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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만을 위한 영어를 가르치겠습니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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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글=장찬우 기자 (glocal@joongang.co.kr)
사진=조영회 기자
도움말=Stella Joo 노바어학원 원장

학습보다는 습득과정을 중시하는 어학원이 늘면서 교실 풍경도 많이 바뀌고 있다. 한 반에 많은 아이를 몰아 넣을 경우 토론식 수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영회 기자]

영어는 영어로 받아들여야

아산에 있는 한 어학원 수업장면이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어학원 수업은 교사가 칠판에서 뭐가 열심히 적어내면 학생들이 받아 적고, 그러고 나면 교사의 설명이 이어지고, 문제 풀고 답 맞혀보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영어 수업은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끊임없이 흥미유발을 해야 하는 초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수업은 거의 대부분 ‘학습’보다는 ‘습득’ 과정을 중요시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수업 시간 내내 영화를 보고 흉내 내는 수업을 하는 학원이 생겨났고 영어 동화책(Story Book)을 읽고 자기의견을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유행하고 있다. 영어는 영어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과거,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지나치게 시험 위주의 학습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흘러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영어권 나라로 이민 간 학부모들이나 자녀들이 한결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일컬어 Homework, 배운 것을 복습하거나 예습하는 정도는 그럭저럭 따라간다. 그러나 ‘과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Assignment나 다음 단계인 Project가 진행되면 그때부터 허둥지둥하게 된다.

Project의 경우 기획부터 학생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Format(포멧), Out Line(아웃라인)을 잡고 Research(학술조사)를 통해서 새롭게 습득한 자신의 지식을 발표해야 한다. 보통 2달 이상의 시간을 두고 준비한다. 영어권 나라의 대부분의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학생들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로서의 역할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배운 것을 토대로 응용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나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활용하는 주체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 한국에서 영어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아이들도 유학을 가면 한동안 갈피를 못 잡고 헤매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토플 성적은 좋은데 영어는 왜 못해?

미국의 한 명문대학 입학사정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 고교생을 보고 생각보다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놀랐다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토플성적은 좋은데 영어 실력이 왜 이정도 밖에 안 되나?” 했다는 것이다.

각종 영어 인증 시험에 높은 점수를 받아 좋은 외국계 회사에 취직하고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승진하지 못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를 시험과목으로 생각하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영어는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습득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린 아이가 어른들을 흉내 내며 옹알이 과정을 거치듯이, 똑 같은 과정을 지나야 하는 것이다. 또 많은 책을 읽어 지식을 쌓고 자기의견을 정리해 말하고 상대의견을 듣고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을 위해 단순하게 지문을 외우는 수업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단순 지식을 외워서는 이제 시험 성적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시대가 도래 했다.

최근 교육부는 2014년도 수능부터 영어시험 문제의 절반을 듣기 평가 문제로 출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용영어 중심으로 골격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상대편이 말하는 것을 듣고 그 속에 담겨있는 의도 까지도 파악 한 후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영어 실력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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