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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육 환경 변화 :자기계발로 사회전체'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섬유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게 꿈인데 친구들과 전통 염색 방법을 배우니까 진로와 관련한 공부에 도움이 되고 재미도 있어요."

주5일 수업제 연구학교인 부산 충렬여중 2학년 서혜진(14)양은 매달 둘째 토요일이면 친구들과 함께 양산 통도사의 염색 전문가로부터 전통 염색을 배운다.

학생 스스로 진로와 관련한 학습을 하도록 유도하는 '토요일 적응활동'프로그램의 일환이다. 徐양은 셋째주 토요일이면 '재택 독서활동'을 한다.

집에서 컴퓨터로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독서 주제를 확인한 뒤 가족과 토론도 하고 느낀 점 쓰기,이미지 삽화 그리기 등을 한다. 토론방에 들어가 지도교사와 일문일답도 한다.

주5일 근무제의 확산은 학교·사회교육 환경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 학생들은 徐양의 경우처럼 자율학습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

여가 시간이 많아진 직장인들은 외국어 공부 등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학원 등 교육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 기회 확대=주5일 수업이 도입되면 학생들은 쉬는 토요일을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로 활용하게 된다.

학교와 지역사회시설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고 혼자서 또는 가족과 함께 '스스로 학습'할 수도 있다.

격주로 주5일 수업을 하는 서울 창림초등학교 5학년 강선영(11)양은 쉬는 토요일마다 창동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스포츠 댄스'를 배운다.

姜양은 "스포츠 댄스를 처음 접했을 땐 익숙하지 않아 혼란스러웠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자꾸 하다보니 상당히 재미있고 신도 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주5일 수업에 맞춰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다양한 토요일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교내에서 컴퓨터·종이접기·그리기 등 12개 프로그램(전교생 1천6백70명 중 4백32명 참여)을 운영하고, 도봉도서관·구민회관·문화원·청소년 문화의 집 등 4개 지역사회시설에서 사물놀이·동화구연·스포츠 댄스 등 10개 프로그램(2백80명)을 진행한다.

문중근 교장은 "학교와 지역사회시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겐 친구끼리나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체험학습의 종류와 방법 등을 안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5일 수업은 전국 83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단계적으로 모든 학교에 도입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엔 월 1회, 2004년엔 격주로 주5일 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사회교육 수요 증가=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여가시간을 활용해 자격증을 따거나 어학·컴퓨터 등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습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년 전에 주5일제를 도입한 한솔교육의 나진복(28·재경팀)씨는 토요일 오전이면 서울 종로에 있는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오후에 수강할 학원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회계학원에 다니고 있는 羅씨는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대학시절에 포기했던 공인회계사 시험에 다시 도전해 볼 생각으로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일반 직장처럼 토요일에 출근을 한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학 학원들도 늘어날 교육수요에 대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얼싼 중국문화원 김충식 사장은 "주5일제 확산은 직장인들의 자기 계발을 위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며 "토요집중반과 토·일요일반 등 보조적으로 운영해 온 주말반을 강화하고 노래방·카페 등을 활용해 가족이 함께 중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가족반'도 특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데 맞춰 기업들이 성과 위주의 인사관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대다수 직장인들은 여가시간의 상당부분을 자기계발에 할애할 것이고 임원 등 간부사원들은 퇴직 후를 준비하는 학습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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