 기류를 형성한다.빨리 움직이는 기류가 천천히 움직이는 기류를 따라잡으면 기류에 섞여 있던 물질들이 충돌하게 된다. 이 충돌로 충격파가 생성되면서 태양풍 내의 입자가 빠른 속도로 가속된다. 전기를 띤 파편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 하전입자들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2~3일이 걸린다.태양풍의 속도는 편차가 심하다. 코로나 내부의 상태에 따라 시속 300~800km의 속도로 분다. 지구 주변에 도달했을 때의 평균속도는 초속 450km다. 이는 총알 속도의 450배에 해당하는 빠르기다. 이처럼 우주에서 늘 태양풍이 불어대면서 엄청난 양의 전자와 양성자가 거의 빛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발사되고, 초신성이나 블랙홀주변에서 우주방사선이 끊임없이 날아든다.

그럼에도 평소에 인류가 별 문제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지구자기장이 그것을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에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다른 것 못지않게 중요한 구성요소가 바로 지구자기장이다. 흔히 줄여서 지자기로 불리는 지구자기장은 그래서 지구의 ‘투명 방패’다. 지구가 태어난 이래 우주에서 쏟아지는 변덕스러운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 맞서 지구를 보호하는 든든한 바람막이인 것이다.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인이 방사선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는 안전한 것 또한 지구자기장이 방사선이라는 비를 막아주는 우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는 안쪽에서부터 내핵, 외핵, 맨틀 그리고 가장 바깥의 지각까지 순서대로 쌓여 있다. 이 중 지구자기장의 모체는 3000~5000km 사이에 있는 외핵이다. 외핵은 내핵과 달리 액체 상태의 유체다. 내핵이 ‘철덩어리’라면 외핵은 ‘철물’로 비유할 수 있다. 지구자기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외핵의 유체운동 때문이다. 외핵이 지구의 ‘발전기’ 역할을 해 지구자기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외핵 내부에서 위아래 온도와 밀도 차이로 대류운동이 일어나 유체가 움직이게 되면 유체의 역학적 에너지가 전기로 바뀌어 전류가 만들어지고, 이 전류의 흐름으로 지구자기장이 생긴다.그러나 초강력 태양풍이 엄습하면 지구자기장은 더 이상보호 역할을 하지 못해 입자가 지구자기장을 교란시키며 지구 주변에 쏟아진다. 바로 2013년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강력한 태양풍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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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표면 지도 작성을 위한 자료수집활동을 벌이고 있는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가 달의 남극과 북극 표면에서 얼음 형태의 물을 발견했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 관리들이 밝혔다. 사진은 달의 북극 표면.


11년 태양 주기와 22년 헤일 주기 겹쳐 최고조

태양은 얌전하게 빛만 내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구와 1억5000만km나 떨어져 있는 태양이지만 지름이 지구 109배에 달하고 질량은 33만배나 되어 그 영향력이 태양계 전체에 미친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는 태양이 수소핵융합으로 생산하는 에너지의 티끌만큼도 안 된다.

평소 인간에게는 고마운 태양이지만 때로는 심술을 부린다. 11년을 주기로 폭발을 일으켜 강한 태양풍과 고에너지 입자들을 뿜어내는 바람에 지구에 고통을 준다. 태양표면에서는 여러 가지 활동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수 초만에 발생해 사라지는 것에서 수 일에 걸쳐 일어나는 것까지 다양하다. 특히 태양은 11년을 주기로 심한 변화를겪는데, 태양 활동이 11년을 주기로 왕성해졌다가 조용해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태양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태양 흑점의 개수다. 태양 흑점이 많은 시기를 태양 활동 극대기, 흑점 개수가 적은 시기를 극소기라고 한다. 보통 태양은 11년 주기로 흑점의 수가 증가하고 감소한다. 그런데 11년 주기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흑점주기와 태양 폭발의 주기가 대략 일치한다. 이를 태양 주기라고 한다.
태양 주기의 최고점에서는 더 많은 플레어를 일으키고 코로나 물질 방출도 심해진다. 태양 플레어는 태양의 활동기에는 하루에 몇 번씩 일어나지만 비활동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이는 흑점 수가 많아지면 태양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의미와 같다. 플레어와 코로나 물질 방출 현상은 주로 큰 흑점 주위에서 일어난다. 흑점 가운데 큰 것은 안개가 짙게 낀 날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다. 흑점의 온도는 약 4000K(절대온도)로 주변의 온도(5800K)보다 상당히 낮다. 흑점이 검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변보다 온도가 낮은 이유는 강한 지구자기장이 물질의 대류 순환을 방해해 열전달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태양 활동 극소기(11년 주기 가운데 가장 조용한시기)는 2008년이다. 당시 과학자들이 태양을 주목했을때 흑점이 10개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이는 100년 만에 흑점 수가 가장 적은 수준이다. 그리고 2009년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유별나게 조용한 상태에 놓여 있다. 태양풍이 약했던 1995년보다 바람 세기가 75%, 태양 온도도 80% 수준이다. 태양풍이 약해지면 그만큼 태양풍을 막아낼 보호막도 줄어들어 달이나 그보다 먼 여행이 좋지 않은 환경에 놓임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2013년에 반전될 것으로 예측한다. 2013년이 되면 태양 주기가 최고점에 달해 태양의 깊은 잠이 풀리면서 강력한 플레어가 발생해 태양풍이 발생할 것이라고 NASA의 태양권물리학부 담당책임자인 리처드 피셔 박사는 설명한다.
더구나 2013년에는 22년 주기로 일어나는 태양의 자기장 변화와 맞물린다. 헤일 주기(Hale Cycle)라 불리는 이변화 기간 중 태양 양극(양극과 음극)의 자기장이 서로 뒤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때는 태양의 전자기적 에너지가 최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태양 주기의 최고점과 헤일 주기가 겹치면서 전례 없이 강력한 태양풍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NASA의 예측이다.

2013년 이전에는 당분간 태양 활동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과학자 사이에서는 이것이 지구온난화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양 흑점이 적어져 태양계의 자기장이 약해지면 태양풍에 실려 우주에서 지구대기권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우주방사선 입자의 개수가 많아진다. 이때 입자가 구름의 형성을 촉진해 저층 구름이 많아진다. 결국 구름이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 온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흑점이 발달하지 못했던 1645년부터 1715년에 걸친 7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떨어져 한랭기가 나타난 적이 있다. 이 기간을 ‘마운더 극소기’라고 부르는데, 유럽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소빙하기와 시간적으로 일치한다

태양 활동이 활발할수록 오로라도 빈번해져

태양풍은 오로라도 만든다. 한쪽 하늘에서 시작해 반대쪽 하늘까지 걸쳐 하늘 전체를 두르는 거대한 커튼처럼 보이는 오로라, 붉은색·녹색 또는 자주색을 띠는 오로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커튼이 바람에 휘날리듯 오로라의 모습도 변화무쌍하다. 있다가도 없어지고 갑자기 다시 나타나는가 하면, 갑자기 밝아지며 불꽃이 타오르 듯 출렁인다. 그래서인가. 어느 문화권에서는 신비로운 오로라를 보고 왕조가 탄생하거나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는 징조라고 믿기도 했다. 때로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라고도 여겼다.그러나 이제 오로라는 더 이상 미스터리가 아니다. 현대 과학이 오로라의 신비를 벗기고 있기 때문이다. 색색의 커튼·활 모양, 섬광과 같은 번쩍임 등 모양도 각양각색인 이 놀라운 광경은 어떻게 나타날까?

지구자기장은 우주 밖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로부터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호해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 아이러니하게도 극지방 근처에서 아름다운 장관을 선사하는 오로라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쏟아지는 전자와 이온, 양성자가 태양풍을 타고 지구 주변에 왔다가 그 중 일부가 지구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들어올 때 공기 분자와 부딪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이다. 그래서 태양 활동이 활발할수록 오로라도 크고 빈번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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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우주의 신비 중 하나인 태양풍이 부는 모습을 공개했다. 네모 속 확대사진에서 붉은 부분은 태양 표면에 있는 벌집 모양의 자기장에서 부는 초음속 태양풍의 궤적.


오로라의 원동력은 태양풍이 지구자기장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거대한 발전기를 만드는 데 있다. 여기에서 발생한 전기는 1조W 정도로 오로라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자기권에서 발생한 전류는 지구전리층(지구 상공 80~800km)까지 전진해 거기에 있는 원자나 분자(산소·질소 등) 또는 그들의 이온과 충돌하는 것이다. 대기에 들어온 전자와 양성자가 산소 원자와 부딪히면 초록색 또는 빨간색 빛이, 질소분자 이온과 충돌하면 파란색 빛이 난다.

오로라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아폴로의 누이동생인 여명의 여신 ‘아우로라(Aurora)’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러나 오로라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공식명칭을 하나 더 갖게 됐다. 그 하나가 북반구에 나타나는 북극광, 즉 오로라 보레알리스(Aurora Borealis)다.

이것은 ‘여명을 닮은 북녘의 빛’이란 뜻을 지닌다.오로라는 주로 지구의 극지방에서 볼 수 있다. 지구를 자석으로 봤을 때 지구자기장은 양 극지방에서 가장 세므로 전자와 양성자가 자기장이 강한 극지방으로 들어오면서 오로라를 만든다. 이 때문에 극지방에서는 마치 하늘을 수놓는 듯한 빛의 향연이 벌어진다.태양풍이 평온할 때는 오로라의 빛이 어슴푸레하며 움직임이 작다.

그러나 이러한 평온한 상태는 ‘태양 플레어’라는 급격한 태양 폭발로 인해 더욱 현란하고 변화무쌍한 오로라를 넓게 펼쳐나간다. 태양 플레어는 엄청난 양의 태양 입자를 초속 1500km로 우주로 뿜어낸다. 격렬한 폭풍이 일어나는 동안 입자들이 북극과 남극 근처 지표까지 이어진 강력한 자기력선을 따라 여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남·북극에 각각 4023km에 달하는 다채로운 빛의 띠를 만들어내 며칠 동안 지속된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남극과 북극의 자기장 세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오로라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과 북극에서 대칭적인 형태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생각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노르웨이 베르겐대학의 연구진은 두 개의 인공위성이 양극지방에 나타난 오로라를 동시에 촬영한 자료를 토대로 연구했는데, 남극과 북극에서 나타나는 오로라가 대칭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얼핏 보면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꽤 다르다.오로라는 태양풍과 관련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1년내내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로라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때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까지 새벽 1시쯤이다. 보통 오로라는 100~400km 고도의 상층 대기권에 생긴다. 이보다 낮은 대기 중에 구름이 끼었거나 불빛 때문에 하늘이 밝으면 오로라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지상에 있는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오로라가 자주 관측되는 지역의 밤하늘이 유독 어둡고 날씨가 맑은 이유다.

극지방에서는 오색찬란한 오로라의 아름다움이 사람의 넋을 빼놓지만, 태양계에서는 토성의 환상적인 고리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다. 이 고리 때문에 태양계의 인기순위 1위는 단연 토성이다. 그런데 이렇듯 아름다운 토성의 고리가 태양풍이나 태양빛에 의해 사라지기도 한다. 고리 물질 가운데 작은 입자들은 태양풍에 휩쓸려 빠져 나가고, 휘발성이나 얼음 성분을 가진 입자들은 태양빛을 받으며 1000만 년 이상 서서히 증발된다는 사실이밝혀졌다. 과학자들에 의해 지구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는 셈이다.

오로라는 아름다운 천사의 얼굴만 가진 것이 아니다. 오로라는 지구자기장과 태양풍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자연현상이지만 위성통신과 지구방위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관련 분야의 과학자들에게는 심술꾸러기 대접을 받는다.
태양 플레어가 일어난 2~3일 후 오로라와 함께 지구자기권에 전달된 엄청난 에너지는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의 운행을 방해하고 전파를 이용한 통신에 영향을 미친다. 태양풍에 실려 온 입자들이 지구자기장을 교란해 무선통신을 마비시킨다. 태양풍의 간섭이 심할 경우 지구의 전력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뉴욕 대정전과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은 지난날의 태양풍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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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코로나 물질 방출.대표적인 태양의 폭발현상으로 하얗게 빛나는 부분이다.


인공위성 운행 방해하고 통신 교란시키기도

예를 들어 1859년 8월 28일부터 9월 3일 사이의 태양 활동 극대기 때에는 인간이 관측한 이래 가장 강력한 태양풍이 발생했다. 이때 발생한 태양 플레어는 아름다운 오로라를 선사했지만 그 여파로 당시 22만5000㎞에 달하는 전 세계의 전신망이 마비됐다.

또 1989년 3월에 발생한 강력한 태양풍은 캐나다 퀘벡주전역의 송전시설에 영향을 미쳐 약 2만MW(메가와트)의 전력 손실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600만 명의 주민이 9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쓰인 보수비만 수백만 달러가 넘었다.

1997년 1월에는 태양에서 대규모로 쏟아져 나온 물질 때문에 미국 AT&T사의 통신위성 텔스타401호의 회로가 단절돼 수명이 9년이나 단축됐고, 2003년 10월에는 극심한 태양 활동과 우주 환경 변화가 NASA의 화성탐사선 오디세이의 복사측정 장비를 고장냈고, 일본의 화성탐사선 노조미의 위성체에 손상을 입혔다.

태양풍으로 인한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NASA는 최초의 태양관측 위성 ‘궤도태양관측선(OSO)’을 8대 발사해 1962년부터 1975년까지 13년 동안 태양의 큰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측한 바 있다. 1973년에는 유인 우주실험실 스카이랩에 태양망원경을 설치해 수 개월 이상 태양을 관측하기도 했다. 1980년에는 태양의 활동 극대기에 맞춰 솔라맥스 위성을 발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위성은 궤도에서 고장이 나 우주를 떠돌았다. 그러다가 1984년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우주비행사들에 의해 우주 수리를 받은 후에야 1989년까지 태양을 관측할 수 있었다.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태양에 근접한 최초의 탐사선은 독일에서 만들고 미국이 발사한 헬리오스다. 헬리오스는 1976년 태양에 수성보다 더 가까운4338만km까지 접근해 태양자기장, 태양풍, 플라스마, 미소물질, 태양 표면의 X선 등을 관측했다. 이 외에도 러시아·일본 등이 1980년대까지 20여 대의 태양탐사선을 발사했다.
각종 통신시스템은 전하를 띤 입자들에 특히 ‘감수성’이 예민해 취약하다. 이 입자들은 무선전송상의 단순한 고장을 유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감한 전자부품에까지 부딪쳐 고장을 일으킴으로써 인공위성은 물론 심지어 텔레비전과 같은 위성통신서비스 전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곤 한다.

만일 2013년에 이런 태양풍이 다시 온다면 현재 활동중인 300여 개의 각종 정지궤도위성 가운데 노후한 수십 개는 작동이 멈출 것이고, 나머지는 수명이 5~10년씩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로 인한 위성수익 손실이 약 300억 달러, 경제파급효과까지 합치면7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병원 장비나 은행 서버, 항공기와 공항관제시스템, 방송기기, 철도통제시스템 등은 물론 개인용 컴퓨터·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 등 전자제품이 모조리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태양풍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태양탐사선을 발사하고 있지만, 언제 어느 지역에 얼마나 큰 규모의 태양풍이 불어와 해를 입힐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NASA에서는 종이를 큰 우산처럼 펼쳐 태양풍으로부터 인공위성을 보호하는 종이로봇을 연구 중이다. 종이가 떨리는 원인은 종이 내부에서의 전하 움직임이 힘으로 바뀌는 현상 때문이다. 이런 성질을 가진 종이에 고주파 신호를 전기로 바꾸는 회로와 얇은 안테나를 덧붙이면 ‘종이로봇’이 만들어진다. 벌레처럼 기어 다니는 종이로 봇은 곧 등장할 전망이다. 다른 나라들도 2013년의 태양풍 피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급격한 태양 활동으로 인한 태양풍은 사회 전반과 국가 안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위험을 미리 알리고 대비하는 예·경보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우주 날씨가 중요한 이유

“오늘과 내일은 강력한 지구자기장 폭풍이 나타나게 될 것이 예견되므로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특별히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랍니다.”북한 조선중앙방송의 일기예보다. 일기예보에 지구자기장 예보가 포함된 것도 신기하고, 지구자기장 폭풍과 건강을 연결시킨 것도 흥미롭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일기예보다. 코로나 물질 방출이 지구자기권과 충돌하면 순간적으로 지구자기장이 뒤흔들리면서 지구자기장 폭풍을 일으키기도 하고, 지구 상층 대기권에까지 도달하면서 오로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우주 날씨(space weather)’라고 한다.

태양풍 등은 지구 대기에 막혀 지상에서 관측이 불가능하다. 대기권 안의 구름이나 바람을 관찰해 지상의 환경변화를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날씨 예보라면, 대기권밖 우주 환경의 변화를 알려주는 것은 우주 날씨다. 태양 폭발과 같은 우주 환경의 변화나 지구자기장의 변화를 미리 알 수 있다면 피해가 훨씬 줄어들 것임은 자명하다. 날씨 예보를 듣고 우산을 준비하거나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는 것처럼.
지금까지 우주 날씨를 측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태양풍이었다. 그러나 태양풍만으로 변덕스러운 우주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응용 물리연구소의 패트릭 네웰 박사는 우주 날씨는 태양풍의 강약에 의해서만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있는 자기장의 영향도 받는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공위성이 측정한 오로라와 태양풍의 강약, 지구의 자기장 값을 분석하고 NASA의 우주선인 ‘폴라스페이스크래프트’가 찍은 오로라의 활동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와 태양 사이의 자기력선 비율이 많고 적음에 따라 우주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이 자료를 토대로 지구와 태양 사이의 자기력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할 공식을 얻었다”며 “이 공식은 오로라의 모습뿐만 아니라 우주 날씨를 예측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밝혔다.


우주 날씨는 정확한 예보가 필수다. 지구 주변의 우주 공간에는 기상 예보나 과학 실험을 위한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위성방송이나 항법장치(GPS)를 위한 인공위성들이 많이 떠 있다. 우주 날씨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위성들이 우주 날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지구자기장 폭풍으로 인해 위성이 순간적으로 궤도를 이탈할 수도 있다. 또한 항법장치의 신호는 태양 폭발로 인해 상층 대기에 급격한 밀도 변화가 있을 때, 측정되는 위치에 큰 오차를 나타낸다. 일반인들은 우주 날씨는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우주비행사들에게 해당될 뿐 자신들과는 무관한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태양에서 방출되는 입자의 대부분은 전기적 성질을 띤 전자·양성자·이온들이다.

이와 같은 고에너지 입자에 노출되면 인체도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외에도 지구자기장을 이용하는 지질 탐사에도 우주 날씨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주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서 전 세계 위성을 감시하고 있지만, 강한 태양 폭발이 발생할 때는 많은 위성의 궤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더라도 불가항력적인 우주 날씨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미리 알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급격한 태양 폭발이 일어날 경우 인공위성 운영을 잠시 정지시키거나 통신 주파수를 바꾸는 등 미리 대책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2013년의 태양풍에 대비해 우주 기상예보 체계도 완성할 예정이다. 우주 날씨를 정확히 예보하기 위해서는 우주 날씨 예보센터가 중요하다. 머지않아 우주탐사나 우주여행이 빈번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 우주 날씨 예보센터가 없다는 것은 여름철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을 때 기상청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우주 날씨가 막연히 두려워할 대상은 아니다.
일기예보처럼 익숙해지면 우주 날씨 역시 인류가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자연현상이기 때문이다.

태양풍이 달 표면의 물 생성시켰다?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 사건은 감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감격만큼이나 의구심도 커졌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달 착륙을 거짓이라고 믿으며 음모론을 제기한다. 소련에 밀리던 미국이 달 탐사를 조작해 우주개발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음모론은 달 표면에 꽂힌 성조기. 달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바람이 불 리 없는데, 사진 속 성조기는 마치 바람에 날리듯 흔들리고 있어 음모론에 힘을 싣는다. 태양풍도 달 착륙 의문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아폴로 계획이 시행되던 1969년부터 1972년은 태양풍의 강도가 세지는 시기였다는 것이 의문의 꼬리를 문다. 태양 표면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강한 방사선이 방출되는데, 알루미늄으로 만든 우주선이 투과력이 높은 방사선을 어떻게 차단했는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과학계가 밝힌 바에 따르면, 달에서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위협요인은 달 표면에 가득한 방사선이다. 태양에서 태양풍이 불어오면서 엄청난 양의 전자와 원자핵이 거의 빛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발사된다. 그런데 달에는 자기장이 없어 우주 방사선이 곧바로 달 표면에 쏟아진다. 달 표면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은 평소 지구 표면보다 수백 배 많으며, 태양 활동이 격렬할 때에는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우주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악조건의 달 환경이다 보니 사람들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렇듯 한편에서는 달 착륙의 진위를 말하고 있지만,이 시간에도 달을 향한 또 다른 도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위대한 꿈을 실현시키는 가장 상징적인 도전이다. 바로 달에 존재할지도 모를 물을 찾는 것이다.

태양풍은 달 표면의 물과도 연관돼 있다. 지난해 9월 인류는 마침내 달에서 물을 찾아냈다. 인도 최초의 달 탐사위성인 찬드라얀1호와 NASA의 혜성탐사선 딥 임팩트, 미국과 유럽이 공동운용하는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 등 3개의 달 탐사선이 달표면 전역에 걸쳐 물이 존재한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들을 보내온 것이다. 비록 액체 상태로 고여 있는 것이 아닌 표토층에만 국한된 적은 양이지만, 달 전체에서 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행성 과학에서 가장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합적인 달의 물 발견 연구를 이끈 미국 브라운대학의 칼 피터스 박사는 “달의 흙이 마치 애리조나 사막의 흙처럼 메말라 있어 손으로 만져서는 축축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지만, 물 성분이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은 달에 존재하는 물이 자체적으로 나왔을 가능성과 외부에서 공급받았을 가능성 등 여러 가지 가설을 내놓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달 표면 전역에서 발견된 수분이 외부에서 공급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즉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태양풍)에 섞여 있는 양성자(H+)가 달 표면 흙에 부딪히면서 흙 속에 있던 수산기(OH-)와 결합하면서 물이 생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태양에서 날아온 양성자와 흙 속의 수산기가 결합하는 과정을 대규모로 증폭시키면 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또 다른 과학자들은 달 표면의 물은 태양풍이 아니라 대부분 얼음 덩어리로 이뤄진 혜성이 달 표면에 부딪히면서 남긴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태양풍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다. 달에 물이 있다는 사실과 38만4400km에 불과한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덕분에 달이 ‘안성맞춤’ 우주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장기간 체류하기 위한 진정한 안성맞춤의 공간이 되려면 무엇보다 태양풍에 실려 오는 치명적인 방사선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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