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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장으로 영원히 남고 싶어요" 양촌리 어른 최불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나는 몇년 전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잃었소. '오냐' '애썼다'가 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대사요. 그래도 그건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말이요. 우리의 정신, 뿌리만은 없어지면 안되는 거요."

22년간 '양촌리'를 이끌어온 김회장을 연기했던 최불암(63)씨는 종영 소식에 못내 아쉬워 했다. 10년간의 '수사반장' 자리를 내놓고는 줄곧 김회장으로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불혹(不惑·40세)의 나이였을 때 극 중 나이가 65세인 김회장 역을 맡았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노역 연기자가 흔치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 세월은 흘렀고 이젠 따로 분장이 필요없는 나이가 됐다.

연기는 생활 그 자체가 됐다. 이전에는 드라마 속 김회장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평소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워낙 오랜 기간 같이 하다 보니 김혜자씨를 실제 부인으로 아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한번은 실제 부인(탤런트 김민자)과 함께 공항에 갔는데 할머니들이 "어이구, 김회장님 반가워유"라며 손을 잡고는 말했다. "그 옆은 따님이슈?"

최씨는 '전원일기'와 함께 한 세월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전원일기'가 없었으면 향수 때문에 비행기 값 꽤나 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해외동포분들이 많아요. 국내에서도 '전원일기'만 시청한다는 노인들이 많고요. 전 그분들 가슴 속에 영원히 '김회장'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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