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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초보주부의 김장 성공 7일 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해마다 이맘때면 주부들이 치러야 하는 김장 행사. 주부에겐 1년치 가사 노동 가운데 정신적.신체적으로 가장 부담스런 일이다.

결혼 2년차 주부인 안상희(29.서울 마포구 망원동)씨도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에는 신혼살림이라 시댁과 친정에서 몇 포기씩 보내줘 김장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나 올해도 눈치만 살피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

안씨는 몸이 다소 고되더라도 올 김장은 직접 담궈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주방을 멀리한 맞벌이 생활로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국요리 연구가인 박종숙(44)씨는 "맞벌이 주부가 직장 휴가를 내더라도 하루 이틀에 김장을 끝내기는 어렵다"며 "무리하지 말고 일주일 정도 여유를 갖고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가면서 김장을 해야 무난하게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장을 처음 한다면 선배 주부와 품앗이를 해 한수 지도를 받고, 자신이 김장을 할 때 이들을 도우미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특히 박씨는 "김장을 할 때 주부들의 육체적 노동이 심하므로 남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아내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종숙씨가 안씨에게 제시한 '맞벌이 초보 주부의 김장 성공 7일 작전'.

김장 닷새전=김장 계획을 세우는 날. 신문.잡지는 물론 인터넷 사이트도 뒤져 어떤 김치를 얼마나 담을 것인가를 정한다.

시어머니.친정어머니에게 도움말도 구한다. 집에 있는 고춧가루.마늘 등의 양을 살펴보고 부족한 재료는 목록을 만들어 어디서 얼마만큼 살 것인가도 정한다.

김장 나흘전=퇴근하면서 남편과 젓갈 시장엘 간다. 앞으로 닥쳐올 김장 일에 앞서 나들이 삼아 젓갈 장을 보는 것. 젓갈 파는 아주머니에게 이것저것 묻다보면 김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김장 하는 날 함께 휴가를 내자는 제안을 해볼 수도 있다.

김장 사흘전=주변에 김치를 담그는 친지나 친구가 있다면 품앗이로 나선다. 방해가 된다며 구경만 하고 있으라고 해도 양팔을 걷어붙이고 설거지라도 한다. 한편으론 김장 보관 장소를 생각해두고, 김장에 필요한 그릇과 도구를 살 것인지, 빌려 쓸 것인지를 정한다.

김장 이틀전=마늘.고춧가루.소금 등 양념류를 구입한다. 소금은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미리 사둔 것이 있으면 얻어 쓰는 게 좋다. 이들은 좋은 소금을 쓰려고 국산 천일염을 3~4년 묵혀서 쓰기 때문. 이런 소금을 구했다면 일단 올 김장은 반이상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김장 하루전=배추.무와 양념 채소를 산다. 품앗이 주부들에게 내일이 D데이란 것을 알려준다. 저녁식사 후엔 남편과 배추를 손질해 소금물에 절이고, 마늘과 생강을 미리 다져 둔다. 자정 쯤에 배추의 위.아래 자리를 바꿔준다.

김장 하는 날=아침 일찍 서둘러 절인 배추를 씻어 물기를 뺀다.

무를 채 썰고 갓.미나리.쪽파 등을 손질해 김치를 담근다. 김치가 들어간 항아리를 옮기거나 땅에 뭍는 일, 큰 그릇의 설거지 등은 남편이 도와주면 좋겠다.

김장 하루뒤=깔끔하게 뒷정리를 한다. 이웃에게 빌린 그릇 등을 깨끗하게 닦아 돌려준다. 이 때 남은 노란 속배추와 김칫속을 함께 건넨다. 김장 재료로 쓰고 남은 생태뼈와 낙지로 얼큰한 해물탕을 끓여 전날 애쓴 남편의 저녁 식탁에 올린다.

유지상 기자

*** 김장 따라하기

▶재료=배추 5포기, 무 3개(중간 크기), 쪽파 1단, 미나리 반단, 갓 1단, 다진마늘 1컵, 다진생강 1/3컵, 굵은 고춧가루 3컵, 고운 고춧가루 1컵, 간 고춧물 2컵, 멸치액젓 1컵, 새우젓 반컵, 생새우 1컵, 생굴 1컵, 낙지 2마리, 생태 1마리, 식은 쌀밥 반컵, 설탕 2큰술, 소금 적당량.

▶배추 절이기=배추는 지저분한 겉잎만 떼고 반으로 가른다. 다소 크더라도 일단 2등분해 절였다가 다시 반으로 갈라서 쓴다. 배추는 뿌리 쪽에서 길이 1/3지점까지 칼집을 넣은 다음 양손으로 가른다. 칼로 끝까지 자르면 연한 속잎이 부서지기 때문. 물 10컵에 소금 1.5컵(15% 소금물)을 풀어 배추를 절인다. 배추 겉이 아래로 가고 속 부분이 위로 가도록 채곡채곡 쌓아 4~5시간 후에 위와 아래를 바꿔준다. 다시 2~3시간 뒤에 찬물에 헹궈 엎어서 물기를 뺀다.

▶재료 준비=무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것을 골라 잔뿌리를 떼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무 2개를 2㎜ 폭으로 둥글게 잘라 채를 친다.1개는 둥글고 큼직하게 썰어서 나중에 김치를 항아리에 담을 때 사이사이 넣는다. 쪽파.갓.미나리는 다듬어 씻어 4㎝ 길이로 썰어 둔다. 새우젓은 건더기만 건져 굵게 다지고 젓국은 남긴다. 생굴은 껍질을 골라내고 소금물에 헹궈 건진다. 낙지와 생태는 잘 손질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둔다. 간 고춧물은 김치 빛깔을 곱게 하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빨간색 마른 통고추를 젓국에 불려서 갈아 준비한다. 식은 쌀밥도 물을 자작하게 부어 갈아서 찹쌀풀 대용으로 쓴다.

▶김칫속 만들어 김치담그기

①무채에 굵은 고춧가루.고운 고춧가루.간 고춧물.밥물.젓갈 등을 넣어 고루 버무린다.

②다진 마늘과 생강, 쪽파를 넣고 다시 버무린 뒤 미나리.갓.낙지.생태살.생굴.생새우를 넣고 가볍게 섞어준다. 순서가 틀리면 야채의 풋내가 나거나 굴 등이 부서져 향과 모양새가 나빠지므로 주의.

③설탕과 소금으로 간으로 하고 마무리한다.

④절인 배추의 뿌리 부분을 도려내고 넓은 그릇에 옮겨 배춧잎 사이사이에 김칫속을 넣는다. 속이 찬 김치는 겉잎으로 단단하게 아무려 단면이 위쪽으로 오도록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⑤항아리에 김치가 4/5정도 차면 배추 겉잎을 덮어 꼭꼭 두른 뒤 위에 굵은 소금을 뿌려 둔다. 항아리는 아파트의 경우 뒤 베란다에 두고 마당이 있으면 땅에 묻어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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