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위치정보 밤 9시 21분 57초에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2010.04.08 02:05

업데이트 2010.04.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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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① 발생 시각 9시22분으로 결론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7일 해명했다. 침몰 발생 시각, 열상감시장비(TOD)의 일부 공개 논란,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해역까지 갔던 이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해명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인 데다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해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침몰 발생 시각을 지난달 26일 오후 9시22분으로 최종 조정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그새 오후 9시45분(지난달 27일 새벽 국방부 언론 브리핑)에서 9시30분(27일 국회 국방위 보고)→9시25분(최원일 함장 진술, 29일 국회 보고)으로 오락가락하면서 의혹이 일었다. 실종자 가운데 1명이 사건 당일 오후 9시16분에 가족과 통화하면서 “지금 비상상황이니까 나중에 통화하자”는 말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의혹은 급속히 확산됐다. 사건이 오후 9시16분쯤 발생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합조단 조사 결과 사건 당시 해군 전술지휘체계(KNTDS)에서 천안함의 위치가 오후 9시21분57초에 없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KNTDS는 해군의 함정과 레이더 등에서 보내오는 모든 정보를 종합해 분배하는 정보 공유 체계다. 천안함은 자동적으로 자신의 위치정보를 발신하고 KNTDS에 저장된다. 따라서 오후 9시21분57초 직전까지 천안함에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오후 9시21분 57초에 천안함이 큰 충격을 받으면서 자신의 위치정보를 보내는 장치의 작동이 중단됐다는 분석이다.

합조단은 또 천안함이 오후 9시19분30초부터 33초간 국제상선검색망을 이용해 해군 2함대사령부와 통신감도가 정상인지를 통신했다고 확인했다. 당시 2함대사는 “○○○ 여기는 ○○○ 감도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천안함은 “여기는 ○○○ 이상”이라고 답했다고 합조단은 밝혔다. 또 생존자 1명이 부인과 오후 9시14∼18분 통화하고 다른 1명이 대학 후배와 오후 9시14∼21분 문자메시지를 교환한 사실도 확인했다.

실종된 모 하사의 여자 친구가 이 하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끊어지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합조단의 확인 결과 이 하사는 오후 9시16분42초에 여자 친구에게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여자 친구는 응답하지 않았다.

함정 두 동강 1분 만에 함미 가라앉아

② 추가 공개 TOD 영상 어떤 내용

민·군 합동조사단이 7일 추가로 공개한 열상감시장비(TOD) 촬영 천안함 침몰 장면. 왼쪽 함미 부분이(붉은 색 선 안) 함수 부분에 비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천안함 침몰 장면이 담긴 TOD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TOD는 사물의 온도 차이에 따라 배출되는 적외선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장치다. 사건 당시 백령도에 배치된 해병 6여단의 해안초소에서 촬영했다. 군 당국은 처음엔 TOD 영상의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침몰 원인에 대해 “모두 다 공개하도록 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뒤늦게 언론에 공개했다. 전체 촬영 분량은 40분가량이었지만 그날 공개한 영상은 1분20초 분량으로 편집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TOD 영상에 대한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1일 TOD 영상을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TOD 영상에는 천안함이 충격을 받은 초기 상황은 없었다. 영상에는 함미가 이미 바다에 침몰해 사라진 상태였고 함수의 일부가 물에 잠기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방부는 TOD 촬영 병사가 “꽝”소리를 들었으나 촬영 시작 버튼을 늦게 눌러서라고 해명했다.

합조단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6여단이 보유한 TOD 서버에 저장된 녹화 자료를 모두 확보했다. 이 자료에는 TOD가 야간에 자동으로 녹화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합조단이 7일 새로 공개한 TOD에는 천안함의 정상 기동 장면과 외부 충격을 받은 뒤 함수와 함미가 분리되는 장면(오후 9시22분38초∼23분39초), 함미가 1분여 만에 가라앉는 장면 등이 들어 있었다. 이 영상은 함정이 어뢰 또는 기뢰에 의해 두 동강 나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북한 새 공격전술 대비 … 정상 임무 수행 중”

③ 천안함 왜 백령도 가까이 갔나

천안함은 지난해 11월 10일 남북 해군 간 대청해전 이전에는 백령도 서쪽 해상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같은 달 24일부터 2함대사의 지침에 따라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 새로 설정된 경비구역에서 작전했다. 전방 배치였다. 이 구역은 암초가 있는 백령도 남방해역으로부터 9~10㎞ 떨어진 곳이다. 천안함은 이번 경계작전을 위해 지난달 16일 평택항을 떠나 백령도 인근 해상에 재배치됐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서해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백령도를 벗어나 대청도 동남방으로 피항했다. 그러다가 기상이 좋아지자 26일 백령도 새 경비구역으로 다시 복귀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북한의 새로운 공격전술에 대비하기 위해 백령도에 가까이 다가가 항해했다”고 말했다. 천안함은 특수임무 수행이나 피항이 아닌 2함대에서 지시한 정상 경비구역에서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는 게 합조단의 설명이다.

“은폐 함구령 없어 … 생존자 전원 진술 일치”

④ 함장, 왜 휴대전화 수거 지시했나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생존자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사건 당일)오후 11시13분 천안함을 탈출해 해경정에 구조된 뒤 부장(소령)에게 ‘지금은 대원들이 정상상태가 아니니 임의로 상황을 해석해 전파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장은 기관장(대위)에게 휴대전화를 회수해 보관하도록 지시했다. 휴대전화는 대부분 천안함에 두고 내렸고 간부가 소지한 5개만 회수했다. 합조단은 생존자 전원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사실 은폐를 위한 함구령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고 남기훈 상사의 시신에 관통상이 있었다는 의혹도 있었다. 합조단에 따르면 남 상사의 시신을 검안한 결과 안면부 위아래 턱뼈 골절, 우측 팔 상부 골절, 좌측 팔 상부 근육이 찢어졌다. 익사 때 관찰되는 코와 입 주변의 거품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의 상처는 함정 내부에서 기강문란 등에 따른 총상의 관통상이 아니라 천안함이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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