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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톱 대학 벽 넘은 대원외고 토론 달인들

중앙일보

입력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면접과 토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토론실력으로 미국 대학의 문을 두드린 고교생들이 있다. “교실 밖 세상지식을 배우겠다”며 토론에 쏟았던 열정이 대학 합격으로까지 이어진 대원외고 영어토론동아리 회원들을 만났다.

꼴찌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연습광으로 살아

 권도형(19·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입학예정)군은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World Schools Debate Championship(세계학생토론대회)’에서 비영어권 최우수 발표자에게 주는 ‘베스트 EFL 스피커’상을 받았다.

 그러나 권군이 처음부터 영어토론을 잘 한 것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 한 토론대회에서 상대팀 여학생의 주장에 눌려 10초 동안 말 없이 서있다 30초 밖에 말하지 못하고 앉아 버리는 굴욕도 당했었죠.” 그가 속한 토론팀은 늘 패배하기 일쑤여서 ‘나 때문’이라는 자책감도 가득했다.

 권군은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스스로 토론 기술을 하나하나 익혔다. 주제가 떠오르면 거리에서도 손짓·발짓을 하며 영어로 떠들거나, 혼자서 찬·반 입장을 연설하며 연습했다. 영어잡지와 영어신문, 웹사이트를 찾아 읽으며 자료 읽기에 몰두했다. 이렇게 노력하자 성과가 나타났다. 중3때 민사고 토론대회에서 중학교 은상을 차지했다. 고교 1학년 겨울엔 최연소로 토론대회 국가대표에 뽑혔다. “수업으로 배우기 어려운 사회에 대한 분석력을 토론으로 키웠습니다. 이런 경험이 스탠퍼드대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토론내용을 가슴으로 느끼며 자신감 표현해야

 김경돈(20·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1년)씨는 토론을 통한 자신의 성장과정을 에세이에 담아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이 어울리는 미국 대학에서 토론의 경험에 대해 학업수행능력과 교류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토론 훈련에 몰두하도록 동기를 불어 넣어준 것은 공부방 벽장을 가득 메운 공상(판타지)소설이었다. 그는 고교시절 내내 영어로 된 공상 소설들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소설 속에 나타난 다양한 상황들을 자연스레 익혀 토론에 적용했어요.”

토론 관심사가 지식 넓혀주고 전공으로 이어져

 김태훈(20·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경제학·정치학 1년)씨는 고1 때 ‘Korea High School Debate Championship(한국고교생토론대회)’에 출전할 대원외고 대표팀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쓰라린 낙방이 그를 키우는 약이 됐다. 자만심에 차있던 마음을 다잡았다.

 고2 때부턴 토론의 매력에 빠져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토론의 규칙·기술 등을 배웠다. 선배들의 조언 하나하나에 귀 기울였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연습하고 동영상으로 찍은 연설모습을 분석했다. 그는 “토론 때문에 지식도 풍부해지고 관심사도 국제관계·정치·경제·경영 등 다방면으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 첫 해에 경제학과 정치학을 복수전공할 수 있는 능력도 토론 때문에 생겼죠.”

전철 연설은 토론능력 높이는 촉진제

 “아니 여기서요?” “할 수 있어, 해!” 유지원(서울 대원외고 3)군은 고1 때 미국 토론리그전 한국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탄 전철 안에서 동아리 선배와 실랑이를 벌였다. 대회에서 말할 내용을 전철 안에서 큰 소리로 연설해보라는 주문 때문이었다. 유군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틀릴 때마다 ‘다시, 다시’를 외치는 선배가 한없이 얄미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전철 연설은 대회 실전에서 토론능력을 높이는 촉진제가 됐다. 처음 경험하는 대회 분위기와 관중들의 시선에 당황하지 않고 논리를 전개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토론 사이 휴식 때마다 이어지는 선배들의 지적은 노련미를 키워줬다. 유군은 “대회에서 4등에 그쳤지만 국가대표 후보군인 상대팀을 꺾은 경험은 토론실력을 연마하는데 큰 자신감을 줬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권도형(왼쪽)군과 유지원군은 “세상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크다”며 영어토론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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