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롯데삼강 돼지바

중앙일보

입력 2010.05.25 18:49

업데이트 2010.05.2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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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이스크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던 1980년대 초. 롯데삼강 연구개발팀은 비슷비슷한 제품이 판을 치던 아이스바 시장에 무언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싶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물인 초콜릿과 비스킷을 아이스바 안에 섞는 대신 표면에 묻혀 보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식감을 살리면서 풍성한 맛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공정이어서 시행 착오가 잇따랐다. 아이스바 표면에 입힌 초콜릿에 비스킷을 입히는 게 관건이었다.

초콜릿이 적당히 굳은 상태에서 크런치(비스킷을 잘게 부순 것)를 묻혀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정하기가 힘들었다. 너무 일찍 묻히면 크런치가 흘러내렸고, 너무 늦게 바르면 골고루 입혀지지가 않았다.

국내 기술과 공정으로는 원하던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덴마크에 ‘라이젠’이라는 초콜릿·크런치 코팅 기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설비를 들여왔다. 우여곡절 끝에 설비를 최적화해 아이스바에 초콜릿을 입힌 후 바삭한 크런치를 골고루 입히는 데 성공했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데에 1년여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출시를 앞두고 제품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던 당시 롯데삼강 김규식 사장은 제품을 내놓는 1983년이 돼지해라는 데 착안했다. “돼지가 복을 상징할 뿐 아니라 친근하고 푸짐한 맛의 크런치 아이스바와 어울린다”며 ‘돼지바’로 하자고 제안했다.

사내에선 반대가 빗발쳤다. 전국의 지점장을 모아놓고 한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아이스크림 이름이 ‘돼지바’가 뭐냐,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6개월간 설득 끝에 마침내 국내 최초의 크런치 아이스바 ‘돼지바’가 출시됐다.

돼지바는 95년 아이스크림 안에 딸기잼을 넣고 크런치도 두 종류로 늘리는 등 업그레이드했다. 2000년대 들어와선 인구에 회자되는 다양한 TV광고를 했다.

2003년 인기 가수 이효리의 ‘내가 좀 되지?’라는 동음 발음을 이용한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2006년에는 ‘2002 월드컵’의 한국-이탈리아전 주심의 레드카드 판정을 패러디한 탤런트 임채무 출연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올 초엔 포장 겉면의 돼지 캐릭터를 28년 만에 바꿨다. 구수하고 토속적인 느낌의 갈색 돼지에서 딸기를 안고 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돼지로 변경했다.

돼지바는 28년 동안 약 15억 개가 팔려 국민 한 사람당 30개꼴로 사먹었다. 롯데삼강 빙과류 매출의 11%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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