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분단 현장을 가다] 155마일 신비의 생태기행 ⑤ 외래종의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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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돼지풀 같은 외래 식물은 DMZ 남쪽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적지 않게 피해를 주고 있다. 외래 물고기와 식물의 확산을 통해 남북 생태계가 하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도 서글픈 아이러니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의 민통선 안에 있는 토교저수지. DMZ 바로 남쪽에 있는 저수지의 제방에서는 멀리 북쪽 산 위의 북한군 진지가 손에 잡힐 듯 바라보였다. 1976년에 완공된 340만㎡의 드넓은 이 저수지는 1500만㎥의 물을 저장했다가 주변 논밭 2500여㏊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취재팀과 동행한 국립환경과학원 변명섭 박사팀은 저수지 내 물고기를 조사하기 위해 보트를 띄우려 했으나 군부대의 허가를 얻지 못했다. 대신 릴 낚싯대를 썼다. 낚싯대를 드리우자마자 입질이 왔고 묵직한 게 걸린 듯했다. 잠시 뒤 거세게 물을 튀기며 끌려 나온 것은 길이 30㎝가 넘는 은빛의 큰입배스였다. 국내 호수와 강에서 토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악명 높은 외래 물고기다. 큰입배스는 계속 걸려 나왔다. 조사팀 두 명이 20분 동안 30~50㎝ 크기로 7마리나 낚았다.

환경부가 생태계 위해(危害) 외래종으로 지정한 블루길(파랑볼우럭)도 많았다.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블루길이 10여 마리씩 몰려 있었다. 취재팀이 낚시에 초록색 미끼를 바늘에 꿰어 드리우자 1분이 채 안 돼 블루길 한 마리가 덥석 물었다. 저수지에는 블루길이 매우 많아 취재팀의 낚시 초보자도 한 시간 만에 15㎝ 안팎의 블루길을 25마리나 잡아냈다. 변 박사팀이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그물을 던졌을 때는 한 번에 28마리가 잡히기도 했다. 과장을 좀 섞어 ‘물 반, 블루길 반’인 셈이었다.

변 박사는 “토교저수지의 규모로 봐서는 17~21종의 물고기가 관찰돼야 정상인데 큰입배스와 블루길을 포함해 7~8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누치·모래무지·밀어 등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외래 어종 탓에 소형 어종과 토착 어종이 제대로 서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1970년대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방류됐던 강원도 철원군의 민통선 안 토교저수지에서 국립환경과학원 변명섭 박사팀이 물고기 채집을 위해 그물을 던지고 있다. 외래 물고기가 점령하면서 이 저수지에 사는 물고기는 7~8종에 불과하다.

큰입배스는 토종 물고기를, 블루길은 토종 물고기의 알을 먹어 치운다. 게다가 먹을 게 없으면 자신의 새끼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때로는 커다란 가물치와 먹이 경쟁을 벌인다.

북아메리카 동부 지역이 원산지인 블루길은 69년 수산청이 수산자원 증식을 목적으로 일본에서 도입했다. 역시 북아메리카 북부가 원산지인 큰입배스는 단백질 공급을 위한 양식 목적으로 73년 국내에 들여왔다. 토교저수지는 이들 외래종이 처음 방류된 곳 중 하나다. 주민 백종한(64)씨는 “밥상에서 생선 보기 어려운 70년대 마을 주민 42명이 당시 쌀 한 가마니 값인 1만원씩을 모아 가두리양식을 하기로 하고 큰입배스와 블루길 치어를 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부대에서 가두리양식을 반대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함지박에서 기르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물을 매번 갈아 주기도 힘들었던 데다 죽어 가는 물고기를 보다 못한 한 주민이 남은 물고기를 저수지에 쏟아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계에 방출된 외래종 물고기는 수로를 따라 강으로 헤엄쳐 갔고 한탄강과 임진강, 한강으로 퍼져 나가게 됐다고 한다.

◆외래종, DMZ 곳곳으로 퍼져=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내놓은 ‘생태계 교란종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큰입배스와 블루길은 댐과 저수지를 중심으로 국내 전역에 분포한다”고 밝혔다. 특히 임진강 수계와 북한강 수계인 화천 파로호와 평화의댐 상류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취재팀이 6월 9일과 7월 20일 평화의댐 상류를 취재하는 동안에도 어른 팔뚝만 한 큰입배스가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강원도 화천군에서는 평화의댐 하류 파로호에서 어민들이 잡아 온 큰입배스를 ㎏당 5000원씩에 사들이고 있다.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소장은 “화천군에서 수매한 배스를 연구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수달에게 먹이로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경의선 철도 건설을 앞두고 환경부의 DMZ 환경생태공동조사단장을 맡았던 김귀곤 서울대 명예교수는 “DMZ 안에 있는 파주 사천천의 저수지에서도 큰입배스가 잡혔다”고 말했다. 이 저수지는 3분의 1은 남한 지역, 3분의 2는 북한 지역에 걸쳐 있어 큰입배스가 북한 지역까지 확산됐음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증거인 셈이다.

변 박사는 “큰입배스와 블루길의 산란철 직전에 집중적으로 포획한다면 번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이들을 게임 낚시용 물고기로 활용하고 식재료로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서도 큰입배스와 블루길 제거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나무 틀에 자갈을 채운 인공산란장을 만들어 제공한 뒤 큰입배스가 산란을 하면 자갈에 붙은 수정란을 제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또 그물을 쳐서 블루길은 제거하고 토종 어류는 방류하는 방법도 있다. 블루길의 경우 자연산란장을 찾아내 알을 지키는 수컷을 포획하고, 산란터를 자갈과 모래로 덮어 번식을 차단할 수도 있다.

◆들고양이 떼도 활보=외래종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군부대에서 기르다 탈출한 들고양이도 DMZ 생태계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5월 7일 취재팀이 서해 연평도 부근의 우도를 찾았을 때 유리딱새와 개똥지빠귀, 흰눈썹붉은배지빠귀 등의 사체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잡아먹기 위해서라기보다 장난 삼아 새를 공격하는 것이어서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5월 20일 강원도 고성 건봉산 인근 민통선 지역에서도 들고양이가 활보하는 것을 확인했다. 환경부 DMZ 생태조사단도 지난해 9월 중부 DMZ 조사과정에서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고양이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13개의 무인카메라에 고양이 3마리가 반복적으로 촬영됐다는 것이다. 결국 서해에서 중부·동부전선에 이르기까지 들고양이가 퍼져 있으면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큰입배스=북미가 원산지인 육식 어종으로 물 흐름이 약한 호수나 하천에 살며 공격 성향이 매우 강하다. 성숙한 것은 보통 23㎝ 이상 된다. 눈은 붉은빛이 도는 황금색이며 입은 크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등은 짙은 푸른색, 배쪽은 연한 노란색이다. 5~8월 모랫바닥에 알을 낳으며 산란 후 일정 기간 수컷이 어린 새끼를 보호한다.

파랑볼우럭(블루길)=북미 원산의 육식 어종으로 물 흐름이 느리고 수초가 많은 곳에 산다. 바닷물고기인 돔과 비슷하게 생겼고 전체적으로 계란형으로 보인다. 몸 윗부분이 진파랑 광택을 띤다. 5~6월에 수컷이 강바닥을 파서 둥지를 만든 뒤 암컷을 불러 알을 낳게 한다. 수정과 산란이 끝나면 수컷은 산소가 풍부한 물을 공급하는 등 알이 부화될 때까지 돌본다.



돼지풀·미국자리공 … 철책 인근 들불처럼 번져 북한서도 제초에 골머리

돼지풀이나 단풍잎돼지풀처럼 환경부가 생태계 위해 외래종으로 지정한 식물들도 DMZ와 민통선 지역에 폭넓게 분포돼 있다.

취재팀이 6월 16~17일 경기도 파주의 임진강 주변 습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외래 식물은 쉽게 눈에 띄었다. 들판과 산기슭을 지나는 도로 주변에는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이 어김없이 자라고 있었다. 수내천과 임진강이 합류되는 지점 부근에는 버드나무 군락이 깨밭으로 개간됐지만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의 30%가량은 단풍잎돼지풀이었다.

외래 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이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역 인근 하천 부지까지 퍼져 자라고 있다.

이들 외래 식물은 파주의 도라산역 부근은 물론 강원도 양구의 민통선 지역인 두타연, 화천 평화의댐 상류에 있는 북한강변 양의대 습지, 고성의 고진동 계곡 등에서도 쉽게 발견됐다. 탐방객들에게 개방된 두타연에서는 산책로 주변을 따라 돼지풀이 자라고 있었다. 인제군 대암산 용늪은 원주지방관리청에서 매년 한 차례씩 외래종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한강유역환경청이나 원주지방환경관리청 등에서는 군부대 등과 함께 외래 식물 제거에 나서기도 하지만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환경부 DMZ 생태조사단은 중부DMZ 내에서 돼지풀·단풍잎돼지풀·양미역취·미국쑥부쟁이 등 외래종을 발견했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낸 보고서에서도 북아메리카 원산인 돼지풀은 이미 전국에 퍼져 있다고 적혀 있다. 역시 북아메리카 원산인 단풍잎돼지풀은 중부지방, 특히 파주·연천 등 경기도 북부와 철원·고성·인제·화천 등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변이나 나대지 하천변에 주로 분포한다고 소개됐다. 돼지풀의 경우 1968년 처음 발견됐으나 한국전쟁을 전후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돼지풀 꽃가루는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

민통선 지역에서는 미국자리공이나 족제비싸리 같은 외래 식물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파주 지역의 새로 개간된 논과 웅덩이 주변, 도로변 등에서는 아까시나무와 비슷한 족제비싸리가 쉽게 발견된다.

돼지풀은 북한에서도 골칫거리여서 이들 외래식물에 DMZ는 별 장벽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에서는 돼지풀을 ‘쑥잎풀’이라고 부르는데 6~7월을 쑥잎풀 박멸 기간으로 정해 주민들을 제거작업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풀=북미 원산의 한해살이풀로 쑥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키는 훨씬 커 줄기가 0.3~1.8m까지 곧게 자란다. 주로 공터에서 자라며 밭, 길가, 목초지 등 건조한 땅에서도 잘 큰다. 8~9월에 긴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핀다. 수꽃의 꽃가루가 바람에 퍼져나가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8년 처음 보고됐으며 한국전쟁 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단풍잎돼지풀=북미 원산의 한해살이풀로 밭 주변, 길가, 하천 부지 등에서 무리 지어 자란다. 돼지풀보다 키가 커 줄기가 3m까지도 자란다. 줄기에는 거친 털이 있다. 잎은 세 갈래 혹은 다섯 갈래로 갈라진 손바닥 모양이다. 7~9월에 긴 꽃대에서 여러 개의 꽃이 핀다. 수꽃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종자는 도로와 물길을 따라 퍼진다.



특별취재팀 취재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동영상 이병구 기자

취재 협조 국방부, 육군본부, 육군 제106사단, 국립환경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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