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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토토로 아빠' 미야자키 하야오 첫 방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일본 애니메이션 매니어들에게 신(神)으로 추앙받는 일본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60)가 내한해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대표작이자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 으로 꼽히는 '이웃집 토토로' 의 한국 개봉(27일)을 앞두고 홍보차 온 것이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얀 머리칼과 턱수염, 단정한 연회색 정장 차림으로 노(老)철학자 같은 인상을 풍기는 그는 "전쟁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한 내 나라 일본을 싫어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이 작품은 그 유년 시절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영화" 라며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꼭 반응을 듣고 싶었다" 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은 각기 다른 크기의 토토로 인형 여섯개로 장식됐다.

한국의 20~30대들에게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빨강머리 앤' '미래소년 코난' 등 그의 TV시리즈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남아 있다. 극장용 장편의 개봉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후 두번째다.

마야자키는 또 방한 시점에 대해 "역사 교과서 문제로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됐지만, 작가로서 나의 대표작을 소개한다는 순수한 차원에서 기자회견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올바르게 전달돼야 하며 문화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아빠와 외롭게 사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이웃집 토토로' 는 미야자키가 일본 국민에게 '선물' 했다고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붉은 돼지' '마녀 우편배달부 키키' 등 서유럽을 무대로 한 듯한 전작들과 달리 일본의 전통 설화에 등장하는 숲의 요정 토토로를 택해 꿈과 동심의 세계를 펼쳐보였다. 그의 어머니는 주인공 사쓰키와 메이 자매의 엄마처럼 병을 앓아 장기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늘 괴로운 작업이지만 어린이들이 제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어렸을 때 감동깊게 본 한두 편의 애니메이션은 어른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습니다. "

올해 환갑을 맞았지만 그의 창작열은 여전하다. 지난 21일 선보인 '센과 치로의 행방불명' 은 1997년 개봉해 역대 일본영화 흥행 1위(1백93억엔)를 차지한 '원령공주' 를 따라잡을 기세다. "늘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일한다" 는 그는 "40년 전과 엊그제 생각하는 게 동일한 것으로 볼 때 상상력은 나이가 먹는다고 떨어지는 것 같지 않다" 고 말해 좌중을 감탄케 했다.

글=기선민, 사진=최승식 기자

▶ [기자포럼] 첫 방한,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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