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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성욕 왜 생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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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프로이트는 인간의 섹스가 부모로부터 부여 받은 유전자에 의한 소질의 재현보다 유아기부터 면면히 계속되는 그 사람의 성의 역사가 집대성된 것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이를테면 밝고 구김살 없는 역사를 면면히 이어간다면 밝고 건설적인 성행동을 보여주고, 어둡고 우여곡절이 많은 성의 역사를 겪으면서 자라게 되면, 비뚤어진 성의 면모가 나타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이론이다.

곽대희의 性칼럼

이에 대한 설명을 좀 더 이어간다면, 인간의 성은 성장단계별로 한 단계 한 단계 발전, 성장하는 생식능력을 지칭한다.

갓난아기일 때는 입술이나 혀로 접촉 욕구를 충족하는 구순기(口脣期)를 거쳐, 배변시 항문 주변에서 느끼는 배설의 엄청난 쾌감-그것을 즐기는 항문기(肛門期), 그리고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면서 거기서 파생되는 에로티즘을 즐기는 남근기(男根期), 성기를 이용해 성욕을 본격적으로 충족시키는 성기기(性器期), 이런 순서로 유아기를 통과하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남근기에 해당하는 연령기에서는 발가벗고 타인 앞에 나서는 행동 등으로 성욕이 가진 공격적 면모를 충족시켜 나간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시기에 과잉보호 상태에서 유아가 공격적인 성욕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은 채 사춘기로 자라게 되면 남근기의 공격성이 어른이 된 뒤 표면화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성장기를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것이 한 사람의 결혼생활 행·불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가 되는 셈인데, 이 성이 성숙되는 과정을 순탄하게 보내지 못한 사람은 남근기의 공격성이 어른이 된 뒤 표면으로 드러나는 일이 생긴다.

다음은 그 실례 중 하나다. 고등학교 2년생으로 대학입시 준비에 몰두하는 P군은 학교 성적도 뛰어나고, 여러 가지 면에서 모범생으로 칭찬받는 인물이다. 아들이 S대학에 들어가 엘리트 코스를 밟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삼고 있는 모친 앞으로 어느 날, 한 통의 투서가 도착했다.

‘댁의 아드님이 2층에 있는 방의 창문을 열고 성기를 내보이며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딸을 기르고 있는 이웃에 폐가 되므로 부디 중지하도록 주의시켜 주십시오.’

하지만 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친은 그 투서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투서가 서너 차례 연달아 왔으므로 아들의 결백을 증명하자는 생각으로 아들 책상 서랍을 조사했더니 이상한 노트가 발견되었다. 그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충격적 사실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방 안에 들어왔다. 남자는 그녀의 몸을 꽉 껴안았다. 그러자 여자가 신음하며, 몸을 비틀었다. 남자가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빨았다.

“자, 이제 옷을 벗어!” 그녀가 거부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사내는 여자를 후려갈겼다. 그녀는 울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남자가 거듭 다그치자 여자는 브래지어를 풀고 몸을 비틀면서 팬티를 벗었다. “두 손을 뒤로 히프가 있는 쪽으로 돌려서 잡고, 다리를 벌리고 서!”

그가 명령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라 했다. 사내는 붉은 젖꼭지를 꽉 움켜쥐고 다른 한쪽 젖꼭지를 깨물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여자에게 폭행을 가한다는 내용이다.

이 학생의 정신구조 속에 유아기의 심리적 고착, 갓난아기 시절에의 향수 같은 것이 남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자녀에 관한 일은 모두 아내에게 맡겨둔 채 바깥 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집에 머무르면서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이 적었던 부친 때문에 유-소아 때 성인 남자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익히지 못한 채 성장했다는 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그 아들 곁에 늘 붙어있던 모친의 뜨거운 시선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자주성을 확보해야 할 나이에 모친의 과잉보호가 성적으로 성숙을 저해하고 있음을 몰랐던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이 유아시절 남근기에 해당하는 성욕의 불완전 연소를 초래함으로써, 고2가 되었어도 아직 남에게 페니스를 과시하는 기쁨이라는 형태로 성욕을 충족시키려는 유아기적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9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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