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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역도산은 울지 않아… 다만 눈물을 흘릴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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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감독 : 송해성
주연 : 설경구.나카타니 미키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홈페이지 : www.rikidozan.co.kr

20자평 : 여기도 설경구, 저기도 설경구. 감독에게 고마워해야겠다.

15일 개봉한 '역도산'은 설경구의 '1인 활극'에 가깝다. 고국을 등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성공을 향해 줄달음쳤던 프로 레슬러 역도산의 일생을 '덜도 아니고, 더도 아니게' 표현했다. 대사의 97%가 일본어인 '역도산'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비장감 넘치는 언어 구사다. 일상에선 거의 쓰지 않는 문어체 대사가 한글 자막으로 깔린다. 때론 무협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다. 그런 만큼 부담스러운 구석도 있다. 스모든, 레슬링이든 최고를 꿈꾸었던 역도산의 '말, 말, 말'을 들여다보면….

*** 말로 풀어 본 역도산

▶"난 일본이고, 조선이고, 그런 것 몰라. 난 역도산이고, 난 세계인이다."

한국인임을 밝히라는 고향 친구에 대한 역도산의 대답. 이방인의 비애가 듬뿍 담겨 있으나 어쩐지 좀 오버(?)한 느낌.

▶"딱 한번 사는 인생, 착한 척할 시간이 어딨냐."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던 그의 삶을 비서에게 요약해 표현할 말. 역도산은 결국 성공지상주의의 희생양이 된다.

▶"역도산은 울지 않습니다. 다만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자신을 후원하던 간노 회장에게 레슬링을 배우러 미국에 보내달라고 호소하며. 자기 마음도 속이는 '사나이 콤플렉스'의 단면.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고 싶었다."

야쿠자 칼에 찔려 입원한 병원에서 제자 김일에게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성공하는 것만이 과연 크게 웃는 걸일까. 역도산은 스모 선수들에게 뭇매를 맞을 때도 "맘껏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나싱(Nothing)"

미국에서 성공해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도와드릴까요"라는 승무원에게 건넨 말. 실제로 영어를 잘했던 역도산이 말한 유일한 영어다. 적응력이 뛰어난 그의 성격을 압축했다. 묵중했던 영화도 잠시 가벼워진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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