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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와 함께 하니 교실이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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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현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수업 준비물 직접 만들어 다양한 체험학습

대전글꽃초 지원센터의 홍윤경·이진영·허재연(왼쪽부터)씨가 상황극에 쓰일 TV 모형을 만들고 있다. [황정옥 기자]

“승민이 엄마 그게 아니지, 더 길게 잘라야지. 이쪽 좀 잡아봐”(이진영·36), “이거 말고도 만들게 많아, 속도 좀 더 내보자고”(홍윤경·38). 자르고 붙이고 어머니들의 손길이 바쁘다. 대전글꽃초 학습준비물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에 모인 10여 명의 어머니다. ‘내가 TV에 출연한다면’이란 상황극에 쓰일 TV 모형이 필요하다는 긴급 요청 때문이다.

대전글꽃초는 올해로 3년째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7명의 상주 도우미와 100여 명의 일일 도우미 어머니가 센터운영을 책임진다. 학기 초 수업내용을 조사하고 일정에 맞춰 필요한 학습교구들을 직접 제작한다. 이곳엔 체험학습 준비물은 물론, 붓·물감·지우개 등 학용품까지 600여 가지 물품이 구비돼 있다.

차두경(39)씨는 “지원센터 덕에 수업 준비물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며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 준비물을 마련하는데 소요됐던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줄여 자녀 학습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최민호(13)군은 “미술수업은 준비물이 많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젠 못 챙겨서 혼날 걱정이 없다”며 좋아했다. 교사들도 지원센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다양한 상황극·체험학습이 가능해져 학생들의 수업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학교-학부모간 교류 늘어 교육 수요 파악 쉬워

올해 교과부가 시행한 ‘학부모 학교참여 지원사업’엔 전국 초·중·고교에서 4415개 학부모회가 지원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전국에 걸쳐 학부모회 활동이 왕성하다. 자원봉사·학교 정책 감시·학습지도 지원 등 형태도 다양하다.

서울 강일중 ‘강일 愛 Family’ 어머니 회원들은 결식학생·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학습지도를 한다. 매달 이 학생들과 뮤지컬·음악회 등 문화활동도 병행한다. 주변 친구들과 자연스러운 만남을 만들어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서다. 제주 화북초·전북 흥남초·강원 연곡초 등도 학부모들이 학생들과 함께 어려운 학생과 이웃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에 나선다.

아버지들의 교육 참여도 활발하다. 서울 목일중 ‘목일 아버지회’, 경기 불곡초 ‘아버지 버팀목’, 전북 양지초 ‘양지 아빠 지킴이’ 등 전국 수십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산행·야영·생활지도 등 을 함께 하며 학교 부적응 학생들의 멘토가 되고 있다. 학교 인근에서 야간 생활지도를 하며 지역지킴이 활동도 병행한다. 목일 아버지회 송영기(51)씨는 “내 아이 또래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며 “자녀와 대화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직접 과목을 가르치기도 한다. 경기 판곡중·서울 대치중·강원 횡계초 등은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부족한 영역에 대해 직접 나서고 있다. 독서토론지도·과학교실·영어도서관 등 학부모들의 전공을 살린 방과후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처럼 학교와 학부모 간 교류가 늘면 공교육 현장에서 교육 수요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하게 돼,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강소연(연세대 교육심리학) 연구 교수는 “미국·영국·독일 등 교육선진국에선 ‘parent center’처럼 학부모 참여를 위한 제도적·행정적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며 “교육현장 변화의 가장 큰 추진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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