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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감독의 무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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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패장은 말이 없다. 조용히 물러날 뿐이다.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팀 감독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건은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의 조별예선 탈락이다. 이탈리아는 25일(한국시간) F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슬로바키아에 2-3으로 패하며 2무1패를 기록,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16강 진출이 좌절된 데 대해 이탈리아 언론들은 자국 대표팀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이탈리아는) 마땅히 월드컵을 떠날 만하다. 지난 50년을 통틀어 최악의 팀이었다”며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혔던 뉴질랜드(F조 3위)보다도 못한 성적을 거두며 조 꼴찌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80년 역사상 전 대회 우승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기는 이번이 네 번째다.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이탈리아,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며, 가장 최근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바 있다. 월드컵에서 네 번이나 우승한 이탈리아가 16강에 오르지 못하기는 74년 서독 월드컵 이후 36년 만이다.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은 경기 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와 그리스 감독들은 이미 물러날 뜻을 분명히 했다. 월드컵 전부터 퇴출이 기정사실화된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은 최악의 성적에다 팀 갈등까지 겹쳐 가장 먼저 퇴출이 확정됐다. 2004년부터 대표팀을 맡아 2006년 독일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이번 대회 1무2패로 무참하게 무너졌다. 팀 핵심인 니콜라 아넬카가 감독에 맞서 욕설을 퍼부은 뒤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는 팀 훈련 거부를 주동하는 등 ‘콩가루 집안’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오토 레하겔 감독도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그리스를 떠난다. 물론 조별리그 탈락이 사퇴의 직접 원인이다. 일말의 성과를 거둔 팀도 감독 교체는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영국 BBC는 C조 알제리의 라바흐 사단 감독이 그만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81년부터 다섯 차례나 알제리 대표팀을 맡았던 사단 감독은 24년 만에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으나 거기까지였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우승을 안긴 명장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파레이라 감독(남아공)도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역대 월드컵 최다 출전(6회) 사령탑인 그는 1승1무1패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지만 사상 최초로 개최국을 16강에 올려놓지 못한 감독으로 월드컵 역사에 남게 됐다. 오명철 기자Sponsored by 뉴트리라이트,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공식건강기능식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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