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니 '파이널 판타지' 스크린 점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전세계적으로 3천만장 넘게 팔려나간 동명의 게임이 원작인 애니메이션 '파이널 판타지' 가 27일 개봉한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데다 1백% 디지털로 만든 이른바 '사이버 배우' 가 등장해 할리우드 배우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가십성 기사까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그래픽(CG)기술의 개가' 라는 찬사에 비해 '하품나는 이야기' 라는 비난도 만만찮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제작비(1억5천만달러.약 1천9백50억원)를 들인 대작 '파이널 판타지' 의 공적과 한계는 뚜렷하다.

▶기술은 '괄목상대' =말하는 입 모양이 조금 어색한 점을 빼면 주요 등장인물은 실제 인간과 흡사하다. 기술적 한계 때문에 곤충( '벅스 라이프' )이나 로봇( '토이스토리' )에 머물렀던 3D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넓힌 것이다. 제작비 중 대부분이 얼굴 근육.피부.머리카락 등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투입됐다고 한다.

특히 여주인공 아키(음성연기 밍 나)의 머리카락 수는 모두 6만개에 달하며, 윤기나는 머릿결은 섹시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수줍어하거나 곤란해하는 표정은 사실감을 더욱 불어넣는다.

외계인들이 인간의 푸른색 영혼을 삼켜버리는 장면은 영상 세대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법하다. 실감나는 폭발 장면, 자유롭고 시원한 카메라 앵글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평이한 구성=줄거리는 '에일리언' 과 비슷하다. 서기 2065년 과학혁명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지구에 정체 불명의 외계인들이 침투해 모든 생명체에서 에너지를 빼앗는다. 멸망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여성 과학자 아키와 레지스탕스 대장 그레이 (음성연기 알렉 볼드윈)가 나선다.

하지만 외형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물임에도 긴장감이 현격히 떨어진다. 게임이 영화로 치환될 때 갖춰야 할 서사의 치밀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상영시간 1시간 45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 같은 3D이지만 시종일관 관객을 폭소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건졌다 하는 '슈렉' 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다.

▶난해한 줄거리= "죽음이 존재의 끝은 아니다" 라는 마지막 대사가 보여주듯 이 영화는 철학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이 매력이자 약점이다.

평론가들은 환경이 파괴돼 지구가 멸망하고 이를 구하기 위해 생명의 근원을 찾아다닌다는 점을 들어 '원령공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저패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도 분석한다.

'가이아 이론' 이니 '제7의 영혼' 이니 하는 생소한 단어들은 스토리를 쫓아가는 데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제작사는 여름철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관객몰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체 관람가.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