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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인연… 이젠 놓으렵니다 MBC '전원일기' 16일 마지막 녹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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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잠깐! 출연자 하나가 빠졌어."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MBC 건물 한쪽에 자리잡은 C스튜디오,'전원일기'(사진) 녹화장. 오는 29일 마지막으로 방영되는 1천88회 촬영에 앞서 김회장 댁 마당에는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연기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최불암씨는 뭔가를 빠뜨렸다며 마당 한쪽으로 달려갔다. 그가 데려온 것은 7년째 이집 마당을 지킨 개 삼월이였다. "삼월이도 수고했어." 머리를 쓰다듬는 최씨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방영 22년이라는 긴 세월을 마감하기가 아쉬운 듯 다른 연기자들도 입을 꾹 다문 채 시종 심각했다. 사진 촬영 때 미소를 짓는 것조차 어색했다.

"식구들이 보고 싶을 거요. 특히 농사 지으라고 강요한 둘째(유인촌)는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막내 금동이가 탈선했을 때도 그랬고요. 다 가족들이나 마찬가지지. 이젠 녹화가 있는 월요일마다 뭘해야 하나 허전하구려."(최불암)

"일용 어머니가 환갑잔치 하던 날을 잊을 수 없어요. 때깔 좋은 옷 입고 얼마나 호사를 누렸던지…. 심지어 팬들이 한복을 마흔네벌이나 보내줘서 감동한 적도 있고요."(김수미)

같이 웃고 울면서 보냈던 22년의 세월. 누구 하나 가슴에 아련한 추억 하나쯤 없었을까. 연기자들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기억에 담으려는 듯 마지막 녹화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임했다.

제작진은 마지막 방송분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양촌리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다만 출연진 29명의 생활터는 물론 빨래터·골목·안방·마을회관 등 익숙했던 장소를 빼놓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다.

마지막회의 주인공은 역시 김회장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겨울 어느날 그에게 동네 대소사를 주관하는 자치조직인 원동계(源洞契)회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김회장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해보기 위해 회장 직을 수락한다. 이후 김회장 내외가 양촌리에서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가운데 22년2개월에 걸친 '전원일기'의 대장정이 끝난다. 마지막회의 제목은 1회 제목인 '박수칠 때 떠나라'와 관련을 짓기 위해 '박수할 때 떠나려 해도'로 정했다.

권이상 PD는 "어떻게 막을 내릴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김회장의 내레이션으로 그 동안의 세월을 돌이켜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MBC는 '전원일기'의 후속 드라마로 '기쁜 소식'(극본 김인영·연출 이정표)을 내년 1월 5일부터 방송한다. 회사에서 앙숙이었던 상사와 후배가 한 집안 식구가 되면서 생기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명랑 가족 드라마. 정선경과 이태란이 주인공을 맡았다.

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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