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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통하는 스토리텔링 담은 다큐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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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는 단크바르트. [뉴시스]

“저는 다큐멘터리에 ‘중독’됐습니다. 다큐멘터리엔 현실을 표현하는 고유한 영역이 있거든요.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모험도 할 수 있어요. 아무도 모르는 새 길을 간다는 건 언제나 흥미롭죠.”

23일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2010)’의 개막에 맞춰 방한한 독일 감독 페페 단크바르트(55)가 말하는 다큐멘터리의 매력이다. 올해 7회를 맞는 EIDF2010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그는 1994년 단편 ‘검은 승객’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 픽션, 뮤직비디오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감독·기획했던 그는 현재 함부르크예술대 영화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날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단크바르트는 요즘 다큐멘터리의 경향으로 ‘세계화’를 꼽았다. “서구 문명이 신대륙의 원주민을 만났던 때처럼, 현재 진행되는 세계화도 개인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감독이 여기에 뛰어들고 있죠.”

그는 “다큐멘터리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반복해서 내놓는 상품에 사람들이 싫증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다큐멘터리 안의 엔터테인먼트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 영화나 TV의 스토리텔링, 궁금증을 해소하는 요소가 점점 더 옮겨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단크바르트는 최근 부각 중인 3D기술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60년대 카메라의 소형화가 다큐멘터리의 양적·질적 발전을 동시에 가져왔듯 3D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흑백영화가 컬러로 바뀌고, 무성 영화에 음향이 도입됐던 때처럼 3D는 영화를 보다 현실에 가깝게 할 겁니다.”

‘훌륭한 다큐멘터리’의 기준을 묻자 그는 축구에 비유해 답했다. ‘승패’를 아니라 경기 전체를 봐야한다는 의미였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우루과이에 졌지만 훌륭한 경기였잖아요. 다큐멘터리도 스토리텔링, 영상 등 여러 기준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를 놓고 따져 봐야죠.”

‘우리의 시선 너머’라는 주제로 열리는 EIDF 2010은 83개국에서 출품된 536편 가운데 선별한 49편을 소개한다. 출품작들은 경쟁·비경쟁 부문으로 나눠 23일부터 29일까지 EBS TV를 통해 방영된다. 동시에 서울의 EBS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도 상영된다.

개막작은 시청각중복장애인 조영찬 씨의 삶을 다룬 ‘달팽이의 별’이다. 총 상금 3000만원이 걸린 경쟁 부문 ‘페스티벌 초이스’에선 총 12편이 경합한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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