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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⑥ 중앙일보·사회통합위원회 공동 기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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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역발전과 지방분권의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추진된 세종시 건설이 대표적이다. 여야, 중앙과 지방, 좌우 진영에서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올 6·2 지방선거 결과는 지방분권의 문제를 또 다시 부각시켰다. 지방정권이 다수 교체되며 4대강 등 주요 정책에서 중앙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보수-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의 7월 토론회는 지역문제를 다뤘다. 지역간 발전 격차를 놓고 전개되는 진보-보수간 갈등을 확인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균형발전 정책과 지방분권’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보수 측 발표자는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 진보 측 발표자는 김영정 전북대 교수다. 사회는 김성국 부산대 교수가 봤고, 김성배 숭실대 교수·박준식 한림대 교수가 각각 보수·진보 측 토론자로 참여했다.

‘보수-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의 7월 토론회가 지난달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준식 한림대 교수(토론), 김영정 전북대 교수(발제), 김성국 부산대 교수(사회),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발제), 김성배 숭실대 교수(토론). [김태성 기자]

◆지역격차와 균형발전= 우리나라의 지역격차는 클까 작을까. 논의의 출발점인 여기서부터 주장이 엇갈렸다. 신 교수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인구와 경제활동이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반면 김 교수는 국가 발전을 저해할 정도로 지역격차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비대화와 비교할 때 지방은 재정·대학·기업·문화 각 방면에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진단이 다르니 대책도 극명히 갈린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대해 신 교수는 부정적이다. 행정도시 건설, 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에 대해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역할의 증대 등 변화 추세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공격했다. 신 교수는 “세종시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를 국민투표로 해결한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2012년 대선에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근대화 과정에서 지방이 소외된 점을 강조했다. 지난 반세기 ‘불균등 국가발전저략’이 가난으로부터 나라를 해방시켰지만, 수도권의 과잉도시화와 지역간 성장격차가 발생했다고 했다. 그로인한 사회갈등을 이제 국가가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균형발전정책에 대해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한국의 질적 성장과 특색 있는 지방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총량적 성장중심주의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균형발전정책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지방분권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선 일치했다. 하지만 그 방향에선 크게 엇갈렸다. 보수 측은 전국을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누는 광역분권형을 제시했다. 반면 진보측은 읍·면·동 수준으로 세밀화한 자치를 내세웠다. 수도권 규제와 관련, 보수 측은 규제 완화를, 진보 측은 규제 지속을 주장했다.

◆지방화는 시대적 대세=균형발전과 지방분권 방향에 대한 첨예한 대립에도 양측은 5개항 합의점을 이끌어 냈다. ▶지방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균형발전정책은 지역특화발전을 지향, 중앙정부의 일정 역할 필요 ▶지방분권을 더욱 강화, 헌법에 관련 조항 명시 ▶호화청사 신축 등 전시성 사업 지양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지방자치 원칙 훼손 불가 등이다.

양측은 또 전임 지자체장의 사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이 춤을 추고 연속성을 잃는 현상이 반복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이원덕 사회통합위원은 “지역문제는 보수-진보의 이념적 구분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사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며 “지방분권 투자를 할 때 비효율적 낭비를 막을 구체적 방안을 보수와 진보가 함께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보수 측 토론자인 김성배 교수는 “세계적 흐름으로 볼 때 국토균형발전정책은 비효율적이지만 대한민국은 추진해볼 만한 나라가 아닐까”라는 의견을 내놨다. “비효율적이지만 많은 이들이 원하는 가치라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균형발전 정책과 지방분권’ 관련 보수·진보 두 발표자의 합의사항

① 지방화는 21세기 한국의 미래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② 균형발전 정책은 지역특화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중앙정부의 일정 역할은 필요하다.

③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은 더욱 강화돼야 하며, 이의 보호를 위해 헌법에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④ 호화청사 신축 등 전시성 사업은 지양하고, 전임자 사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방행정구역 및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지방자치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8월 토론 안내=8월 토론은 31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주제는 ‘교육, 경쟁력인가 형평성인가’. 보수-진보 토론은 올해 말까지 매달 1회씩 열린다. 중앙일보와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가 공동 주최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좋은정책포럼(대표 김형기), 한국개발원(KDI·원장 현오석)이 공동 주관한다.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02-2180-2731~3.



수도권 각종 규제 완화하고, 4개 광역지방정부 고려할 만

인구와 경제활동이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의 집중의 정도는 외국과 비교할 때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역간 1인당 GDP 격차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경제성장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도시화 추세는 세계적 현상이며, 그러한 추세는 세계화의 진행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도시권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대도시권의 발전이 지역 발전을 선도하게 됨을 직시하자. 이제는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할 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같은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은 국민경제의 발전역량을 훼손하는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행정복합도시가 건설되지 않는 지역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정책도 재정 낭비, 지역 간 갈등 조장, 업무의 비효율과 직원 및 국민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새로운 지역발전정책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지역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지역간에 배타적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과 협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의 단위를 광역화하고, 광역화된 지방정부에 재정·규제·교육·치안 등의 권한을 대폭 이양할 필요가 있다.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해, 남한에 4개 정도의 광역지방정부를 두는 것도 (통일 후에는 북한에 2개를 포함 모두 6개 정도의 광역지방정부를 두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수 신도철 교수 (숙명여대)



전 국토의 자원화 정책 중요 … 지방분권 핵심은 재정분권

지역간 발전격차, 수도권 비대화, 지방 공동화(지방 재정·대학·인력·기업·문화의 사막화)는 우리 사회의 최대 갈등 요소다. 앞만 보고 돌진한 근대화 과정에서 지방은 말 그대로 소외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균형발전 철학과 정책은 존중돼야 한다. 절대빈곤 시기에 농촌을 해방시켰던 새마을운동처럼, 자력갱생에 필요한 기술·재원·인력·기업 등이 턱없이 빈약한 지방에 발전의 기초여건을 마련하고, 지역간 삶의 질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민운동 차원으로 이해돼야 한다.

각 지방을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와 중앙정부의 의무다. 북유럽 강소국들의 ‘전국토 자원화 정책’을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우리나라 같이 작은 국가에서는 ‘수도권 성장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만큼이나 ‘전국토의 자원화 정책’도 중요하다.

지방분권에 대한 보수·진보 양 진영의 입장은 외견상 일치한다. 양자 모두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에 전폭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보수논객들이 주장하는 광역 분권체제 구축안에는 함정이 있다. 보수 측의 기초지자체 통폐합안은 지방분권의 근본을 해친다. 분권의 최종 목표는 지방자치 공고화와 실질 민주주의 달성이다.

재정분권은 지방분권의 핵심이다. 지방재정 갈등을 성공적으로 조정한 나라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자 지역의 가난한 지역에 대한 이타적 시혜 문화’가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하나’라는 정신이 지방재정 조정제도의 출발점이 돼야 하며, 중앙정부는 그런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진보 김영정 교수 (전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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