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국방백서] 북 '고물'전차 폐기…야포·미사일은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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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4년 만에 내놓은 '2004 국방백서'는 북한의 군사력 변화와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미군 증원 전력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경제 악화로 군사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은 노후화한 무기를 과감히 도태시키고 전쟁에 필요한 야포 등은 증강했다. 미군은 국방 변혁에 따른 해외 미군 재편으로 한반도 증원 전력의 운영개념이 더 유연하게 바뀌었다.

◆ 질 위주로 바뀌는 북한 군사력=북한이 군사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북한군의 전차 100대와 장갑차 200대가 감소했다. 도태된 전차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에 도입된 구 소련제 T-34와 T-54다.

장갑차는 60년대 초반에 들여온 BTR-40 계열이다. 잠수함도 90척 가운데 200t 이하의 노후화한 잠수정 20척을 도태시켰다. 북한군의 전차와 장갑차 등 주요 무기가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낡은 무기를 폐기한 것은 북한의 군사력 운영개념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군 정보기관에 따르면 북한군은 오래된 무기도 가능한 한 없애지 않고 사용해왔다. 구 소련제 무기를 본떠 만든 북한 무기는 구조가 단순해 한국과 미국 등 옛 서방의 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장이 적다. 북한은 아직도 50년대 도입했거나 생산한 미그-15, 17 전투기 수백 대를 운영하고 있다.

전투기 수명이 대개 30년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매우 노후화했다. 그런데 북한군이 노후 무기를 폐기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은 오래된 부속품을 확보하는데 한계에 부딪힌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전기 및 유류 부족으로 지하 군수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군 정보기관의 추정이다.

대신 북한은 중요한 무기는 더 증강하고 있다. 양보다 질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전투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야포를 1000문 더 생산해 일선부대에 배치했다. 보병여단을 9개 줄여 더 큰 규모인 사단 10개로 확대 개편했다.

또 미사일 사단을 통제하는 미사일 지도국을 신설해 미사일 전투력을 강화했다. 사정거리가 4000~1만㎞인 대포동 2호 개발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군은 한국군에 비해 병력은 1.7배, 전차는 1.5배, 야포는 2배를 보유하고 있다.

◆ 미 증원군=북한군의 전면 남침 등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이 미 본토와 하와이.괌.오키나와.일본 등에서 곧바로 투입된다. 부대에 따라 이르면 수시간 내에서 몇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한반도에 증원된다. 미국이 최근 추진 중인 전 세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정책이 진전되면 증원에 걸리는 시간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 육군의 경우 1개 여단은 96시간 내에, 1개 사단은 120시간 안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방백서에 소개된 시차별부대전개제원(TPFDD:Time Phased Forces Deployment Date)이라는 미군의 한반도 증원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유사시 ▶미 해군의 40% 이상 ▶미 공군의 절반 이상 ▶해병대는 70% 이상을 한반도에 투입한다. 숫자로 환산하면 증원될 미군 병력은 69만명이며 함정은 160여척, 전투기 등 항공기는 2000여대 규모다.

미국은 이 밖에도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외교.정치.경제.군사적인 조치가 포함된 150여개 항목의 '신속억제방안'(FDO:Flexible Deterrence Option)과 '전투력 증강'(FMP:Force Module Package) 계획을 갖고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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