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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해도발] "일부어민 주장 NLL 부근 꽃게잡이 남북 교전 원인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해교전 당일 꽃게조업 어선들이 어로통제선을 벗어나 조업을 하는가 하면 일부 어선은 북방한계선(NLL)까지 접근했으나, 군 당국이 이를 묵인했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 등에 의해 제기돼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경비정이 기습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 등은 우리 어선들이 어로통제선을 벗어나 조업한 바는 있으나 모두 NLL 남쪽이었는데, 일부 어선의 이탈조업 때문에 교전이 벌어졌다는 것은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합리화해 주는 발상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해교전 당일 어민들의 조업구역 등을 어민과 군 당국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해 본다.

서해교전이 벌어진 지난달 29일 오전 6시. 꽃게조업에 나선 연평도 어선 30여척 중 20여척이 NLL 6마일 남쪽에 그어진 '적색선(Red Line)' 인근까지 올라가 조업을 했다고 일부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당시 이탈조업이 이뤄진 것은 해군과 해병대가 묵인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밝히고 있다.

어민 김모(43)씨는 "교전 당일 3~4척의 어선은 적색선을 넘어 NLL 1~2마일 전방까지 접근했으며 교전이 벌어질 때도 꽃게잡이를 했다"며 "조업구역을 벗어나 어선들이 북한 경비정의 레이더에 잡히는 등 북한의 신경을 건드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군 관계자는 "일부 어선이 어로통제선을 벗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탈조업을 묵인하지 않았으며, 적색선을 넘어가 조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해군작전사령부 등의 '해군지휘전술통제체계(KNTDS)'의 모니터를 통해 이 일대 해상의 모든 상황이 실시간대로 체크되고 있어 고속정 편대 등이 적색선을 넘어 조업하는 어선을 묵인할 수가 없다는 게 해군 측 설명이다.

일부 어민과 군 당국 간에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은 오전 8시. 일부 어민은 "북한 경비정이 오전 8시쯤 NLL을 넘어 남하하자 해군이 어선들에 긴급 철수명령을 내렸다"면서 "따라서 어선들은 연평도의 당섬부두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오전 8시 철수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소리"라며 "철수명령을 내린 시간은 북한 경비정이 NLL을 첫번째로 넘기 직전인 9시50분쯤이었다"고 설명했다.

철수명령을 내린 시간을 놓고 해군 측과 일부 어민 사이에 1시간50분이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한 합참과 해군은 9시54분과 10시1분 북한 경비정이 각각 NLL을 침범해 우리 고속정 편대가 즉각 대응기동에 나섰으며, 그중 뒤늦게 NLL을 넘은 북한 경비정이 우리 참수리 357호정을 향해 기습공격을 가했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어민은 "고속정 편대가 이탈어선을 통제하는 바람에 출동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업구역(어로통제선 이남 지역)외 조업허가'를 놓고도 일부 어민과 해군 측 입장이 엇갈린다.

어민 김모(40)씨는 "교전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해군 2함대사령부와 해군 연평부대가 연평도 어민회에 조업구역 외 조업을 허가해 이탈조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군 측은 "조업허가권은 옹진군청이 갖고 있는데 어떻게 해군이 허가를 내줄 수 있느냐"며 "해군은 어민 피랍 방지 업무를 맡고 있어 불법조업 단속권을 갖고 있는 옹진군청과 해경에 협조할 뿐"이라고 밝혔다.

해군 관계자는 "어민회가 꽃게철이 끝남에 따라 26~30일까지 조류에 밀려 북상한 어구(꽃게틀)를 회수하겠다고 요청해 해병 연평부대장이 구두승인했다"면서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과 일부 어선의 이탈조업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철희·고수석 기자, 연평도=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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