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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숲 캠핑의 건강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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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가족은 한 달에 두세 번은 집과 도시를 떠나 전국의 캠핑장을 누비고 다니는 ‘야생족’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주말에도 캠핑 카페회원들과 강원도 봉평으로 캠핑을 다녀왔다. 캠핑 예찬론자가 된 박씨는 “좋은 공기와 가슴이 트이는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면 생활에 생기가 돈다”고 말했다.

레저활동, 관광에서 체험위주로 변화

도심을 벗어나 거친 야생에서 캠핑을 즐기는 캠퍼(camper)들이 늘고 있다. 숲 속에서 텐트치고 아옹다옹 1박2일을 보낸 가족들에게 웃음이 돌아왔다. [중앙포토]

주말이면 야생족들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양복과 서류가방을 던져두고 텐트·침낭·그릴·랜턴 등 야생에 필요한 용품을 바리바리 싸 캠핑(camping)을 떠나는 캠퍼들이 늘고 있다.

캠퍼들에게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광고 카피는 통하지 않는다. 고생을 하더라도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산과 들로 떠난다.

캠핑은 산이나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생활이다. 20년여 전부터 국립공원에서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며 캠핑족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단순히 휴식을 취하고 관광을 하던 여가생활이 ‘체험’ 중심으로 변하며 캠핑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특히 ‘오토캠핑’이 늘고 있다. 하수도 시설과 전기 시설을 갖춘 약 33m² 남짓한 공간에 차를 대고 텐트치고 생활하며 주변 자연을 만끽하는 방식이다. 취사·숙박시설이 모두 갖춰진 캠핑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코오롱스포츠 스포츠용품기획팀 황상훈 과장은 “캠핑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어가며 활성화된다”며 “캠핑과 관련된 30여 개 인터넷카페, 100여 개 동호회에 30여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핑장도 늘고 있다. 국립공원과 휴양림 등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전국에 250여 개가 있다. 캠핑 장비산업도 최근 2~3년 동안 2배 이상 성장했다.

취사·야영 함께하면 가족애 소록소록

캠핑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일상탈출’. 도시생활보다 불편하지만 뒤엉키며 오히려 가족애를 확인시켜 준다.

고대의대 통합의학교실 이성재 교수는 “숲은 오감(五感)을 자극해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돕는다”며 “숲이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숲이 바로 ‘그린 닥터’인 셈이다.

미국 환경심리학자 캐플란도 “숲은 긴장을 회복시켜주는 특성이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캠핑을 하는 동안 머무는 숲·강·바다는 후각·청각·시각·촉각·미각 등 오감을 자극하고 안정화시킨다.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는 항균 작용·항산화 작용을 하는 ‘피톤치드’ 성분이 생성된다. 숲 중에서 계곡이나 폭포 등 물보라가 치는 곳에는 음이온도 발생한다.

우울증·알코올중독·ADHD 치유 효과도

숲의 이점을 활용해 다양한 질환을 치유하는 ‘산림(숲) 치유’ 분야도 관심을 받는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산림 치유는 숲 등 산림환경을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라며 “가벼운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게임과 알코올 등 각종 중독 등의 치료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숲이 휴양지에서 건강 증진과 질병 치유지로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과 미국에선 이미 숲 치유가 자리 잡았다. 독일에는 숲 환경을 이용해 운영되는 병원이 300곳이 넘는다. 고혈압·협심증·당뇨병·우울증·심장질환·재활 등을 치료하기 위해 숲이 ‘메디컬 휴양림’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 등 외국에서는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혈압·삼장박동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유리화 박사는 “숲에서의 활동은 쾌적감이나 안정감을 높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수치를 감소시킨다”며 “일본의 연구 결과 산림욕을 할 때 면역세포인 NK(자연살해)세포의 활성이 높아지고, 그 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숲 치유에 눈뜬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등은 숲 치유가 우울증과 고혈압을 낮춘다는 효과를 확인했다. 한국녹색문화재단은 ADHD 학생과 인터넷게임중독 학생을 대상으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증상이 개선된 사실을 확인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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