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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협주곡으로 재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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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무대장치와 의상에 품이 많이 드는 오페라를 콘서트홀 무대에 올리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아리아.중창.합창 등 하이라이트를 엮은 갈라 콘서트가 있다. 성악가가 한명도 출연하지 않고 관현악 모음곡을 연주할 수도 있다.

또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등 독주 악기를 위해 편곡된 오페라 '패러프레이즈' 를 연주하는 공연도 가능하다. 오페라에 나오는 유명 주제를 바탕으로 새로 작곡한 '환상곡' 도 있다.

예컨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의 경우 러시아 작곡가 로디온 셰드린이 무용음악으로 엮은 관현악 모음곡과 함께 파블로 사라사테가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해 작곡한 '카르멘 환상곡' 이 자주 연주된다.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33)이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57)를 바이올린 협주곡 버전으로 녹음한 음반을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냈다. 뮤지컬계에서 정평이 나있는 윌리엄 브론이 편곡을 맡았고 미국 현대음악 연주에 일가견이 있는 데이비드 진먼(65)지휘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모음곡' 이란 제목이지만 19분짜리 단악장이라 모음곡보다는 환상곡이란 표현이 오히려 적합할 듯 싶다. '마리아' '섬웨어' '투나잇' '아이 필 프리티' '아메리카' 등 주옥 같은 멜로디들이 자연스럽게 용해돼 색다른 감동을 준다. 브로드웨이와 콘서트홀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영화로도 제작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는 그 명성 만큼이나 많은 버전이 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재즈 버전을 비롯해 카티아.마리엘르 라베크 자매의 피아노 듀오 버전,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과 피아니스트 아키라 에구치의 듀오 버전, 리처드 스톨츠만(클라리넷)과 런던심포니의 협주곡 버전, 론도 비올론첼로의 첼로 앙상블 버전 등으로 다양하게 편곡돼 왔다. 하지만 바이올린 협주곡 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음반에는 번스타인의 뮤지컬 '온 더 타운' 중 '론리 타운' '뉴욕, 뉴욕' 이 브론의 편곡으로, '캔디드' 중 '메이크 아워 가든 그로' 가 존 코릴리아노의 편곡으로 바이올린 협주곡 버전으로 함께 수록돼 있다.

모두 이번 음반을 위해 특별히 위촉한 작품들이다. 조슈아 벨은 지난해 아카데미 영화상을 수상한 '레드 바이올린' 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녹음하면서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와 인연을 맺었다.

또 번스타인이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해 남긴 유일한 작품인 '세레나데' 를 담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유명 작품의 그늘에 가려졌던 작품을 재발굴한 것이다. 플라톤의 '향연' 을 음악화한 것으로 각 악장에 '아리스토파네스' '소크라테스' 등의 부제가 붙어 있다.

조슈아 벨이 미국 정서가 듬뿍 담긴 음악극을 협주곡 버전으로 옮긴 것은 98년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으로 편곡해 존 윌리엄스의 지휘로 녹음한 데 이어 두번째다.

미국 인디애나주 블루밍턴 태생으로 명교수 조셉 긴골드를 사사했으며 1996년부터 소니 클래시컬과 전속 계약을 하고 시벨리우스.골드마크 협주곡 음반을 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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