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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이 2002 大選후보에게… "가식적이고 정략적 계산 안해야" "지역 기반 기득권 포기할 수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당과 야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두 명이 확정됐다. 이들의 대권 행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에 거는 네티즌의 기대와 바람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초 중앙일보 인터넷 조인스닷컴(www.joins.com)에 개설된 게시판 '2002 대선 후보에게 바란다'에는 지금까지 약 3천8백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의 대립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원하다가도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게 흡사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민초들의 생각은 곳곳에 시대 변화와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절박한 심정이 배어난다.

후보 확정에 즈음해 독자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의 글을 걸러 정리해 본다.

우선 네티즌들은 최근 두 후보가 보여준 미묘한 변화에 주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는 등 세를 확산하려는 노무현 후보의 움직임과 '낮은 몸가짐'으로 서민층을 끌어안으려는 이회창 후보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rjinwoong'은 "김 전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등에 업고 영남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지만 과거 정치인에게 손을 뻗치는 것은 그들과 차별화하겠다던 후보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며 "속이 들여다보이는 정략적인 계산으로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강태공'이라는 네티즌은 "현실정치를 감안해 세를 불리려는 노력은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이것도 대선 전략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흑표범'은 "후보가 최근 서민에게 다가서는 행보는 가식적이며 정략적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쇼', '할리우드 액션'이라고까지 비하했다. 반면 아이디 '조국사랑'은 "후보가 서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것은 마땅히 환영할 일이지 결코 비난할 일은 아니다"며 "후보의 '몸 낮추기'를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선거 때만 되면 고질적으로 활개를 치는 지역감정에 대한 토론도 오갔다. 차혁준씨는 "기득권이 있는 정당들은 지역대결 구도가 사라지면 정당의 존립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당들은 지역 기반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지역구도를 고착시키려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아이디 '고바우영감'은 "자연스런 연대의식이 나쁠 건 없지만 지역감정으로 악용되는 게 문제"라며 "유권자들이 출신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이상과 맞는 후보를 찍는 용기와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빚쟁이'라는 네티즌은 "지역과 인물이 필요했던 시대는 갔다"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진 지금 대통령은 단지 국가라는 큰 물줄기가 순탄하게 흐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면 족하다"고 했다.

김오중씨가 올린 글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호남과 영남이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길은 생각해 보지 않았나요? 벽을 허물어 갑시다."

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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