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악+힙합=원선,본격 R&B=하림 샛별 둘 '광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가요계에 주목할 만한 신인 남자 가수 두명이 등장했다.

리듬 앤드 블루스(R&B)의 하림과 힙합의 원선. 둘다 스스로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창작 능력을 갖췄으며, 안정된 노래 솜씨가 돋보이는 앨범을 선보여 팬들의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데뷔 앨범 '다중 인격자'를 발표한 하림은 그동안 홍콩 가수 리밍(明)의 '사랑한 후에', 박정현의 '몽중인', 윤종신의 '배웅''머물러요', 이승환의 '이젠 쉼'등을 만들어 작곡가로서 먼저 역량을 과시했던 가수다. 고교 졸업 후 드라마 음악을 만들던 그는 1997년 입대한 공군 모부대에서 가수 윤종신을 만나 인연을 맺으면서 가요계에 본격 입문했다.

'다중 인격자'에는 대표곡 '출국'을 비롯해 모두 열한곡이 들어있다. 모두 그가 만든 곡들로, 발라드에 가까운 이른바 한국적 R&B가 아닌 세련된 본격 R&B를 추구했다. 지난해 재일동포 출신의 신인 가수 진이 한국 데뷔 앨범 '녹턴'에서 시도했던 음악과 비슷한 스타일의 노래들인데 대중적 코드를 좀더 가미했다. 요즘 월드컵 기념 음반에 수록될 박정현의 노래 '글로리어스'를 만들고 있는 그는 "인기는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게 내가 관심을 두는 전부"라고 말했다.

싱글 앨범 '어부사(漁夫詞)'를 발표한 원선은 국악을 접목한 힙합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주목할 만한 래퍼다.

그는 스스로 '국악 힙합'이라고 명명한 새로운 장르의 노래를 통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국악과 힙합을 절묘하게 뒤섞어 한국적 힙합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힙합 전문 레이블 마스터 플랜이 내놓은 앨범 'MP 힙합 2001 대박'에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의 '아이보개'를 샘플링한 '서사'를 수록하며 주목을 끌기 시작한 그는 이후 숙명여대 퓨전 국악연주팀 눈꽃소리와 국립국악원에서 협연하고 서울대 국악과에서 특강하는가 하면 KBS 위성TV의 음악프로그램 '소리기행'리포터로 활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앨범 '어부사'에는 대표곡 '어부사'를 비롯해 모두 여섯곡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판소리 춘향전 8시간 완창을 기록한 소리꾼 이자람과 함께 부른 '어부사'는 그가 지향하는 새로운 힙합이 어떤 것인지를 단번에 알게 해주는 독특한 노래다. 가야금 선율에 얹은 랩이 절묘하다. 영화 '두사부일체' 마지막 부분에 삽입했던 '꼬마 달건이2'도 들어있다.

원선은 "국악과 힙합은 음악적으로 통하는 바가 많다.외국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힙합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중 숭실대 교수가 부친이며,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작은 할아버지다.

최재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