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 놀이터 밑에 지뢰 수십 발 있다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 교회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밑에 수십 발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증언해 주고 확인을 해 줘도 정부가 나서질 않아요.” 그는 “낡은 놀이시설을 바꾸고 싶어도 땅을 파다 지뢰가 터질까봐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연천군 노곡리 마을 주민들과 최병하 목사는 “노곡교회 내 어린이 놀이터 땅 1m 아래에 지뢰가 묻혀 있다”며 군 당국에 이를 제거해 줄 것을 호소해 왔다. 군 관계자는 11일 이곳을 방문해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교회 예배가 끝난 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 [프리랜서 신승철]

 최 목사는 “몇 년 전 군이 지뢰 제거 작전을 할 때 우리 놀이터도 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며 “그러나 당시 군 관계자(대령)는 계획지역이 아닐뿐더러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며 묵살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인 11일 이 지역 관할부대 관계자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이 놀이터 현장을 둘러봤다. 군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제거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이 자리에 함께 있던 한나라당 김영우(포천·연천) 의원은 “지뢰 문제는 사전 예방이 필수”라며 “ 정부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본지 탐사기획팀도 지뢰 탐색 장비를 갖춘 전문가와 함께 2개월에 걸친 현장 취재를 하던 중 5발의 지뢰를 직접 발견 했다. 취재팀이 지뢰를 찾아낸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일대는 펜션과 식당들이 있는 지역이다. 또 다른 지역인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도 주민들의 통행이 잦은 논 배수로 인근이다.

지뢰는 휴전선과 가까운 경기·강원도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 우면산, 부산 해운대구 장산, 경남 하동 금오산 등 36곳에 여전히 제거되지 않은 지뢰가 있다. 주로 미군이나 방공부대가 있던 곳이다. 군은 98년부터 2006년까지 이들 지역에 매설됐던 7만5000여 발의 지뢰를 다 제거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는 국방부 측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아직도 3900여 발의 지뢰가 이들 지역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지역엔 현재도 ‘유실 지뢰가 있을 수 있으니 접근을 금지한다’는 푯말이 있다.

대인지뢰금지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조재국 연세대 교수는 “전국에 있는 지뢰지대는 대부분 등산로와 약수터 인근”이라며 “올해처럼 폭우가 쏟아지거나 산사태가 나면 유실된 지뢰가 흘러다니다가 언제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국의 지뢰지대는 경고 푯말이나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며 “이곳을 무단으로 들어가는 일만 없으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우리 주변에 방치된 지뢰 - 전국 지역별 분포도인터랙티브

탐사1·2팀=김시래·진세근·이승녕·강주안·고성표·권근영·남형석 기자, 뉴욕중앙일보 안준용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사진=프리랜서 신승철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