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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가로막는 ‘사이버 명박산성’부터 허물어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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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34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최근 내놓은 아이폰4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앞·뒷면을 강화유리로 매끈하게 덮은 아이폰4는 금속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 문제는 내부 안테나의 위치다. 왼쪽 아래에 있어 왼손으로 단말기를 감싸 쥐면 통화 감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한 사용자가 잡스에게 e-메일을 보냈다. “금속 테두리에 손이 닿으면 전화가 끊긴다. 고칠 생각이 없나.” 이에 대한 잡스의 답은 “그런 식으로 잡지 마라(Just avoid holding it in that way)”였다. 업계에서 ‘독불장군’으로 소문난 잡스다운 대응이다.

김창우 칼럼

애플이 이런 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나온다. 정보기술(IT) 전문 온라인 매체인 ‘보이지니어스리포트(BGR)’는 애플의 고객 대응 매뉴얼을 공개했다. 결함 가능성을 부인하고 공짜 고무 케이스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항목이 들어 있다. 영국 BBC와 미국 CNN까지 보도에 나서면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미국 메릴랜드주에서는 이미 구매자 두 명이 소송을 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 법무법인은 집단소송을 내기 위해 피해 사례 수집에 나섰다. 물론 ‘소송의 천국’이라는 미국인 만큼 법정 공방이 벌어진다고 해 애플이 꼭 불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설계 결함 가능성과 잡스의 ‘거만한’ 대응 탓에 일이 커지는 분위기다.

바람 잘 날 없는 사이버 세상이라지만 요 며칠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은 폭풍이 몰아치는 듯하다. 애플에 이어 구글도 구설에 올랐다. 이 회사는 올 초 중국에서 “인터넷 검열에 반대한다”며 철수 불사의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최근 태도를 바꿨다. 구글의 중국 내 인터넷사업면허(ICP)가 지난달 30일 만료됐지만 중국 당국이 갱신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일 “구글차이나가 ‘중국 법을 지키겠다’는 문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국가 권력 전복, 민족 갈등 조장, 음란물 등과 관련된 모든 콘텐트를 차단하고 있다. 구글 역시 검색 결과에서 이런 내용을 걸러내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포기할 수 없었나 보다. 본인 확인제에 반발해 한국에서 ‘유튜브’ 서비스를 포기한 구글이다. 청와대조차 국적을 ‘한국’이 아닌 ‘전 세계’로 바꿔 이명박 대통령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기묘한 상황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구글이 중국에는 굴복했으니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아이폰에 결함이 있다면 안 사면 그만이지만 인터넷 통제는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으니 더 큰 문제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을 보면 구글을 성토하거나 중국을 비웃을 기분이 들지 않는다. 최근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졌다. 발단은 2008년 만들어진 30분짜리 ‘쥐코’라는 동영상. 미국 의료보험의 허점을 다룬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를 패러디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정부가 한 기업인을 압박했다고 한다. 2년 전 일이니 지금은 다를 것이라고? 올 3월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한국을 호주·태국 등 10개국과 함께 인터넷 검열 감시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북한·중국 같은 ‘인터넷의 적’ 수준은 아니지만 사용자들의 익명성을 위협하고 자기 검열을 부추기는 등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이유다.

실제로 웹 브라우저 주소창에 ‘소라가이드’를 쳐 보라. ‘불법 정보를 담아 차단된 사이트’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KCSC)의 경고가 뜬다. ‘우리민족끼리’를 쳐 봐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다 큰 어른이 성인용 콘텐트나 친북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 효과도 의심스럽다. 포르노 사이트는 정부가 막으면 트위터로 새 주소를 알려 주는 숨바꼭질을 이어 가고 있다. 해외에서 운영하는 웹 프록시 서버를 거쳐 우회하는 방법도 있다.

인터넷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나서 막고 차단하는 식의 해결 방법은 모양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 촛불집회를 ‘명박산성’으로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표적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악플(악성 댓글)’만 봐도 세대나 정치적 성향, 성별에 따른 의견 차이에서 나타난 결과일 따름이다. 아동 포르노나 불법 복제 같은 명백한 불법이 아닌 이상 표현의 자유는 좀 더 보장해 줘야 한다. 이젠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 ‘인터넷 명박산성’을 허물 때가 됐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고 정부가 불러 조사하는 건 너무 구시대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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