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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윤태웅 "폭풍 슬랩슛 막을자 나와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야구공(약 1백45g)보다 무거운 1백70g짜리 고무덩어리가 시속 1백80㎞의 속도로 날아온다면□ 아무리 운동신경이 발달한 선수라도 몸에 맞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상의 위험도 있다.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2001 강원도컵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서 그 속도로 강슛을 터뜨리는 '괴물'이 있다. 동원 드림스 수비수 윤태웅(25)이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대포알 같은 슬랩슛(골프스윙하듯 강하게 때리는 슛)을 구사하는 윤선수를 만나고 나면 두번 놀란다.

1m85㎝.95㎏의 듬직한 체격의 윤선수는 경기 도중 싸움 한번 할 줄 모르는 순둥이다.

또 하나는 어디서 한번쯤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얼굴이다. 원로 영화배우 윤양하(60)씨가 그의 아버지다. 영화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형 세웅(27)도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지난 21일 벌어진 동원과 연세대의 경기는 윤선수의 진가가 드러난 일전이었다. 2피리어드까지 2-2를 기록한 동원은 3피리어드 들며 필사의 공격을 했고 파상공세에 밀리던 연세대는 13분쯤 수비진의 잇따른 파울로 두명의 선수가 퇴장당했다.

파워플레이를 펼치던 동원은 외곽에서 퍽을 돌리다 윤선수에게 슛 찬스를 만들어줬고 윤선수는 오프사이드 라인 선상에서 벼락 같은 강슛을 때렸다. 강한 파열음과 함께 퍽은 골리의 다리를 퉁긴 뒤 네트를 갈랐다.

결승골이 터진 후 30초 만에 윤선수는 또 한번 연세대 골을 향해 대포알 같은 슛을 날렸고 대학 최고의 골리 손호성은 몸 한번 움직이지 못한 채 추가골을 내줘야 했다.

덩치가 큰 윤선수는 얼음판에서 숱한 화제를 낳았다. 중1 때 이미 1m75㎝였던 윤선수는 일본원정 때 초청팀 관계자들이 코치로 착각, "코치님"이라고 깍듯이(□) 모셨다. 또 경성고1 때부터 주니어대표가 된 윤선수는 중국원정 때 현지 신문에서 '타이거 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상대팀 선수들이 윤선수의 보디 체크를 피해 도망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상대팀 골리는 윤선수가 퍽을 잡기만 해도 수비수들에게 "막아, 막아"라며 슛을 쏘지 못하도록 애원에 가까운 부탁을 한다.

시련도 있었다. 연세대에 진학한 윤선수는 아버지가 15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한 뒤 생활이 어려워지자 2학년이던 96년 스틱을 놓았다. 체중은 점점 불어나 1백20㎏이 넘는 '하마'로 변했고 스타들이 즐비한 연세대에서는 다시 빙판에 서기 어려웠다.

이때 윤선수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사람이 동원 김삼덕(37)감독이었다. 연세대 선배인 김감독은 윤선수를 설득해 스카우트했고 당시 연세대 이재현 감독(현 현대 오일뱅커스)도 옛 제자의 앞날을 위해 이적을 동의해줬다.

김삼덕 감독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결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점차 옛 기량을 찾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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