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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이 자위 수단이라는 북한 주장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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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무현 대통령은 13일(한국시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북한의 말을 믿기 어렵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국제문제협의회(WAC) 초청 오찬 연설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누구를 공격하려 하거나 테러를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관계기사 4, 5면>

노 대통령은 "북한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했다가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정정했다.

그는 조시 W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미 행정부 일각에서 대북 선제공격론이 나오는 데 대해 "북핵 6자회담의 틀이 만들어지기 전 일부에서 북에 대한 무력 행사가 거론된 적도 있지만 무력 행사는 협상 전략으로서 유용성을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북 봉쇄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결코 바람직한 해결방법이 아니고, 불안과 위협을 장기화할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잿더미 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에게 또다시 전쟁 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대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미국이 우리의 이러한 현실을 존중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 당사국과 전 세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중국.러시아.한국의 도움 없이는 최소한의 생존도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 모든 나라가 북의 핵 보유를 강력 반대하고 있어 북한은 핵무기를 반드시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은 14일 로스앤젤레스 동포와 한 간담회에서 "한반도는 전략적 위치상 미국이 속쓰려도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며칠 뒤(20일 한.미 정상회담) 부시 대통령과 잘 상의해 북한 핵 문제가 되도록 빨리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데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보다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취지로 비친다"며 "이로 인해 한.미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에 대해 축전을 보낸 노 대통령에게 답전을 보내 "재선 임기 동안 세계가 우리(미국) 시민과 그들의 자녀를 위해 더 좋고 안전해지도록 노 대통령과 함께 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14일 밤 첫 남미 순방국인 아르헨티나로 이동했으며, 15일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을 한다.

LA=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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