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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수학여행비 지원 안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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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부가 중.고교생과 교사들에게 금강산 수학여행 경비를 다시 지원키로 하자 설악산 일대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번영회는 28일 "설악산 관광 경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서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금강산 관광 경비 지원을 재개할 경우 생존권마저 위협받게 된다"며 "정부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번영회측은 오는 12월 5일 오전 10시부터 설악동 B지구 광장에서 설악동 숙박업협회와 상가연합회.민박마을협의회 등 회원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기로 했다.

번영회원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으면 60여개 숙박업소의 사업권을 속초시에 반납키로 했다. 또 상가 문을 닫고 설악산 진입도로를 차단해 관광 차량 진입을 막는 등 실력 행사를 벌이고 통일부와 국회 등을 방문, 항의 집회도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학 여행단을 주요 고객으로 영업 중인 제주도와 경주.속리산 지역 상인들과 연계, 관광 경비 지원 철회 투쟁을 전국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 4~12월 실시하다 중단했던 중.고교생과 교사들에 대한 금강산 관광 비용 지원을 올 겨울방학 기간에 시범적으로 재개키로 했다. 총 40억원의 예산으로 1인당 교사는 소요 비용 전액에 해당되는 41만~48만원, 학생은 기본 경비 17만원을 지원해 줄 방침이다.

설악동번영회 박두진 회장은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240여곳에 이르던 설악동 지역 숙박업소와 상가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뒤 영업난을 겪으면서 현재 100여곳이 휴.페업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영업 중인 업소들도 단풍 관광철과 수학 여행철에만 문을 열고 나머지 기간은 사실 상 휴업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정부가 국내의 대표적 관광지인 설악동이 몰락하는 것을 외면한 채 통일도 안 된 상태에서 금강산 관광을 지원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지원 계획을 철회하고 설악동을 회생시킬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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