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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플래티넘 브라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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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이진주 기자

웨딩드레스

간결한 실루엣, 고급스러운 소재, 화려한 망사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웨딩드레스. 일주일 전 발표된 2011년 봄 컬렉션이다. 분홍색 새틴 리본을 늘어뜨려 뒷모습을 강조했다.

플래티넘 브라이드들에게는 ‘올해의 웨딩 트렌드’는 중요하지 않다. 타인의 취향에 따라 흔들리다, 혹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 결혼을 망칠 만큼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프라이빗 웨딩 전문 ‘써니플랜’의 최선희 대표는 “그들은 트렌드를 좇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옷을 잘 알고, 경제적인 여유와 문화적 취향도 있어서다. 그들이 선택하는 게 결국 트렌드가 된다”고 단언했다.

사실 그것이 우리가 고소영의 드레스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이유였다. 그녀의 드레스는 올해의 웨딩 트렌드가 무엇이든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이사는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 2~3벌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영은 17일 개인 웨딩촬영에서 섬세한 레이스와 꽃자수를 활용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드레스를 입었다. 어깨를 드러낸 깔끔한 라인이 돋보였다. 아랫단에 그린 컬러를 넣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아방가르드한 드레스도 입었다. 머리는 짧은 베일과 샤넬의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헤어핀처럼 꽂아 연출하고 크리스털 장식이 된 작은 화관 등으로 장식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원조 플래티넘 브라이드 캐리는 금융 귀족 ‘미스터 빅’과의 결혼을 앞두고 불혹의 나이에 ‘보그’ 웨딩 화보의 주인공이 됐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웨딩드레스 로망의 궁극을 보여주는 ‘패션쇼’를 펼쳤다. 일개 섹스 칼럼니스트에 불과했던 캐리를 어엿한 ‘상류사회’ 여성으로 보이게 만든 오트쿠튀르 드레스들과 그러면서도 자신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스타일링이 지금까지 눈에 선하다.

캐리는 ‘크리스찬 라크르와’ 슬리브리스 드레스에 검은색 글로브를 꼈다. 리본이 달린 여러 겹의 진주 목걸이로 포인트를 줬다. 글로브와 목걸이에는 몸매를 보정하고 주름을 가리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오스카 드 라 렌타’ ‘캐롤리나 헤레라’ ‘디올’ ‘랑방’ ‘베라 왕’의 드레스에도 기죽지 않고 제 색깔을 가미했다. 디자이너 베라 왕에게 선물받은 드레스를 화려하게 떨쳐 입고, 머리엔 초록색 깃털을 꽂아 ‘새집’을 짓는 식이다.

최고가 라인 웨딩드레스 ‘모니크 륄리에’를 독점 수입하는 ‘마이 도터스 웨딩’의 이재영 원장은 “주 고객인 30대 중반 유학파 신부들은 널리 알려진 인어 라인이나 볼 가운(허리는 잘록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풍성해지는 파티복) 스타일이 아닌 남다른 디자인을 원한다”며 “하우스웨딩에 어울리는 간결한 실루엣을 선택한다”고 전했다.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와 레이스·리본·새시(실크 벨트)로 단순한 실루엣을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비대칭으로 드러낸 어깨와 새시로 포인트를 줬다. ‘오스카 드 라 렌타’ 2011년 컬렉션. [소유드레스 제공]

명품 웨딩드레스 ‘림 아크라’를 단독으로 들여오는 ‘루나 디 미엘레’ 김혜자 실장은 “플래티넘 브라이드들은 지금껏 쌓아 올린 이미지를 임팩트 있게 살릴 수 있는 드레스를 고르라”고 조언했다. 김 실장은 “심플한 실루엣과 새틴 실크로 고급스러운 취향을 표현하고, 신비스럽고 화사한 튤(망사) 소재 디테일로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며 “레드카펫 드레스처럼 과감한 2부 드레스로 본식에 ‘반전’을 주는 것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캐롤리나 헤레라의 공식 수입업체인 ‘비욘드 더 드레스’의 한민수 대표는 “트렌드보다 자신의 이미지와 닮은 드레스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한 대표는 “결혼식에서 흰색이나 아이보리색을 입는 건 신부의 특권”이라며 “애프터 드레스도 샴페인골드 정도가 적당하다”고 권유했다.

뷰티·케어

피부관리, 석 달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

제 아무리 컴퓨터로 깎아 맞춘 조각미인이라도 30대를 넘어서면 평범한 10대 소녀보다 아름답기 힘들다. 소녀들의 ‘막 삶아 껍질을 벗겨놓은 달걀’ 같은 피부 앞에선 어떤 화장도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인스타일’화보와 ‘디올 코스메틱’ 지면광고에서 고소영의 메이크업을 맡았던 ‘W퓨리피’ 우현증 원장은 “실제 신부들의 90% 정도가 ‘어려 보이도록 해달라’고 주문한다”고 전했다.

30대 이후 동안 메이크업의 핵심은 얇고 투명한 피부 표현이다. 기미·잡티를 가리겠다고 밑화장을 두껍게 했다간 주름을 타고 쩍쩍 갈라지고 만다. 우 원장은 “분홍색은 어린 신부는 더 어려 보이게 하지만, 나이 든 신부는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든다”며 “갈색과 샴페인골드를 활용해 고급스럽게 연출하라”고 조언했다. 색조 화장은 눈매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입술은 혈색을 주는 정도로만 자연스럽게 한다.

스킨톤 망사에 스톤을 박아넣은 ‘지미 추’의 웨딩슈즈.

그러나 메이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팔자주름, 광대뼈, 처진 볼과 늘어진 모공 등 세월의 흔적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화장품은, 단적으로 말해 없다. “피부과는 안 다닌다”며 “계란 흰자 마사지가 관리의 전부”라고 대답하는 중년 여배우들은 “학원·과외 않고 교과서만 공부했다”는 얄미운 전국 수석의 다른 버전이다. 성실한 클렌징과 꾸준한 스파, 주기적인 마사지가 정석이지만 결혼도 미뤄왔을 정도로 바쁜 플래티넘 브라이드들에게는 ‘초치기’가 필요하다.

대한피부과의사회 홍보간사인 권철욱 산소피부과 원장에 따르면 요새는 굳이 ‘필링’으로 피부 겉을 벗겨내지 않는단다. 대신 고주파와 레이저를 함께 활용하는 ‘매트릭스IR’ 시술이 인기 있다. “진피를 자극하면 피부 표면도 저절로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이지함피부과 이대점 이유득 원장은 “피부 탄력을 높이는 데는 ‘서마지’의 효과가 가장 좋지만 통증이 있어 수면마취를 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울쎄라’ ‘타이탄’ 등 다양한 레이저 시술법이 나와 있다. 가격은 기계의 종류와 적용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회당 100만원 내외다. 2~3번 받아야 효과가 보이는 시술도 있으므로 예식 3달 전에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필러로 입가의 팔자주름을 채우거나 보톡스로 눈가의 ‘까치발’을 지우는 건 적어도 예식 일주일 전에는 마치는 것이 좋다. 더 늦으면 ‘표정 없는 신부’가 된다. 겨드랑이와 종아리·비키니 제모는 3주 간격으로 3~5번 시술한다. 이틀 전부터는 시술보다는 다니던 에스테틱에서 마사지를 받는 편이 현명하다.

웨딩드레스를 입었을 때 드러나는 건 목과 어깨·팔뚝·가슴·허리 라인이다. 바디 슬리밍과 볼륨업이 필요하다. 통증이 크고 부작용이 있는 지방흡입보다는 ‘브리트니 주사’ ‘비욘세 주사’로 알려진 ‘PPC주사요법’이 부담이 작다. 부위당 100만원 선이다. 셀프케어 용품도 나와 있다. 셀룰라이트 관리 전문 브랜드 ‘리포존’은 2주 슬리밍 앰플을 국내 홈쇼핑에 론칭했다. 유기농 바디케어 브랜드 ‘이로와지’는 슬리밍 세럼과 에바 헤르지고바의 가슴케어 세럼을 내놨다. 한편 프랑스 ‘쌍빠’는 바스트 크림과 ‘V라인’ 마스크를, ‘드레뮤’는 주름개선 크림 ‘디셉션’을 제안했다.

반지·시계

다이아몬드 커지고 시계는 취향 맞춰 따로따로

장동건·고소영 커플이 고른 ‘쇼파드’ 예물반지. 큐브(사각) 모티프만 통일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플래티넘 브라이드들의 허를 찌른 ‘고소영 예물 쇼크’의 하이라이트는 300만~500만원짜리 ‘큐브링’이다. 16일 롯데 에비뉴엘에 입점한 ‘쇼파드’ 제품이다. 여성용 반지에는 지극히 단순한 사각의 틀 속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무빙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다. 남성용 반지는 초콜릿처럼 칸칸이 나뉘어져 있다. ‘모든 것을 해 본 사람’만의 여유가 느껴진다. ‘해피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의 웨딩 컬렉션은 여러 모티브 속에 무빙 다이아몬드를 넣어 평소에도 부담 없이 착용하도록 했다.

반면 다른 예물은 생략하고 다이아몬드 하나에만 힘주는 트렌드도 계속되고 있다. 1~3캐럿까지 사이즈도 커졌다. ‘티파니’의 임세정 마케팅 담당은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캐럿 다이아몬드가 거부감 없이 어울리는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춘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임 담당은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을 원하다 보니 ‘하트컷’이나 ‘옐로 다이아몬드’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고 전했다.

시계 역시 예물의 ‘화룡점정’이다. 착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전통적인 ‘금딱지 시계 세트’보다는 취향에 따라 각자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 ‘한국 코사리베르만’의 크로노스위스 담당 이현숙 과장은 “자기 취향이 분명한 남성들이 늘면서 나이 들어 보이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중량감을 가진 시계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예물을 담는 ‘함’도 남다르다. 명품 가죽 브랜드 ‘벨루티’가 만든 여행용 ‘트롤리’는 스포츠카처럼 바퀴를 바꿔 달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장동건·고소영 커플은 ‘발렉스트라’의 여행가방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식

주례 없이 별장·레스토랑에서 하는 하우스웨딩 늘어

플래티넘 브라이드가 등장하면서 예식 문화도 크게 바뀌었다. 주례 말씀을 듣는 대신 양가 아버지들이 축시를 낭독하기도 하고, 아버지 대신 남편의 팔짱을 끼고 들어가는 신부도 늘었다. ‘공장처럼 결혼식을 찍어내는’ 장소를 피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하우스웨딩’을 올리는 부부도 많아졌다. 파티 스타일리스트 김유나씨는 “하우스웨딩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공들여 찾은 짝과 결혼식 자체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리뉴얼한 신라호텔 ‘영빈관’.

하우스웨딩을 할 수 있는 장소는 개인 별장이나 ‘삼청각’ ‘베일리 하우스’ ‘빌라 드 베일리’ 같은 전문 홀, ‘아이모 에 나디아’ ‘나인 키친’ 같은 레스토랑, ‘프라디아’ ‘마리나 제페’ 등의 선상이다. 쉐라톤워커힐의 애스톤하우스(김희선·한가인)와 최근 리뉴얼한 신라호텔 영빈관(장동건·유재석)에 대한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호텔식에는 하객 1인당 10만~20만원 선, 레스토랑이나 출장 케이터링에는 1인당 10만원 안팎이 든다. 꽃 장식 비용은 1000만원 정도다.

뉴욕 샤넬과 디올 등 명품 브랜드의 쇼룸과 ‘가십걸’ ‘섹스 앤 더 시티’의 꽃 장식을 맡았던 ‘도로스 아넥스’도 여기 가세했다. 청담동 쇼룸 정혜인 실장은 “7월부터 단독 홀을 확보해 하우스웨딩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누군지 밝힐 수 없는 익명의 상류층’이 대상이란다.

결혼 직전, 신부의 친구들이 모여 선물과 수다를 나누는 브라이덜 샤워도 달라진 풍경이다. ‘W호텔’의 ‘걸스 겟 어웨이’ 패키지(사진)에는 플래티넘 브라이드의 이니셜이 새겨진 케이크에 프랑스 명품 샴페인 ‘파이퍼하이직’이 서빙된다. 마리 앙트와네트와 메릴린 먼로가 사랑한 샴페인이다. ‘우바’의 훈남 바텐더가 직접 룸까지 서비스한다. 네 명의 친구들이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도록 레드룸에 배스 가운과 슬리퍼 세트까지 준비돼 있다. 42만9000원부터다.

신혼여행 장소도 특별하다. ‘에이투어스’ 김도연 부장은 스페인 ‘마요르카’ 섬과 이탈리아의 ‘포르토피노 코스트’를 추천했다. ‘타워팰리스’ 거주 고객들이 자녀들을 신혼여행 보내는 곳이란다. 마요르카섬은 유럽 최고의 럭셔리 휴양지로 명품 가죽 브랜드 ‘로에베’의 본사가 있다. ‘마요르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고 안익태 선생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다.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이라 불리는 포르토피노 코스트에선 매년 10월 럭셔리 남성복 ‘제냐’의 요트대회가 열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섬을 섞은 6일 여행 프로그램에 1인당 400만원 선이다.

마지막으로 혼인신고 전에 기억해둘 것이 있다. 부모님 이름 밑에 내 이름 석 자가 새겨진 주민등록등본 한 부를 떼어두는 일이다. ‘단독 호적’ 시대라지만 친정 호적에서 ‘합법적으로 파인’ 자리, 생각보다 눈물겹다. 플래티넘 브라이드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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