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공정이어서 시행 착오가 잇따랐다. 아이스바 표면에 입힌 초콜릿에 비스킷을 입히는 게 관건이었다.
초콜릿이 적당히 굳은 상태에서 크런치(비스킷을 잘게 부순 것)를 묻혀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정하기가 힘들었다. 너무 일찍 묻히면 크런치가 흘러내렸고, 너무 늦게 바르면 골고루 입혀지지가 않았다.
국내 기술과 공정으로는 원하던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덴마크에 ‘라이젠’이라는 초콜릿·크런치 코팅 기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설비를 들여왔다. 우여곡절 끝에 설비를 최적화해 아이스바에 초콜릿을 입힌 후 바삭한 크런치를 골고루 입히는 데 성공했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데에 1년여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출시를 앞두고 제품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던 당시 롯데삼강 김규식 사장은 제품을 내놓는 1983년이 돼지해라는 데 착안했다. “돼지가 복을 상징할 뿐 아니라 친근하고 푸짐한 맛의 크런치 아이스바와 어울린다”며 ‘돼지바’로 하자고 제안했다.
사내에선 반대가 빗발쳤다. 전국의 지점장을 모아놓고 한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아이스크림 이름이 ‘돼지바’가 뭐냐,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6개월간 설득 끝에 마침내 국내 최초의 크런치 아이스바 ‘돼지바’가 출시됐다.
돼지바는 95년 아이스크림 안에 딸기잼을 넣고 크런치도 두 종류로 늘리는 등 업그레이드했다. 2000년대 들어와선 인구에 회자되는 다양한 TV광고를 했다.
2003년 인기 가수 이효리의 ‘내가 좀 되지?’라는 동음 발음을 이용한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2006년에는 ‘2002 월드컵’의 한국-이탈리아전 주심의 레드카드 판정을 패러디한 탤런트 임채무 출연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올 초엔 포장 겉면의 돼지 캐릭터를 28년 만에 바꿨다. 구수하고 토속적인 느낌의 갈색 돼지에서 딸기를 안고 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돼지로 변경했다.
돼지바는 28년 동안 약 15억 개가 팔려 국민 한 사람당 30개꼴로 사먹었다. 롯데삼강 빙과류 매출의 11%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이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