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주부들이 치러야 하는 김장 행사. 주부에겐 1년치 가사 노동 가운데 정신적.신체적으로 가장 부담스런 일이다.
결혼 2년차 주부인 안상희(29.서울 마포구 망원동)씨도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에는 신혼살림이라 시댁과 친정에서 몇 포기씩 보내줘 김장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나 올해도 눈치만 살피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
안씨는 몸이 다소 고되더라도 올 김장은 직접 담궈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주방을 멀리한 맞벌이 생활로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국요리 연구가인 박종숙(44)씨는 "맞벌이 주부가 직장 휴가를 내더라도 하루 이틀에 김장을 끝내기는 어렵다"며 "무리하지 말고 일주일 정도 여유를 갖고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가면서 김장을 해야 무난하게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장을 처음 한다면 선배 주부와 품앗이를 해 한수 지도를 받고, 자신이 김장을 할 때 이들을 도우미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특히 박씨는 "김장을 할 때 주부들의 육체적 노동이 심하므로 남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아내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종숙씨가 안씨에게 제시한 '맞벌이 초보 주부의 김장 성공 7일 작전'.
김장 닷새전=김장 계획을 세우는 날. 신문.잡지는 물론 인터넷 사이트도 뒤져 어떤 김치를 얼마나 담을 것인가를 정한다.
시어머니.친정어머니에게 도움말도 구한다. 집에 있는 고춧가루.마늘 등의 양을 살펴보고 부족한 재료는 목록을 만들어 어디서 얼마만큼 살 것인가도 정한다.
김장 나흘전=퇴근하면서 남편과 젓갈 시장엘 간다. 앞으로 닥쳐올 김장 일에 앞서 나들이 삼아 젓갈 장을 보는 것. 젓갈 파는 아주머니에게 이것저것 묻다보면 김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김장 하는 날 함께 휴가를 내자는 제안을 해볼 수도 있다.
김장 사흘전=주변에 김치를 담그는 친지나 친구가 있다면 품앗이로 나선다. 방해가 된다며 구경만 하고 있으라고 해도 양팔을 걷어붙이고 설거지라도 한다. 한편으론 김장 보관 장소를 생각해두고, 김장에 필요한 그릇과 도구를 살 것인지, 빌려 쓸 것인지를 정한다.
김장 이틀전=마늘.고춧가루.소금 등 양념류를 구입한다. 소금은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미리 사둔 것이 있으면 얻어 쓰는 게 좋다. 이들은 좋은 소금을 쓰려고 국산 천일염을 3~4년 묵혀서 쓰기 때문. 이런 소금을 구했다면 일단 올 김장은 반이상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김장 하루전=배추.무와 양념 채소를 산다. 품앗이 주부들에게 내일이 D데이란 것을 알려준다. 저녁식사 후엔 남편과 배추를 손질해 소금물에 절이고, 마늘과 생강을 미리 다져 둔다. 자정 쯤에 배추의 위.아래 자리를 바꿔준다.
김장 하는 날=아침 일찍 서둘러 절인 배추를 씻어 물기를 뺀다.
무를 채 썰고 갓.미나리.쪽파 등을 손질해 김치를 담근다. 김치가 들어간 항아리를 옮기거나 땅에 뭍는 일, 큰 그릇의 설거지 등은 남편이 도와주면 좋겠다.
김장 하루뒤=깔끔하게 뒷정리를 한다. 이웃에게 빌린 그릇 등을 깨끗하게 닦아 돌려준다. 이 때 남은 노란 속배추와 김칫속을 함께 건넨다. 김장 재료로 쓰고 남은 생태뼈와 낙지로 얼큰한 해물탕을 끓여 전날 애쓴 남편의 저녁 식탁에 올린다.
유지상 기자
*** 김장 따라하기
▶재료=배추 5포기, 무 3개(중간 크기), 쪽파 1단, 미나리 반단, 갓 1단, 다진마늘 1컵, 다진생강 1/3컵, 굵은 고춧가루 3컵, 고운 고춧가루 1컵, 간 고춧물 2컵, 멸치액젓 1컵, 새우젓 반컵, 생새우 1컵, 생굴 1컵, 낙지 2마리, 생태 1마리, 식은 쌀밥 반컵, 설탕 2큰술, 소금 적당량.
▶배추 절이기=배추는 지저분한 겉잎만 떼고 반으로 가른다. 다소 크더라도 일단 2등분해 절였다가 다시 반으로 갈라서 쓴다. 배추는 뿌리 쪽에서 길이 1/3지점까지 칼집을 넣은 다음 양손으로 가른다. 칼로 끝까지 자르면 연한 속잎이 부서지기 때문. 물 10컵에 소금 1.5컵(15% 소금물)을 풀어 배추를 절인다. 배추 겉이 아래로 가고 속 부분이 위로 가도록 채곡채곡 쌓아 4~5시간 후에 위와 아래를 바꿔준다. 다시 2~3시간 뒤에 찬물에 헹궈 엎어서 물기를 뺀다.
▶재료 준비=무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것을 골라 잔뿌리를 떼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무 2개를 2㎜ 폭으로 둥글게 잘라 채를 친다.1개는 둥글고 큼직하게 썰어서 나중에 김치를 항아리에 담을 때 사이사이 넣는다. 쪽파.갓.미나리는 다듬어 씻어 4㎝ 길이로 썰어 둔다. 새우젓은 건더기만 건져 굵게 다지고 젓국은 남긴다. 생굴은 껍질을 골라내고 소금물에 헹궈 건진다. 낙지와 생태는 잘 손질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둔다. 간 고춧물은 김치 빛깔을 곱게 하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빨간색 마른 통고추를 젓국에 불려서 갈아 준비한다. 식은 쌀밥도 물을 자작하게 부어 갈아서 찹쌀풀 대용으로 쓴다.
▶김칫속 만들어 김치담그기
①무채에 굵은 고춧가루.고운 고춧가루.간 고춧물.밥물.젓갈 등을 넣어 고루 버무린다.
②다진 마늘과 생강, 쪽파를 넣고 다시 버무린 뒤 미나리.갓.낙지.생태살.생굴.생새우를 넣고 가볍게 섞어준다. 순서가 틀리면 야채의 풋내가 나거나 굴 등이 부서져 향과 모양새가 나빠지므로 주의.
③설탕과 소금으로 간으로 하고 마무리한다.
④절인 배추의 뿌리 부분을 도려내고 넓은 그릇에 옮겨 배춧잎 사이사이에 김칫속을 넣는다. 속이 찬 김치는 겉잎으로 단단하게 아무려 단면이 위쪽으로 오도록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⑤항아리에 김치가 4/5정도 차면 배추 겉잎을 덮어 꼭꼭 두른 뒤 위에 굵은 소금을 뿌려 둔다. 항아리는 아파트의 경우 뒤 베란다에 두고 마당이 있으면 땅에 묻어두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