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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지방 건설경기 살리기 … 정부, 리츠 면세 카드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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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방 건설경기에 정부 당국이 많은 관심 가져야 한다.” 대책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라며 팔짱을 끼고 있던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에 백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할 아이디어를 찾아 나선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건설업계와의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보고한다. 시장 상황을 평가하고, 어느 수위의 대책이 필요한지 짚어보는 자리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부동산 시장의 현황 판단에 주력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임종룡 제1차관) 정도다. 하지만 과천 관가와 업계에선 “금명간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방 미분양 단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혜택 등 기존 대책들이 약발을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건설 심현배 부장은 “양도세 감면은 집값이 올랐을 때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아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경기와 관련해 국토부 내에선 ‘정상화하는 과정’이란 시각과 ‘거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한 단계’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는 있다”고 말했다. 필요성이 인정되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 수단이 마땅찮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면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청산을 위해 설정된 위탁관리(페이퍼컴퍼니) 리츠에 대해선 90% 이상 배당 시 법인세(1억원 이하 14.3%, 1억원 초과 27.5%)가 면제된다. 그러나 실존하는 법인으로 장기간 부동산에 투자하는 자기관리 리츠의 경우 면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인세 면제 → 배당 가능액 증가 → 투자 유인 발생 → 투자 활성화’로 침체된 거래를 살려낼 수 있다는 논리다. 국토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일반 법인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세제실 관계자는 “실존하는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 주자는 것은 법인세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검토해볼 여지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리츠 면세가 실현되더라도 그다지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DTI 완화 놓고 논란=수도권 주택시장 대책을 놓고도 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이 엇갈린다. 한나라당에서는 “부동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대출규제 때문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해야 한다”(고흥길 정책위의장)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다. 당정은 이르면 다음주 회의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당분간 DTI와 LTV의 완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4·23 대책에서 DTI 규제에 구멍을 뚫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 기존 주택구입자의 경우 DTI를 완화했던 것처럼 예외 사유를 추가로 허용하는 것이다. DTI 예외 대상 주택의 면적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특례조건을 확대적용하는 방안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DTI 자체를 무력화할 정도의 규제 완화는 한사코 피하고 싶은 선택이다. 기존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국민주택기금 지원제도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 시행은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과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대책 없이 금리만 올리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해 줄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권호·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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