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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 예절의 핵심은 타인 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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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인천시청 앞 광장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차(茶)명인 1500여 명이 모여 제30회 차의 날 기념식과 전국 차인(茶人) 큰잔치를 열었다. 경연대회에선 김영애(전북) 전문사범이 출품한 ‘녹차가 장미를 만났을 때’가 대상을 받았다. 시민 대상의 차 덖기 체험과 차 예절 시연회, 들차모임(야외 차모임) 경연 등이 잇따랐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이귀례(81)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은 한국 차 문화의 전도사로 통한다. 1970년대 시작된 우리 차문화 부흥 운동의 1세대로, 규방다례(閨房茶禮) 기능보유자다. 규방다례는 조선시대 여인들이 이웃이나 친지를 초청해 다회를 베풀던 의식과 절차를 계승한 것이다.

이날 만난 이 이사장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 등 외래 음료에 눌려있던 우리 차가 이제는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웰빙 음료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다례의 핵심은 타인에 대한 배려”라며 “차는 몸과 마음을 함께 길러주는 삶의 큰 벗”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에 빠진 계기에 대해 “동학농민운동에도 참가했던 할아버지가 친구들이 찾아올 때마다 손녀를 불러 차를 만들게 하고 차 예절을 일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3년 우리 차 문화연구와 보급활동을 시작한 그는 성균관 유학당을 찾아 차 강의를 듣고 차 문화의 고전으로 통하는 다경(茶經)·동다송(東茶頌) 등을 직접 번역하며 공부했다. 79년에는 1세대 차인들과 함께 한국차인회를 발족했고 81년 매년 5월 25일을 차의 날로 지정했다. 사재를 털어 인천 구월동에 다도교육관과 전시관을 세우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다례 강습회를 열었다. 95년 독일을 시작으로 미국·중국·인도 등 15개국에서 한국차문화전을 열어왔다.

인천=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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