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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국제회의 수상자들의 영어토론 노하우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 IHT-중앙데일리와 이화여대가 공동 주최한 제4회 한국모의국제회의(KIMC)가 2명의 대상 수상자 발표를 끝으로 6일부터 진행된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대상 수상자인 김연수(미국 아치비숍우드고 11)양과 어태경(명덕외고 2)군을 만나 영어 토론을 잘 하는 비결을 들었다.

간결한 내용, 전달력 높여라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기술을 키우세요. 상대방 의견을 잘 듣고 반박할 때도 핵심만 콕 집어서 짧게 답하는 게 좋아요. 유창하게 빨리 말한다고 토론을 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김양의 수상 비결이다. 짧은 시간 내에 양질의 안건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발언내용이 간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양은 “그렇게 발언하면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번 회의 때 나보다 발언권을 많이 확보해 오래 말한 학생들도 많았지만 대상 수상자는 바로 나”라고 강조했다. 김양은 선일여고 1학년 1학기를 마친 지난 2008년 9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은 싫었다”며 “국제사회의 중심인 미국에 가 시야도 넓히고 많은 사람도 사귀어보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당초 교환학생이던 김양은 1년 동안 캔자스주의 공립학교를 다니다 현재의 학교로 전학했다. 그는 자신의 유학생활을 ‘성공적’이라 자평했다. 그리고 그 비결을 뚜렷한 목표라고 했다. ‘비교과 활동 원 없이 해보기’와 ‘공부로 1등 해보기’가 그것이다. 김양은 현재 그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성취했다. 농구팀·트럼펫 동아리·인터내셔널 클럽, 캠프 참가 등 학기 중엔 각종 활동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런데도 지난 학기 전과목 평점 4.0 만점, ‘올 A’ 학점을 받았다.

 특유의 외향적인 성격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동기 전교생이 800여 명인데 그 학생들 대부분이 김양의 친구란다. 김양은 그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했고, 그 덕에 영어실력도 빨리 늘어 학교생활이 즐겁다는 것이다.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해요. 언어도 문화잖아요. 상대를 배려할 줄도 알아야죠.” 김양은 모의국제회의 참가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교내 클럽활동으로 남들 앞에서 말하기나 주제탐구는 자신 있었다. 김양은 이번 대회에서 ‘사이버공간에서의 인권침해 방지’에 관한 주제를 다룬 소위원회에서 영국 대표를 맡았다. 참가접수 후 한 달여 동안 관련 인터넷 기사를 모두 훑어봤다. 또 영국 내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 정보를 얻었다. 대회에 참가해서는 자신과 비슷한 안건을 준비한 다른 국가 대표들과 연합해 새로운 안건을 만들어 자신이 대표 발표자로 나섰다.

사전 준비 철저, 스피치 연습 충분히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대회에 참가한 어군은 “작년에는 준비도 부족했고 토론이 낯설어 발표 한 번도 못해보고 끝났다”며 “이번에는 대상까진 아니더라도 우수위원상은 꼭 탈 거라고 다짐하고 정말 철저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지난 대회에서 실력 있는 친구와 선배를 많이 사귄 것도 도움이 됐다. 어군은 “판에 박힌 논리를 펴기보다 내 의견을 확실하게 호소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창의적인 방식은 풍부한 비유다. 국제회의 영상자료나 다른 대회 참가 선배들의 조언을 얻어 각종 비유를 발언내용에 섞었다. 거기다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자료도 충분히 준비했다. 반대 의견에 대한 반박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든 발언 내용을 완전히 외웠다. 그 후 가족들앞에서 발표해보고 예상 질문지를 만들어 스스로 답하는 연습도 곁들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을 맡은 어군은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새로운 법안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밝혔던 건강보험제도 시행계획이 한국의 제도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 보험제도를 기본으로 한 법안을 만들었다. 여기에 같은 민주당 의원의 법안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로비 시간에 적극적으로 포섭했다. 결국 자신이 주발표자로 나서고 동료 의원이 지원 발언을 하기로 합의, 본회의에서도 안건통과를 이뤄냈다.

 외교관이 꿈인 어군은 “어려서부터 대사를 외울 정도로 애니메이션이나 각종 DVD를 많이 본 덕에 영어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며 “지금도 영어 지문을 모두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지난 8일 끝난 모의국제회의에서 대상을 수상한 어태경군과 김연수양.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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