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재교육 선진국 러시아에선 …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5일 러시아 모스크바대학 부설 콜모고로프영재고등학교의 수학 교수 2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평택시의 초청으로 방한한 블라디미르 사릭, 알렉세이 뽀노마레프 교수를 만나 방문 목적과 영재교육 선진국인 러시아의 영재교육 현황에 대해 들었다.

Q 이번 방한의 목적은 무엇인가.

알렉세이 뽀노마레프(이하 ‘알렉세이’): 콜모고로프영재고와 평택시가 함께하는 제2회 평택시수학경시대회 시험을 참관한 후 문제 풀이를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올 여름방학에 콜모고로프 영재학교를 방문할 20명의 성적우수자를 선발한다. 지난해 우리 학교에서 치른 러시아수학올림피아드에 평택시 학생들이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사릭(이하 ‘블라디미르’): 한국이 영재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이번 기회에 한국 영재교육 현장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 러시아 올림피아드 주관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만큼 한국의 올림피아드 시스템이나 영재교육 제도에 대해서 궁금한 점도 많다.

Q 콜모고로프영재고가 부산영재고(현 한국과학영재학교) 개교에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블라디미르: 한국뿐 아니라 태국이나 시리아등 여러 나라와 많은 교류가 있었다. 콜모고로프영재고의 오랜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특히 수학과목 교육과정에서 우리 학교의 학제를 많이 따른 것으로 안다. 또 모스크바 대학과 연계된 교과과정도 벤치마킹했다. 한국영재학교를 졸업하면 KAIST에 입학이 허용되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학교도 마찬가지다. 졸업 후 모스크바 대학 입학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까지 모든 졸업생이 모스크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한국에서 시행하는 수능시험처럼 정부가 주도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도 80%정도의 학생이 모스크바 대학에 입학할 것으로 보인다.

Q 학생 선발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알렉세이: 러시아 내 40개 도시에서 1년에 약 60차례 진행되는 올림피아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자체시험을 통해 1차로 정원(300명)의 1.5배수를 선발한다. 이후에 2주 동안 캠프를 통해 새로운 원리를 가르치고 나서 이 원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판단해 최종 선발한다. 지난해 15대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Q 영재를 어떤 방식으로 발굴하는가.

알렉세이: 각 지역에 퍼져있는 콜모고로프영재고 출신 학자나 교사들을 통해 영재를 계속 발굴한다. 초등학교부터 올림피아드에 참가시켜 실력을 검증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의 영재교육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블라디미르: 한 분야에서 영재성을 보이면 그 학생에게 다른 학업 부담은 지우지 않는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철저하게 수학적 학업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한다.

Q 한국의 영재교육기관이 명문대 진학의 전 단계로 변질된다는 지적이 있다. 러시아는 어떤가.

블라디미르: 러시아에서는 학생들이 새로운 지식을 알아간다는 취지로 영재교육을 받아들인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학교이기 때문이지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에선 올림피아드도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해 참가한다.

알렉세이: 러시아엔 영재학교가 20여 개교있다. 그 중 콜모고로프영재고처럼 국가의 특별관리를 받는 학교가 3개교(예카테린 부르그, 노보시비르스크, 상트페테르부르그) 더 있다. 모두 국립대에 부속돼 운영된다. 그밖에도 모스크바화학영재학교 등 대학교 부설이 아닌 오랜 전통의 영재전문학교도 있다. 영재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국립대에 진학하거나 피즈테흐물리공대, 바우만공대등 전문화된 대학교에 입학해 연구활동을 계속한다.

Q 콜모고로프영재고의 영재교육 특징은 무엇이며 한국의 영재교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알렉세이: 지금까지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창의적 영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가르친다. 일반 러시아 학교에는 자율학습이 없는데, 우리 학교는 자율학습을 최대한 보장한다. 또 대학에서 이뤄지는 세미나나 강의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에서도 대학과 연계한 연구활동을 활성화시키면 좋은 효과를 낼 것이다.

블라디미르: 위대한 성과를 내는 일은 혼자할 수 없는 법이다. 콜모고로프영재고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에 프로젝트 별로 연구팀을 조직해 모든 학생을 참여시킨다. 모스크바 대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교수로부터 자문을 얻을 수도 있다. 영재들은 대개 자신의 능력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다. 팀웍을 이루며 연구에 임했을 때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해야 한다.

[사진설명]러시아 콜모고로프영재고등학교의 수학교수 블라디미르 사릭(왼쪽에서 세번째)과 알렉세이 뽀노마레프가 한 사립 영재교육 기관의 수업 참관 도중 초등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콜모고로프영재고등학교=1963년 구(舊) 소련 시절 개교한 영재학교다. 1970년에 이 학교 학생인 마티에 사리비치가 ‘힐베르트의 23난제’ 중 1문제를 풀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983년 모스크바대 부속학교로 편입돼 국립 영재학교로 거듭났다. 현재 러시아 올림피아드 출제·주관기관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