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가축 사료에서 항생제를 몰아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10.08.09 02:01

업데이트 2010.08.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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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동 대한양계협회장은 동물용 항생제 대신 닭에 마늘을 먹여 친환경 닭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가 10년 전 동물용 항생제 없이 닭을 키운다고 선언하자 주변에선 ‘미쳤다’고 비웃었다. 항생제 없는 양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당시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양계업에 입문했을 때는 그도 업계의 관행대로 항생제를 사용했다. 병아리들이 계사에 들어오면 일단 항생제부터 투여했다고 한다. 사료에 항생제를 타서 먹이는 속칭 ‘클리닝’을 1주일에 2~3회 했단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닭이 모두 죽을 것으로 보여서다.

그러나 그는 항생제의 남용이 지나치다고 느꼈다. 특히 양계업자들이 닭을 출하한 뒤 자기 가족에겐 1주일쯤 지나서 먹으라고 당부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무항생제 양계를 결심했지만 초기엔 손해가 막대했다. 항생제를 먹일 때는 닭의 폐사율이 5% 이내였는데 항생제를 버리자 15%로 증가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 지금은 폐사율이 항생제를 먹일 때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동물용 항생제의 오남용과 잔류는 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소·돼지 등 육류, 넙치·조피볼락·장어 등 어류 등 대부분의 동물성 식품이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항생제를 사료에 소량 넣는 것은 가축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함이 아니다. 각종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해 가축을 빨리 살찌우기 위해서다.

항생제가 든 사료를 먹이면서 가축에서 항생제의 약발이 듣지 않는 내성균이 증가했다. 게다가 이런 사료로 키운 가축의 고기·우유·계란 등을 사람이 섭취하면 사람에게도 항생제 내성이 옮겨질 수도 있다.

축산업계에서 항생제 사용을 적게 할수록 공중보건에 이롭다. 2000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시작된 의약분업의 주된 명분 가운데 하나가 항생제 내성률을 낮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축산물을 통한 항생제 내성의 확산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가축에게 항생제를 덜 사용하게 하려면 사육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집단 사육보다 가축을 분산시켜 길러야 한다.

항생제 남용 억제는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유효하다. 축산업자가 항생제를 사용하면 자연순환 농업은 물 건너간다. 축분(畜糞)에 항생제가 남기 때문이다. 소·돼지 등 대동물은 섭취한 항생제의 50%, 닭 등 소동물은 30~35%가 체외로 배설돼 축분에 남는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이다. 축분에 항생제가 많이 남으면 미생물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썩어서 퇴비가 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항생제를 사용하는 축산업체가 발생시키는 축분은 한 해 정도 묵혀야 썩는다. 반면 항생제가 안 든 축분은 1∼2개월이면 퇴비로 변한다.

어제(8일)가 말복이었다. 복날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삼계탕은 대부분 무항생제·친환경 닭은 아니다.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할 때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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