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밀애'는 어떤 영화 남편은 외도하고… 그럼 난 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결혼과 불륜은 동전의 양면이다. 애정보다는 물질적 조건에 의한 맺음, 상대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결혼은 불륜으로 넘어가기 쉽다.

올 상반기에 성공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비틀린 혼인 세태를 풍자한 우화에 가깝다면 '밀애'(사진)는 남녀 관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파고든다. 사실 불륜은 주변에 널려 있다. 우리는 그것에 눈을 돌리려 하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불륜을 옹호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남편의 외도에 극심한 충격을 받았을 때, 그래서 일상적 판단을 상실할 때, 여성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를 추적한다.

'밀애'는 자극적이다. 농도 깊은 성애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성은 남녀의 가장 기본적 관계이자 상업영화의 감초 같은 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 '밀애'의 도발성은 오히려 사랑을 게임으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영화는 게임이 사랑으로 발전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장난처럼 시작한 관계가 그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기쁨을 준다는 데 주목한다.

육체의 환희와 마음의 상처를 사랑이란 단어로 수렴한다는 만만찮은 과제를 섬세하게 소화한 감독의 연출이 도드라지고, 이를 튀지 않게 연기한 김윤진·이종원의 호흡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감정의 절제에 무게를 둔 탓인지 그들의 아슬아슬한 관계 속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은 떨어지는 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