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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잔혹한 가학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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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젊었을 때만 해도 아내에게 얻어맞고 시민단체나 경찰서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못난 남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남자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누구나 약간의 가학성 캐릭터가 존재하고, 여자에게는 반대로 피학성 심리가 잠재돼 있다.

곽대희의 성칼럼

거기다 사나이에겐 근육과 골격의 발달을 돕는 남성호르몬이 풍부하게 분비되고 있어 남녀가 육탄전으로 격돌하는 경우, 여자는 남자와 대적할 만한 체격 조건이 안 된다.

이렇게 내재되어 있던 성격적 특성이 섹스 행위에서 액면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여자들의 힘이 거세지면서 흐물흐물 사라져 가는 느낌이 없지 않다.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섹스의 묘미는 성적 쾌감이 극치를 이루었을 때 뇌가 행사하던 의식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고 의학적으로 ‘작은 죽음’이라는 별명을 가진, 과잉 흥분의 고통이 일어난다.

그 행복한 고통을 견디다 못한 여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와 호흡곤란, 그리고 마치 간질 발작과 같은 사지근육의 경련성 수축으로 이어진다. 이 광경이 출현하면 남성은 그 고통 받는 여인을 보고 정신적으로 지극히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잔혹한 성격의 가학성은 남성에게서 자주 발견되고, 여성은 그와 반대로 학대 당함으로써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옛말이 있는 것처럼 이 심리적 충족을 노리고 지나치게 그 특성을 발휘하다 보면 각종 치명적 사고가 일어난다. 고대 로마제국에서 칼푸르니우스 장군이 살모사의 독을 손에 바르고 처첩 등 여러 명의 클리토리스를 만지다가 모두 치사시킨 사건은 그 무서운 뱀의 맹독 작용으로 일어난 중추신경계의 혼란상을 오르가슴으로 곡해한 결과였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정부(情婦)의 질 속에 몰래 삽입해 놓은 독약이 남자의 페니스를 통해 흡수되도록 해서 연적(戀敵)을 살해한 ‘나폴리 왕 라디슬라스 독살 사건’도 결국 사디즘이 몰고 온 비극의 산물이었다. 또 1857년 5월 북인도 미라토에서 원주민 용병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그들에게 포로로 잡힌 영국군 병사들은 모두 페니스가 절단되고 여성들은 음문에 총구를 박아 살해했다.

이들 여성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에서 영국군 군의관은 모두들 총탄이 질을 통해 자궁을 관통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그 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19세기 중반, 동아프리카 수단을 공격하던 영국과 이집트 연합군 병사들에게서 일어났다. 수적 열세인 힉스 총독 휘하의 영국군 병사들이 수단 군에게 붙잡혀 세계 전사(戰史)상 유례없는 무참한 사형을 당했다.

포로들을 말뚝에 묶은 상태에서 바지를 벗겨내고 페니스 귀두에 꿀을 발라 사막의 유충들이 개미처럼 모여들어 그것을 갉아먹게 방치한 사건이었다. 한편 감옥에 끌려간 백인 병사는 약명 미상의 미약(媚藥)을 몰래 섞은 음식을 먹고, 이상한 성적 흥분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발기한 페니스를 노예들이 구음을 통해 정액을 지속적으로 빨아먹게 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다.

1년여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병사들은 누구나 사지가 쇠약해지고, 늙어버려 두 발로 걸어 나올 수 없었다. 사디즘은 적절하게 응용하면 더할 수 없이 훌륭한 ‘사랑의 묘약’이 되지만, 만약 비뚤어지게 이용되면 감당하기 힘든 포학성으로 표출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9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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