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운지] 외국인들이 말하는 '서울 생활'

중앙일보

입력 2004.12.09 18:44

업데이트 2006.02.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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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일 성북구청이 마련한 외국인 행사에 참석한 갈레르모 킨테로 베네주엘라(左) 대사가 건배한후 술을 다 마셨다는 표시로 머리에 잔을 거꾸로 들어보이고 있다. 그 오른쪽에 줄리아 가이어 독일대사 부인, 미카엘 가이어 독일대사, 서찬교 성북 구청장, 하씨나 아리즈 알제리 대사 부인, 압둘 아리즈 알제리대사. 임현동 기자

서울시가 외국인들에게 귀를 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최근 서울시와 성북구가 마련한 마을회관(타운홀) 모임에 참석해 교통.의료.쓰레기 문제를 지적했고 공무원들은 개선을 약속했다.

8일 오후 7시 서울 길음동 현대백화점 이벤트홀. 미카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가 한국어로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하자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성북구가 마련한 이 모임에는 외교사절을 포함해 58명의 외국인이 참석했다. 성북구는 지난해부터 '성북에서 아름다운 추억을'이라는 모임을 통해 외국인들의 불편사항을 청취해왔다. 성북구는 독일.포르투갈 등 23개 대사관저가 있는 외교관저 밀집지역이다. 킨테로 베네수엘라 대사 부부, 아리츠 알제리 대사 부부 등 외국인들은 원탁 주위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구청 공무원.구의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네덜란드 출신인 일로나 비라하드락은 "서울은 치안이 좋은 안전한 도시"라면서도 "외국인 전용 병원이 멀고 외국인 학교 수가 적은 것은 불편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주한 네덜란드인 자선 댄스파티를 열고 그 수익금을 장애아동 돕기에 기증해 명예구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주교 성북 노동사목회관에서 외국인 노동자 카운슬러로 활동 중인 캄폰 생사이게유(태국)는 "최근 영어로 된 교통안내 간판이 많아져 편리해졌다"며 "다만 외국인 노동자라고 무조건 냉대하는 풍토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찬교 구청장은 "지난 7월 인베스트 코리아 단장인 앨런 팀버릭(영국)이 제안한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3.5km)가 내년 상반기 중 만들어진다"며 "지난 8월 배포한 쓰레기 재활용 영어 안내문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처럼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시청에서는'서울타운미팅'이 열렸다. 여기 참석한 주한 외교사절 등 외국인들도 서울살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 모임은 서울시가 외국인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개선방안을 찾아보려는 취지로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해왔다.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은 이날 행사에는 외국인 100여명이 참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프란스 햄프신크(네덜란드)소장은"빨간 불이 들어와도 정지선을 지키는 버스를 보지 못했다"며 "CCTV 등을 설치해 난폭 운행 버스를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드로 고예나가 주한 코스타리카 대사는 "응급상황에서 대형병원을 찾아도 영어를 수월하게 하는 의료진을 만나기가 매우 힘들고 외국인에 대한 의료 혜택이 부족하다. 그래서 서울에서 아플 경우 너무나 돈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외국인종합지원센터 자원봉사자 엘리자베스 매클룬(영국)은 "서울광장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 공원인데 이익단체들의 집회가 늘면서 데모 광장으로 전락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일부 참석자는"주요 건물이나 공공시설에 외국인 전용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외국인에 대해선 교통위반 단속을 눈감아줘야 한다"고 주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시 원세훈 부시장은 "지난해 서울타운미팅에서 제안된 교통방송 영어 프로그램 등이 현재 시행되고 있다"며 "올해 지적된 사항들도 시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병철.김은하 기자 <bonger@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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