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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경찰청 피해자 비하 발언 진상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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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남 밀양 고교생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 남부경찰서 형사들이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상대로 피해 여중생을 비하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울산 여성의 전화' 등 여성단체 간부 5명은 13일 남기룡 울산남부경찰서장을 항의 방문, "수사 중인 경찰관이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면서 피해 여중생(14)의 실명을 거론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다"며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 담당 형사 5명은 지난 8일 오전 5시쯤 밤샘 수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울산 시내 모 노래방에서 피해 여중생의 이름을 들먹이며 도우미 여성에게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도우미였던 이 여성은 8일 낮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담당 형사가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하하는 말을 해 큰 충격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한정갑 울산경찰청장은 "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노래방에서 피해 여중생을 비하한 것으로 알려진 경찰관 가운데 1명은 이 사건 수사에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지난 8일 울산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한편 경찰은 인터넷에 이번 사건의 피의자가 아닌데도 자기 사진이 게재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신고가 속속 접수됨에 따라 인터넷에 거짓 사실을 유포한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또 이번 사건과 관련,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불구속 입건한 고교생 가운데서도 혐의 내용이 큰 피의자들을 가려내 모두 사법처리키로 했다. 지금까지 가해 학생 41명 중 12명이 구속되고 29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피해 여중생에게 협박한 혐의로 가해 학생의 친척(22)이 불구속 입건됐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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