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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정권 대북협상 주역들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중단된 북.미 대화가 아무런 변화 없이 해를 넘길 참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직전 상황까지 갔던 2000년의 해빙 국면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대북협상을 주도했던 클린턴 시대의 주역들은 부시 정권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지난 7일 워싱턴의 연구기관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는 이와 관련한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해 10월 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 대북정책조정관 웬디 셔먼, 주한대사로 대북 포용정책을 서울에서 뒷받침한 스티븐 보즈워스(현 터프츠대 법과대학원장), 그리고 언론인.학자로 이를 지켜본 돈 오버도퍼 전 워싱턴 포스트 도쿄지국장(현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교수)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오버도퍼가 자신의 저서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에 1997년 이후 상황을 가미한 증보판 발행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셔먼=북.미대화의 정체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먼저 움직임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북한처럼 힘이 작은 나라가 먼저 행동을 취해야지 미국 같은 슈퍼 강대국이 먼저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이러니다. 북한의 과거 핵활동에 대해 확실히 드러난 것은 없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북한과 미국이 94년 체결한 제네바 합의는 유효하게 작동해 왔다.

대량살상 무기가 곧 테러에 활용될 수 있는 무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부닥쳐 다뤄야 할 것이다. 나는 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이라크.소말리아.수단 등에 대해 정책결정을 내린 뒤 북한에 대해서도 모종의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북한처럼 붕괴 가능성이 큰 나라가 로프에서 손을 놓고 미끄러지는 일종의 '국면공백상태(vacuum)'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보즈워스=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 무기 자체가 위험한 것이지만 더 위험스러운 것은 이런 무기를 가진 북한정권이 붕괴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런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의 이익이 심각한 도전을 받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맹방인 한국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재포용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포용정책은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를 억제하는 정책의 중요한 보조수단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대선 때 들어서는 한국의 신 정부도 대북포용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버도퍼(별도 인터뷰에서)=현 정부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의제든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해왔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베트남전 때 존슨 대통령도 항상 "우리는 북베트남(월맹)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대화는 없었다. 미국은 의사를 보다 분명히 보여줄 행동을 취해야 한다. 외교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미국은 뉴욕이나 평양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먼저 제안하거나 지난해 10월 양국이 발표한 화해적인 북.미 공동성명을 다시 확인하는 공개성명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적인 성명도 괜찮다. 이 공동성명의 재확인이야말로 북한이 바라고 있는 미국측의 제스처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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