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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유출 막자” 파격 교육 지원 나선 시장·군수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3형제가 2014년까지 5년간 매년 100억원씩 사재를 출연해 기금 500억원의 장학재단을 설립하겠습니다.”

하성식(58·무소속) 경남 함안군수가 최근 군민에게 한 약속이다. 장학기금으로 공부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지역학생의 외지 전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함안상공회의소 회장 출신인 하 군수는 현지에서 한국제강㈜, 동생 종식씨는 한국정밀기계㈜, 경식씨는 한국주강㈜을 각각 경영하고 있다. 하 군수의 인재 지역발전론에 두 형제가 동의해 일궈낸 성과다.

취임 2주도 안 된 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지역 교육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보다 좋은 교육여건을 만들어 인재를 키우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또 주민들의 관심이 가장 큰 교육행정을 통해 표밭을 다지겠다는 계산도 있다.

우선 수업료 지원과 무상교육 확대를 통해 교육환경 개선을 노리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하동군은 내년부터 예산 3억3000만원을 들여 학비 전액(260여 명) 또는 일부를 자부담하는 학생에게 수업료와 기성회비·급식비를 지원, 무상교육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예 조례까지 제정해 무상교육 확대를 추진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그러나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상기(53) 부산대표는 “교육분야 지원은 그동안 단체장들이 대거 공약을 하고도 잘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예산이나 수익자 부담 원칙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무상급식·무상교육 등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남 화순군은 9월부터 지역 고교에 다니는 학생 전원에게 수업료를 지원하기 위해 조례 제정과 예산 확보에 나섰다. 화순지역 고교는 4곳, 학생은 2218명이며, 이들이 부담하는 수업료는 연간 63만원 정도다. 전완준 화순군수는 “이미 장학금을 받는 학생을 제외하면 연간 5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수업료 지원으로 지역 중학생의 타지 전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학생을 위한 장학기금 확대도 적지 않다. 충남 천안시는 주민 기부를 통해 3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한다는 전략을 세웠고, 경남 사천시는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명문대생 배출고교에 학습기자재 구입비를 지원하겠다는 인센티브를 내놨다. 장학금을 늘리기 위해 월급 기부를 약속한 단체장도 있다.

명문대 진학생들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우수학생 육성전략도 내세운다.

경남 하동군이 대표적인데 내년부터 서울대 등 2~3개 명문대에 진학하는 고교 졸업생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유행 하동군수는 “외지로 안 나가도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교육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조 군수는 “현재 3~4명인 명문대 진학생이 더 늘어나더라도 연간 예산 7억~8억원이면 충분해 군 예산과 장학재단 기금을 절반씩 사용해 우수학생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시는 서울대 진학 고교생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제화 교육 지원을 내세운 기발한 단체장도 눈에 띈다. 충북 옥천군의 경우 기숙학원 개념의 종합교육회관을 2013년까지 완공하고 지역 내 초·중등 학생들의 해외 어학연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인 재원마련 계획은 없었지만 군 측은 예산을 우선 배정해서라도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상대 박재흥(59)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만들기, 복지·문화 수준 향상 등에도 힘을 쏟아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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