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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김광섭 '저녁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1905~1977) '저녁에'

만년의 이산(怡山)김광섭 선생 시답게 일체의 시적 수사를 물리친 채 수묵(水墨)으로만 꾹꾹 눌러 쓴 듯한 작품.

별은 별대로 그들의 찬연한 밝음 속에, 사람은 사람대로 그들의 우묵한 어둠 속에 사려 깊게 있을 때가 가장 좋은 법! 연애를 갓 시작한 연인들이 가슴 두근거리며 많이 외웠을 법한 시.

아니 연애에 실패한 연인들이 더 많이 읊었을 것 같은 시. 그 많은, 정다운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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