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월봉초 감사 현장을 가다] 학교 고민 함께 더는 ‘친절한 감사팀’

중앙일보

입력 2010.05.21 02:30

업데이트 2010.05.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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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교육청 감사팀(왼쪽부터 안춘호·류용신·이은미·김진규·이일재 감사관) 감사에 앞서 회의를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계약관계는 적정하게 이뤄졌나. 예산은 투명하게 집행했나. 회계장부, 지출증빙서 등 학교가 제출한 모든 서류를 눈에 불을 켜고 이를 잡듯 뒤져본다. 작은 실수라도 일체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감사기관의 이미지다. 하지만 교육청 감사는 뭔가 좀 다르다. 잘못된 점을 찾는다는 건 맞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감사라기 보다 교육운영 전반을 진단해 주는 교육전문 컨설턴트에 가깝다. 지난 12일 천안 월봉초등학교에 교육청 감사팀이 떴다. 3년 만에 돌아온다는 이 학교의 종합감사 현장을 동행했다.

교직원들이 긴장감 속에 이들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김정숙 교장이 밝은 표정으로 이웃을 대하듯 감사팀(김진규 팀장, 안춘호 장학사, 류용실·이일재 회계담당, 이은미 학교급식담당)을 반겼다. 외부 출입문 작은 종이에는 ‘행정감사장 4층 로봇자료실’이라고 써있었다. 초라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로봇자료실을 감사장(3일간)으로 써야 하는 감사팀 으로선 불쾌할 만도 하지만 오히려 수업에 방해는 되지 않을까 학교 측에 “미안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교장 선생님 데이트 좀 하실까요. 주변 환경을 둘러보면서요.” 김진규 팀장이 인사 후 말문을 열었다. 마침 천안시 지원으로 담장 허물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학교 주변 안전사고 위험요소를 관찰하려는 의도지만 같은 말이라도 재치 있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배려(?)가 김 교장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김 팀장이 팀원과 함께 살펴본 뒤 “정문 앞 현수막 게시대가 휘어져 위험하다. 경사가 맞지 않아 배수로에 물이 고인다. 공사장 주변에 안전 시설을 철저히 갖춰 달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후 본격적인 감사가 진행됐다. 안춘호 장학사는 수석교사·민간참여 컴퓨터실·계약제 교사 임용·학생성적 처리·성과급 지급 등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류용실 감사관은 각종 지출자료·방과후학교·시설공사 집행·예산편성·수학여행·과학실 현대화·운동부에 관한 사항을, 이일재 감사관은 학교회계 세입·학교발전기금 집행·현금관리·운영위원회 운영·로봇과학영재학급 운영을, 이은미 감사관은 학교급식운영계획·급식비 집행·조리종사원 관리·수질검사 등 에 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장은 권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의자는 감사관이나 감사 받는 교직원 모두 같았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감사관 옆에 앉아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감사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교직원들을 보니 훌륭한 분이 많다. 수감자료 작성에 고생하진 않았나. 바쁜 업무에 감사까지 성실히 임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전후사정을 면밀히 따져본 뒤 “개선대책이 꼭 필요하다”는 예리한 충고가 이어지기도 했다.

감사 결과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도입된 민간참여 컴퓨터 교실 수강료를 6월부터 학생 1인당 3000원을 인하하기로 업체와 합의했다 ▶식당이 좁아 5~6학년 교실 배식으로 여름철 식중독 및 배식활동에 의한 안전사고가 우려됐다(별도 조리종사원 배치 등 대책 마련 지시) ▶학생선수의 인권보장을 위해 학생선수보호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조속한 설치와 철저한 관리체계 수립 지시) ▶정수기 위생관리와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인수인계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가 끝난 뒤 김진규 팀장은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교장 이하 교직원들이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지적 사항도 있지만 사제동행 독서하기, 사서도우미활동, 도서관 활용 수업, 영어체험 및 원어민 활용 수업, 발명시험학교 운영, 활성화된 아버지회 등 모범적인 사례가 많아 이를 적극 지원하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숙 교장은 “옛날만해도 감사하면 두렵고 떨렸는데 이번 감사를 받으면서 해결책까지 함께 고민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학교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우수사례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감사 때문에 학교가 더욱 발전하고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류창기 천안교육장 인터뷰] 첫 단추 바로 잡아주는 ‘해결사’

“학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류창기(60·사진) 천안교육장은 교육청 감사가 적발 위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문제점을 고치고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예방·지도 감사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류 교육장은 “’학교가 무엇을 잘못했나’ 보다 ‘무엇을 잘하고 있는가’를 알아내고, 모범 사례를 발굴해 널리 퍼뜨리는 감사가 진정한 감사”라고 밝혔다. 그는 “학교가 학생들의 인성을 기르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기관과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냉철하게 판단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업무를 잘 모르거나 착오로 생긴 일이라면 빨리 알려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행정의 중요성을 첫 단추와도 비교했다. 그는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 갈수 밖에 없다. 애초부터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 나간다면 학교발전은 물론 교육청에서는 소모적인 감사행정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는 3년에 한 번 돌아오는 감사기간을 이용해 학교 운영 전반을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류 교육장은 “감사가 나오면 ‘하루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 “감사를 통해 나온 문제점을 놓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간다면 학교와 충남교육 발전,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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