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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선정 2001년 국내 10대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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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01년 국내에는 대립과 분열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정부와 언론, 단체와 단체, 여야가 살벌하게 맞섰다. 또 남북과 한.일 사이에 냉기류가 형성됐다.

대형 의혹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건강보험의 재정이 파탄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창공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작은 희망을 얘기할 수 있었다.

*** 언론사 세무조사 칼바람

2월 초부터 넉달 넘게 진행된 세무조사는 권력과 언론의 갈등을 불러왔고 정치문제로 번졌다. 단일업종 최대의 인력이 조사에 동원됐고,5천56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6개 신문사가 고발당하고 사주 3명이 구속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 및 신문고시 부활이 같은 시기에 이뤄져 '언론 길들이기'로 비춰졌다. 조사결과가 발표된 뒤 방송과 신문간, 신문사간 편가르기가 이뤄져 독자와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 南北관계 진전 없이 냉기류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다방면으로 활기를 띠었던 남북관계가 지난 3월 북한의 장관급 회담 일방 연기조치로 뒤뚱거렸다. 남북한은 반년 만인 9월 회담 테이블에 다시 앉아 이산상봉 등에 합의했지만, 북측이 우리 정부의 테러대비 비상조치를 문제삼아 이행을 미룸으로써 파행을 겪었다. 장소문제를 둘러싼 논란 끝에 지난달 금강산에서 열린 6차 장관급 회담에서 양측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남북관계는 깊은 겨울잠에 빠져버렸다.

*** DJP 공조 끝내 붕괴

DJP정권의 양축이었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9월 3일 결국 갈라섰다. 임동원 당시 통일부장관의 해임안 처리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후유증은 컸다. 국회에선 '거야'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10.25 재.보선도 완패했다. 이후 불어닥친 당 쇄신파동으로 金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선 후보가 선출되기도 전에 여당 총재직을 물러나야 했다. 민주당은 총재없는 당을 꾸려가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재계 巨木 정주영씨 타계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3월 21일 타계했다. 맨손으로 국내 최대 기업을 일궈냈던 그는 19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실패한 뒤 소떼몰이 방북 등 화제를 낳으며 금강산 관광.개성 공단을 비롯한 대북사업에 마지막 의지를 불태웠다. 그가 타계한 뒤 현대그룹의 2세 형제간 분쟁은 수그러들었으며,현대자동차(정몽구 회장).상선(정몽헌 회장).중공업(정몽준 고문) 등으로 분할한 후계체제가 굳어졌다.

*** 公교육 안팎 거센 회오리

올해 초부터 9.11 미국 테러 직전까지 공교육에 대한 실망감에 편승해 교육이민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사범대 출신을 초등교원으로 임용하는 방침에 불만을 품고 교대생들이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했다. 교원노조가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발해 조퇴.연가 투쟁을 벌이고 성과금을 반납했다. 야당이 추진한 교원정년 환원을 놓고 교육계가 찬반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크게 어려워진 수능으로 수험생들이 당황하는 등 교육계는 1년 내내 파동을 겪었다.

*** 악재 얼룩진 韓.日 관계

한.일 관계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일본 우익의 역사 왜곡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우리 국민의 분노는 들끓었고 정부는 군사교류 중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일본이 러시아와 남쿠릴열도 수역에서 우리의 꽁치잡이를 금지키로 해 관계는 더 얼어붙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어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 李.鄭.陳.尹… 꼬리 문 게이트

대형 의혹 사건이 쉴새없이 터진 한 해였다. 검찰이 G&G그룹 이용호 회장의 횡령 및 주가조작 사건을 미진하게 수사했다는 여론에 따라 특별검사제가 도입됐다. 지난해 마무리됐던 '진승현 게이트'와 '정현준 게이트'가 되살아나 정.관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신광옥 법무부 차관과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 등이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연말에는 국정원의 비호 속에 벤처기업을 급성장시켰다는 '윤태식 게이트'까지 터졌다.

*** 인천 新공항 힘찬 飛上

지난 3월 29일 오전 4시46분. 방콕발 아시아나항공 3423편이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 앉으면서 인천국제공항 시대가 열렸다.8년4개월 동안 5조6천억원을 들여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바다를 메워 1천7백만평의 부지를 조성해 축구장 60개 크기의 여객터미널을 지은 결과였다. 수하물처리시스템의 잦은 오작동 등 개항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하루 평균 항공편 3백대와 여객 5만명, 화물 5천t을 순조롭게 처리하고 있다.

*** 실질금리 제로 시대로

개미처럼 돈을 모아 저축해도 물가상승분 만큼의 이자도 못받는 '실질금리 제로시대'가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6.82%였던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4.58%로 떨어졌다. 경기를 자극하려고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네차례 낮춘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낮아도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며 돈을 갖다 쓰지 않아 금리 하락을 부추겼고, 그 결과 대출금리도 연 6~7%로 낮아졌다. 초저금리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지리란 전망이 많다.

*** 건강보험 재정 파탄 위기

지난해 의약분업에 따른 의사들의 집단폐업으로 극심한 불편을 겪었던 국민은 올해 초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다시 우울해졌다.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통합 등을 무리하게 추진한 때문이었다.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했고, 복지부 직원 5명이 징계를 받았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매년 건강보험료를 올리고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는 등의 재정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재정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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