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의 웃음

중앙선데이

입력 2010.06.26 01:16

지면보기

172호 02면

“This country is truly part of me(이 나라는 이제 정말 나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EDITOR’S LETTER

런던 트래펄가 광장 옆 주영한국문화원 게시판에 적혀 있는 글귀입니다. 지난 16일부터 7월 17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과거로부터 온 선물(Present from the Past)’ 전시를 보고 난 한 영국인 참전 용사의 소감이었습니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주영한국문화원이 마련한 이 전시는 6·25를 주제로 하는 한국 현대미술전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5만8000명의 젊은이를 우리나라에 보냈죠. 이 중 지금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는 4000명 정도입니다. 이 분들에게 뭔가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 작가들에게 무작정 e-메일을 보내 취지를 설명하고 작품을 보내달라고 했죠. 정말 고맙게도 무려 40분이 흔쾌히 이 작업에 참가해 주셨어요.”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김승민씨의 말입니다. 그는 이 작품들을 경매에 부치겠다고 했습니다. 수익금은 전액 영국참전용사기금에 기부하기로 했고요. 영국 소더비의 부회장인 해리 덜메니 공작은 9월 자선경매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40개의 작품을 한 장씩 총 8만 장의 엽서로 만들었습니다. 이 근사한 그림 선물세트는 한국전 참전용사 4000명에게 6월 25일 전해졌습니다.

15일 열린 개막식에는 많은 사람이 참석했습니다. 참전용사 중에는 가족과 함께 온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들은 폐허뿐이던 나라가 세계 최고 품질의 TV와 휴대전화를 만들고, 월드컵에서 영국 못지않게 활약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며 옛날을 반추했습니다. 이제 백발이 되거나 머리가 다 빠져버린 노병들은 강용석, 도윤희, 이세현, 이용백, 세오, 신미경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웃음 지었습니다. 이들에게 전달된 엽서 세트는 60년 전의 젊음을 되돌려주는 마법의 그림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사진 주영한국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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