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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가 눈을 뜨고 고른 보물 입양, 이보다 멋진 노래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났다. 한 사람은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이자 글로벌오페라단 단장인 메조소프라노 김수정. 또 한 사람은 고고학자인 고세진 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다. 오페라 가수와 고고학자가 만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입양의 기쁨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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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단장(오른쪽)과 고세진 교수


9월10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의미있는 음학회가 열린다. 바로 입양어린이 합창단 창단 축하음악회다. 행사명은 'Light the candle of hope(아름다운 세상 만들어요')다. 공개입양된 아이들의 노래가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되리라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입양어린이합창단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입양어린이합창단은 2006년 5월 11일 제1회 '입양의 날' 공연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됐다. 당시 공개 입양된 어린이들과 메조소프라노 김수정 단장이 함께 부른 <입양의 노래>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음악 | 세계 최초 입양어린이합창단 창단 공연 - 클래식, 사랑을 만나다 #메조소프라노 김수정단장, 고세진 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 대담 #9월 10일 서울에서 열려.... 세상의 수많은 제이슨 , 수지야, 너희들이 최고란다

그 후 김단장은 입양홍보대사에 위촉돼 국내 입양 홍보를 위한 음악회와 각종 기념식,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김수정 단장은 이 역사적인 합창단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김 단장이 입양된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게 된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입양홍보대사가 된 바르샤바 신데렐라
김단장은 연세대 음대 최초로 작곡가 성악을 동시에 전공한 졸업생이다. 졸업 후 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1995년 안정을 버리고 꿈과 기회를 찾아 폴란드로 갔다. 바르샤바 오페라극장은 오디션을 보러 온 그녀의 재능과 열정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곳에서 동양인 최초의 솔리스트가 된 그녀는 정기공연 <신데렐라>의 주역으로 뽑혔고 극 중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신데렐라가 됐다.
자신을 알아주는 관객이 있고, 현지 음악평론가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녀는 1997년 귀국을 결심했다. 우리 국민 중 1~2%도 안되는 사람만이 오페라를 즐기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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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단장(오른쪽)과 고세진 교수
그녀의 공연 원칙은 철저하게 관객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메조소프라노의 음성이 낮고 널리 퍼지는 것처럼 조용히 그리고 틈틈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그녀가 음악의 위대한 힘을 믿게 된 데는 월드비전 선명회합창단 음악감독인 오빠 김희철교수의 영향도 컸다.

그러던 중 김단장은 사단법인 한국입양홍보회가 주관하는 제1회 '입양의 날'을 맞아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입양 아동들과 함께 공연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당시 <입양의 노래>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애초에 만든 노래 가사는 입양의 축복과 행복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음률이 너무 슬픈 것이 맘에 걸렸다. 그래서 밝고 희망적이고 유쾌함이 느껴지도록 수정을 조언했다.

이 노래는 일반인이 입양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입양홍보대사에 임명됐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망설였다. 자격이 없다며 여러 차례 고사도 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국내 입양이 활성화되고 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입양을 통해 얻는 행복과 기쁨을 전하기 위해 입양 아동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 김 단장은 나눔과돌봄문화재단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며 음악을 통해 다문화가정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세진 교수는 입양어린이합창단과 어떤 인연이 있을까? 고 교수는 현재 입양한 남매를 키우고 있다. 그 중 딸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고수지(15)양이다. 김수정 단장의 초청으로 이번 입양어린이합창단 무대에 오른다. 고 교수가 입양을 결정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1980년대 초 신학대학원을 다니던 그는 미국에서 초빙돼 영어를 가르치던 여 교수와 사랑에 빠졌다. 당시만 해도 한국 남자가 미국 여성과 결혼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특히 그의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다. 학교에서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고 교수는 부모를 설득해 마침내 결혼에 골인했다. 신혼살림을 하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집으로 찾아와 "참, 별 이상한 일도 다 있다"며 혀를 차면서 말했다. 동네에 사는 어느 노파가 갓난 아이를 안고 찾아와 아들이 아이를 낳았는데 형편이 너무 어려워 도저히 키울 수 없으니 맡아줄 수 없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노파는 미국사람들은 한국 아이를 많이 입양한다고 들었는데, 아버지에게 미국인 며느리를 봤으니 혹시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는 두 말도 않고 노파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고 교수도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간 이후 자꾸만 그 아기 얘기가 떠오르곤 했다. 아기를 본 적도 없고,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도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신혼이 끝날 무렵 아내와 자녀계획을 상의하다가 아내에게서 놀라운 제안을 받았다. 입양을 하자는 얘기였다. 아내의 설득도 있었지만 예전에 아버지가 들려준 갓난아기 생각이 나서 고 교수는 고심 끝에 입양을 결심했다. 한국의 입양기관에서 의뢰한 결과 생후 8개월 된 남자아기를 입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이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후 두 달쯤 지났을 때인가. 제이슨에게 심상찮은 변화가 생겼다. 몸이 점점 부어오르더니 두 달 새 두 배로 커졌다.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선천성 신장염이라고 진단했다. 딱히 치료약이 없어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계속 독한 스테로이드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 교수 부부는 암담했다. 하지만 제이슨을 포기할 수 없었다. 미국 전역을 돌며 명의를 찾아다녔고, 학업때문에 이스라엘로 이사를 가서도 그곳의 유명한 의료진에게 제이슨을 치료해 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의료진도 제이슨은 가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스테로이드밖에 줄 수 없고, 스테로이드를 장기적으로 투여할 경우 고통과 함께 성장이 멈추는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세상의 많은 합창단이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지만,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 부르는 해맑은 음악은 또 다른 감동과 역사를 만들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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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단장


장한나 얼굴에 오버랩된 수지의 얼굴
고 교수 부부는 제이슨이 어린 나이에도 고통을 이겨내며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부부는 제이슨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제이슨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동생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제이슨을 데리고 한국에 와서 입양기관을 찾았다. 제이슨이 직접 선택한 여자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함께 키웠다. 이름은 '수지'라고 지었다.

그런데 입양 당시 멀쩡하던 수지에게도 이상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누워 있을 때면 눈의 초점이 늘 위쪽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소리를 잘 못 듣는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발육이 다소 늦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네 살이 되어도 나아지지 않아 병원에 데려가 보았더니 선천적으로 집중력이 부족한 ADD증후군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고 교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한국에 잠시 들렀다가 지인의 초청으로 음악회에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어린 첼리스트 장한나가 연주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어린아이가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연주하고 있는 장한나 얼굴에 집에 있는 수지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아무리 눈을 씻고 다시 봐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수지의 얼굴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함께 간 사람들은 고 교수가 연주에 감동해서 그런다고 생각했지만 고 교수는 수지에게 악기를 배우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아내는 물론 주위에서도 반대가 심했다. 집중력이 부족한 데다 소리를 잘 듣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악기를 배우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 교수는 마치 하나님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네살도 안된 수지를 예루살렘에 있는 루빈음악원에 보냈다. 그곳에서 수지는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났을 즈음 수지를 가르치던 이스라엘인 교사가 고 교수를 호출했다. 처음에는 우려했던 대로 도저히 가르칠 수 없으니 아이를 데려가라는 줄 알고 면담을 했는데, 오히려 교사는 "수십년 동안 가르친 아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라고 극찬했다.

수지의 실력은 날로 향상됐다. 급기야 일곱살에는 예루살렘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이스라엘의 신동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휘자 아리엘 주커만은 "음악을 놀라운 깊이로 해석하는 이해력과 참된 명연주자로서 기술을 발휘해 청중이 넋을 잃게 하는 천부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극찬했다.
전미 콩쿠르를 석권한 수지는 한국에도 초청돼 KBS교향악단과 여러 차례 협연하기도 했다. 첫 협연 당시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전율하게 하는 연주"라고 평가했다. 열다섯 살이 된 수지는 현재 엄마와 함께 미국에 머물면서 시카고음악원의 알미타 바모스 교수와 마르코 드레허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동시에 금세기 최고의 음악가로 불리는 이작 펄만에게도 가르침을 받고 있다.

수지가 음악적 재능을 발현하며 성장하는 사이 수지를 입양기관에서 선택해 데려온 오빠 제이슨에게도 기적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병마와 싸우며 늘 의기소침하던 제이슨이 열두 살쯤 되었을 때 아버지 고 교수에게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고 호소했다. 갑자기 잠도 잘오고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지는 게 어쩐지 이상하다며 무서워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실 그것은 제이슨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의사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의사들은 병이 호전된 것은 스테로이드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고 했지만, 고 교수는 막연하게 제이슨이 새로 생긴 동생과 가족을 통해 희망과 생명력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우선 스테로이드를 반으로 줄였다. 그런데 제이슨의 상태는 더 좋아졌다. 스테로이드 투여를 중단하자 제이슨은 완전하게 정상이 되었다.
그동안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키가 한꺼번에 자라기도 하듯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다. 스무살이 된 지금 제이슨은 180Cm의 근육질 몸매를 갖춘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아마추어 미식 축구선수로 뛰고 있을 정도로 튼튼해졌다. 이제는 아버지를 한쪽 팔에 매달고 몇 바퀴를 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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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어린이 합창단


세계 최초 입양어린이 합창단
제이슨과 수지를 키우면서 고 교수는 입양의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입양의 의미와 입양가족의 행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던 차에 김수정 단장을 알게 됐다. 그리고 9월 10일 입양어린이 합창단 공연에 딸 수지가 함께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김단장과 고 교수가 공연이 열리는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만나 입양의 기쁨과 공개입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김수정 단장( 이하 김단장) 저도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수지양의 재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유대인의 음악적 재능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을 독일 오케스트라에서 제외시켰을 때 공연 자체가 안 됐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유대인이 극찬한 것만으로도 수지양의 잠재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고세진 교수 (이하 고교수)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수지가 입양되지 않고 보육원에서 자랐다면 지금처럼 재능을 발현할 수 있었을까 하고요. 수지를 입양하게 된 것도 제이슨에게 병을 이기고 살아갈 희망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으니 우리가 제이슨을 입양하지 않았다면 수지를 입양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입양이 제이슨, 수지 그리고 우리부부는 물론 세상에 가져다 준 축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단장 입양을 결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입양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가 상처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숨기거나 가족끼리는 알아도 바깥에는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물론 요즘은 조금씩 공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요.

고교수 아직 한국에서는 그런 쉬쉬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아이들을 입양해 키운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는 입양이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주위에 입양으로 맺어진 가족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한국에서는 입양사실을 외부에 숨기기도 한다지만 저희 가족은 그럴 필요도 없었고, 아내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숨길 수도 없었답니다. 제이슨도 그랬고, 수지에게도 엄마 아빠가 너희를 입양해 키웠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두아이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나중에 자라서도 충격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공개적으로 입양하고 나중에도 입양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김단장 아드님,따님이 모두 잘 자라주어서 부러울 만큼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처음에 아이들이 아프고, 또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두분이 고생하실 때는 사람이니까 후회스럽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해보셨는지요? 또 아무리 미국이나 이스라엘이라고 해도 사춘기 때는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에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땐 어떻게 어루만져 주셨어요?

고교수 아이들 병을 고치겠다고 동분서주 할 때 주위에서 입양하지 말걸 그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입양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입양을 했든 낳았든 모두 자식이니까요 . 입양아라고 상처를 받았던 적은 딱 한 번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합창단원인 한 아이가 자기가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열심히 하면 함께 보육원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입양될 수 있냐고 묻는 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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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진 교수 가족.왼쪽부터 고교수,부인,제이슨,수지

하루는 제이슨이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고 울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학급 친구와 다투다가 "너는 입양된 아이니까 형편없는 놈이다"라고 놀렸다고 하더군요. 어릴때 부터 자연스럽게 입양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제이슨도 친구 말 때문에 입양이 놀림당할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해본 모양입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습니다. 초콜릿을 크기별로 잔뜩 사다가 그릇에 담아놓고 제이슨에게 보여주며 눈을 감고 골라보라고 했습니다. 작은 것을 잡더군요. 그런 다음 눈을 뜨고 집어보라고 했더니 큰것을 집어냈습니다. 제가 말했죠. 눈을 감고 고르면 작은 초콜릿을 고르지만, 눈을 뜨고 고르면 큰 초콜릿을 고를 수 있다고 말입니다.

부모가 낳은 아이는 눈을 감고 고른 아이이고, 입양한 아이는 눈을 뜨고 골랐으니 제이슨 네가 훨씬 크고 좋은 아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다음날 그 친구 아버지가 전화를 했더군요. 아이가 울면서 들어와 자기는 작고 형편없는 아이라고 했다는데, 도대체 제이슨에게 무슨 얘기를 했냐고 말입니다.
저는 고고학자로서 20년 넘게 각종 그릇을 비롯한 수많은 유물을 발굴했지만 제이슨과 수지처럼 훌륭한 보물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참, 아내도 아이들만큼 값진 보물입니다. (웃음)

김단장 초콜릿 얘기는 정말로 입양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게 하는 탁월하고 통쾌한 비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지혜로운 부모님에게서 교육을 받았으니 자녀분들이 그렇게 잘 자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입양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요즘은 입양아를 둔 젊은 부모님들 사이에서 입양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입양어린이합창단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밖에 없는 합창단인데도 적극적으로 입단 신청을 하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입양문제가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여덟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서른명으로 규모가 커진 것도 그런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노력 때문입니다.

입양의 기쁨을 전하는 노래가 되길......
고교수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면서 그 아이들이 잘자라준 것이 우리 가족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행복과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지가 재능을 꽃피우고 훌륭한 연주를 하면서, 입양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고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함께 느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수지가 한국에 와 입양어린이합창단과 함께 공연하는 것도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수지는 이번 공연의 의미가 무엇이고 왜 자신이 함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수지는 한국에서 자신처럼 입양된 아이들과 함께 공연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단장 수지양과 함께 하는 이번 공연이 입양을 망설이거나 이미 입양을 하고도 사회적 편견때문에 의기소침한 가정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내만 하더라도 보육원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한 해에 9000명이 넘는데, 실제로 입양되는 아이는 3000명이 안된다고 하니 매년 6000명의 아이가 보육원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보육원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아이를 내보내야 하는데, 가정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는 것은 아이에게도 사회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가 될 만큼 심각해졌는데도 이미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키울 가정을 찾아주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합창단원인 한 아이가 자기가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열심히 하면 함께 보육원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입양될 수 있느냐고 묻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한번은 입양홍보를 하는 어느 활동가 댁에 갔는데, 무려 10명이나 되는 입양아동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아이를 입앙하게 된 이유가 더 안타까웠습니다. 자녀를 입양했다가 경제적 문제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양육을 중도에 포기하고 기관으로 돌려보내진 아이들에게 두번 상처를 줄 수 없어 거두어 키우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겁니다.

고교수 가끔 입양홍보 행사에 참석해 보면 저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이미 입양한 가정에서는 많이 참석하는데, 정작 홍보내용을 들어야 할, 입양할 사람들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입양어린이 합창단 공연이 입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단장 행복과 치유, 사랑을 주제로 담은 입양어린이합창단은 저출산과 불임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 입양이 적절한 대안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입양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는 비공개입양이 상식처럼 자리 잡고 있던 입양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해 공개입양이 사회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개입양 1세대라 할 수 있는 합창단원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진행중입니다. 아직 어린 입양아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이들이 들려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입양어린이 합창단은 입양 홍보활동을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올림푸스홀과 사회 곳곳에서 좋은 콘텐츠로 공연을 지속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전, 방송 다큐멘터리도 마련
이번 <클래식,사랑을 만나다>라는 입양어린이합창단 공연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자라고 있는 고수지양이 무대에 오르면 입양의 성공적인 롤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공연은 영상과 체임버 앙상블의 연주로 시작해 합창단공연, 고수지양의 솔로와 성악가들의 축하공연을 거쳐 대미에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빛이 되리라>를 노래한다. 고수지 양의 협연으로 모든 아이가 촛불을 들고 또 다른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빛이 되는 소중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오페라보다 더한 감동의 무대로 채워질 이 공연은 이현철 월드비전 선명회합창단 상임작곡가가 편곡을 맡았고 테너 박현재, 바리톤 서정학 교수가 참여한다. 김희철 월드비전 음악원장 겸 음악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9월 10일 오후 8시에 공연한다. 글로벌오페라단이 주최하고, 올림푸스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CTS TV(전 세계 방송)가 다큐멘터리 3부작으로 제작해 방영하며, 밀레 TV문화채널에서도 음악회를 녹화해 방송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최고의 사진작가로 인정받는 백승휴 씨와 함께 "입양어린이를 위한 행복과 치유"를 주제로 한 사진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9월8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글 이임광 칼럼니스트[llkhjb@yahoo.co.kr]
사진 이찬원 월간중앙 사진팀 부장 [l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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