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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밝힌 천안함 침몰의 재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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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양경찰청이 501경비함 고속단정에서 촬영한 천안함 침몰 당시 동영상과 사진을 1일 추가로 공개했다. 천안함 승조원들(빨간 원 안)이 오른쪽으로 90도가량 기울어져 반쯤 물에 잠긴 함수 부분 포탑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달 26일의 해군 천안함 폭발·침몰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1일 공식 해명했다. 북한의 잠수함(정) 동향, 우리 함정의 격파사격 이유, 오락가락했던 침몰 상황 설명, 구조함 늑장 대응 등에 대해서다. 이번 해명으로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은 더 명확해졌으나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한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국방부의 입장과 의문점을 크게 7가지로 정리해 봤다.


? 부분은 국방부 발표 이후에도 남은 의문점이다.

① 새 떼에 함포 사격했나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우리 해군 속초함이 76㎜ 함포를 사격한 점도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더구나 속초함은 실제 표적을 상대로 하는 격파 사격을 했다. 그래서 속초함의 대응은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군의 공격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1일 표적은 레이더에 포착된 미확인 물체였으며 분석 결과 새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천안함이 폭발한 지난달 26일 오후 9시22분쯤 속초함은 대청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천안함과 속초함의 거리는 49㎞였다. 대청도는 백령도보다 남쪽에 있다. 2함대사령부는 천안함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즉각 속초함에 북방한계선(NLL) 부근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2함대사는 천안함이 적 함정에 의한 공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NLL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속초함은 2함대사의 지시에 따라 최대 속력으로 백령도 북방의 NLL로 다가갔다. 그러다가 속초함의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오후 10시55분에 포착됐다. 당시 미확인 물체는 백령도 북방에서 시속 42노트(77.8㎞)의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었다. 시속 42노트면 북한 반잠수정의 속도다. 이에 따라 속초함장은 미확인 물체가 천안함을 공격한 적 함정이라고 판단해 사령부의 사격 승인을 받아 76㎜ 함포로 경고 사격을 한 데 이어 격파 사격을 실시했다. 사격 당시 속초함과 미확인 물체와의 거리는 9.3㎞로 76㎜ 함포 사정권(12㎞) 내에 있었다. 5분 동안 130발을 쐈다. 40mm 함포 유효사거리는 8㎞다.

미확인 물체는 11시5분쯤 NLL을 넘은 뒤 잠시 레이더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11시 9∼11분 사이에 북한 장산곶 지역에 다시 나타났다. 미확인 물체가 육지에서 다시 포착된 것이다. 미확인 물체는 레이더상에서 한 개에서 두 개로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지는 현상을 두 번 반복했다. 광학추적장비(EOTS) 확인 결과 미확인 물체에서는 함정의 고속 항해 때 발생하는 물결이 식별되지 않았다. 반잠수정은 고속으로 항해하면 뒷물결이 EOTS에 식별된다. 군 당국은 이를 감안해 미확인 물체를 새떼로 결론 지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정용수 기자

?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기만전술을 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반잠수정과 새떼의 속도가 비슷한 데다 속초함의 레이더는 2차원 레이더여서 새떼와 잠수정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예비역 해군 제독은 “북한은 새떼와 반잠수정이 레이더에 비슷한 크기로 나타나는 점을 이용해 반잠수정을 침투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잠수정은 확인할 수 없지만 잠수함(정)은 넘어오지 않아

② 북 잠수함·잠수정 넘어왔었나  

천안함 폭발이 북한의 공격에 의해 이뤄졌을 경우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 잠수함(정)과 반잠수정의 움직임이다. 기동 시 포착 가능성이 다른 무기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가 이에 대해 1일 처음으로 공개 입장을 밝혔다.

요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침몰 전후 천안함 인근 지역에서 북한의 잠수함(정) 기동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투입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판단한 점이다. ‘매우 낮은’이라는 표현을 써 잠수함(정)에 의한 기뢰나 어뢰 공격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른 하나는 반잠수정에 대해 “철저히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만 하고 활동 정황이나 투입 가능성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은 점이다. 이는 군 당국이 북한의 반잠수정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는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군사 전문가들은 반잠수정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들 전문가는 국방부가 북한 반잠수정의 움직임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익명의 예비역 해군 장교는 “북한 반잠수정은 스노컬(공기 주입구)만 물 위에 내밀고 수심 5∼10m를 시속 5∼6노트(9.2∼11.1㎞)로 항해하면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교는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남쪽 해역은 수심이 20∼40m로 얕고 조류가 빠른 데다 육지와 가까워 초계함에 장착된 음파탐지기(소나)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백령도 인근 해상은 북한 해안과 가까워 북한 반잠수정이 언제든지 침투할 수 있는 곳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비밀리에 관리해오던 반잠수정을 백령도 서남방 해역에 은밀하게 침투시켜 천안함을 공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백령도 연안까지 간 건 새로운 북 공격 형태 대응 차원”

③ 천안함 항로 벗어났었나

천안함의 평상시와 달랐던 운항 항로도 침몰 후 의문점의 하나로 제기됐다. 고속정 등 소규모 함정과 달리 1200t급의 덩치를 감안할 때 백령도 연안에 너무 근접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상 최전방수역에 참수리호 등 고속정이 배치되고 초계함 등은 이보다 떨어진 후방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북한군의 해안포 사정 거리에 노출될 경우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상황 때문에 폭발 초기에는 암초에 부딪혔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고 ‘특수한 임무를 띠고 있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군 당국은 1일 “당시 천안함은 승인된 정상적인 경비구역 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초계함이 너무 수심이 낮은 곳에서 머무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수심은 24m인데 초계함이 항해 시 수면 아래 잠기는 선체는 3m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천안함이 백령도에 근접해 기동하게 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새로운 공격 형태에 대응해 경비 작전 시 지형적 이점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과거에 비해 함정이 기동하는 영역에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천안함 최원일 함장이 부임 후 10여 차례에 걸쳐 같은 항로를 운항했다는 점에서 기동 항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초계함 2척이 한꺼번에 연안에 근접했던 것에도 의혹이 쏠렸다. 군 당국은 “속초함은 당초 천안함 남쪽 49㎞ 지점에서 정상 경비 임무를 하다가 천안함 폭발 후 2함대 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남단으로 전진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종 기자

? 국방부의 설명으로 볼 때 10여 차례 간 적이 있는 항로라는 점에서 납득이 간다. 하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사전 확인이 제대로 됐는지는 더 따져 봐야 한다.


“어선은 수직, 함정은 수평 … 해저 탐지 특성 달라”

④ ‘어선이 함미 발견’ 군 뭐했나

천안함 침몰 후 실종자가 몰려 있는 함미를 발견한 것은 해군이 아닌 백령도의 어선 해덕호다. 이 때문에 해군의 해저 탐색 능력이 떨어지고,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해덕호가 천안함 함미를 발견한 것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37분쯤. 당시 침몰 해역에는 속초함과 다섯 척의 고속정, 광양함 등이 탐색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천안함 함미는 백령도에서 지원 나온 어선 2척 중 한 척인 해덕호가 발견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발견이 늦은 것은 군함과 어선의 수중 탐지기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군함의 탐지기는 잠수함이나 수중에 있는 목표물을 탐지하기 위해 수평 방향으로 탐지빔을 발사해 해저의 함미를 발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어군 탐지기는 수직 방향으로 탐지빔을 발사해 해저 목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또 “천안함 침몰 직후 해난구조대(71명)와 구조함 두 척(광양함·평택함), 소해함 두 척(옹진함·양양함), 상륙함 두 척(성인봉함·독도함)을 비상 소집해 현장에 즉각 투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이 투입한 군함 중 광양함을 제외한 다섯 척은 어선이 함미를 발견할 때까지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옹진함은 28일 오후 9시34분, 성인봉함과 독도함은 29일, 평택함은 31일 현장에 나타났다.

국방부는 “기뢰 탐색용인 소해함은 전시 핵심 해역인 진해에 집결해 있었고, 성인봉·독도함은 헬기와 항공유를 준비한 뒤 출동하느라 28일 오후 4시에 출항했다”고 밝혔다.

장정훈 기자

?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해군은 천안함이 침몰할 때 해류에 휩쓸려 이동할 수 있는 함수에 부이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폭발 직후 가라앉은 함미와 달리 함수는 침몰하는 데 3시간가량 걸렸지만 부이를 설치하지 않아 위치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데 30여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신속성 강조하다 보니 오차 … 지진파 반영하면 21시22분”

⑤ 침몰 시간 왜 오락가락하나

천안함 폭발 시각은 군 당국이 최초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한 26일 오후 9시45분보다 23분가량 빠른 9시22분쯤으로 최종 조정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백령도 지진관측소가 침몰 당시 아주 작은 규모의 지진파(규모 1.4~1.5)를 측정한 사실을 국방부가 뒤늦게 반영하면서다. 국방부는 1일 천안함 폭발 및 침몰 관련 의혹을 해명하면서 천안함에서 2함대 사령부로 최초 사고 보고를 한 시간도 오후 9시30분에서 26분으로 4분 앞당겼다.

천안함 침몰 일주일째인 1일 백령도 현지 날씨가 나빠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독도함과 성인봉함·광양함·평택함 등 3000t급 이상 대형함정들은 사고 해역에 계속 남아 있지만 소형 함정들은 모두 피항했다. 독도함이 백령도 서남쪽 사고 해역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해군 준장)은 “(폭발 시각을)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뭔가 봤더니 지질연구소에 폭발음이 21시21분58초로 찍혀 폭발 시각에 가장 가깝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희일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규모 1.4~1.5는 TNT 170~180㎏ 정도의 폭발력이지만 신호가 하나여서 충돌에 의한 것인지, 폭발에 의한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오후 9시45분(27일 밤 국방부 언론 브리핑)에서 9시30분(27일 국회 국방위 보고)→9시25분(최원일 함장 진술, 29일 국회 보고)으로 당초 폭발 시각이 오락가락했던 이유에 대해선 “최초 상황 보고 때 신속성을 강조한 데 따른 오차”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9시45분은 사고 당일 국방부가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유선으로 사고 보고를 받은 시각이며, 9시30분과 9시25분은 최 함장의 두 차례 진술에서 빚어진 혼란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사고 상황에 대해서도 다시 설명했다. 최 함장은 오후 9시22분 함정을 순찰한 뒤 함장실에서 해군 전술통제체제(KNTDS)를 모니터를 보고 있던 중 한 차례 큰 폭발음과 함께 30~40㎝ 몸이 붕 떴다가 떨어져 3~4초간 의식을 잃었다. 이어 5분간 함장실에 갇혀 있다가 승조원들이 문을 부수고 구조해 줘 갑판에 올라와 보니 천안함은 이미 함미 연돌 뒷부분이 절단돼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 뒤 포술장 김광보 대위에게 상황 보고를 지시하고(9시26분), 20여 명의 승조원과 구조작업을 벌여 30여 명을 구조한 뒤 오후 11시10분 남은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함정을 떠났다고 한다.

정효식 기자

? 이날 국방부는 ‘천안함↔해군 2함대사 상황실↔작전사령부, 합동참모본부’ 간의 교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여전히 의문점을 남겼다. 또 실종자 중 한 명이 26일 오후 9시16분쯤 가족과 전화하다 “지금 비상이니까 나중에 통화하면 좋겠다”며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져 군이 발표한 폭발 시각 9시22분까지 6분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해명되지 않았다. 이기식 처장은 “민감한 서해 북방에서 열상감시장비(TOD)나 무선통신일지, KNTDS 등을 공개하면 우리 작전의 모든 게 노출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병사들 정신과 치료 병행 … 안정된 뒤 증언 공개”

⑥ 구조한 병사 입단속 시켰나

해군은 구조된 천안함 승조원 2명이 골절로 인한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50명은 대부분 다리를 삐거나 타박상 또는 뇌진탕 등의 경상을 입었다. 부상을 입지 않은 최원일 함장 등 6명은 수색작업을 지원 중이라고 한다. 해군 측은 “구조된 장병들의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은 또 실종자 46명의 가족 346명이 평택 2함대 사령부 내 예비군 교육장 등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해상 사고의 특성상 구조자와 실종자 파악이 어려웠고, 사고 발생 시점이 금요일 밤이어서 가족의 연락처 파악이 다소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생존자에게 입단속을 시켰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 사안이 안정되는 대로 생존자의 증언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선언·김효은 기자

? 이번 침몰로 군이 장병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다시 한번 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병사들 평소 수영 훈련, 함정 이탈 훈련 받았다”

⑦ 위기 대응 매뉴얼 작동했나

‘위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해 인명 손실이 컸다’는 지적에 해군은 “비상시 매뉴얼에 따라 적시적인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위기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주기적으로 절차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존자 확인과 구조, 지원 요청 등 절차에 따라 조치가 취해졌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비상시 함정에서 이탈하는 훈련도 실시했다고 한다. ‘장병들이 수영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병사들은 기초 군사 교육기간에 수영 훈련을 받으며, 함정 근무 기간에 매년 여름 1일간 생존 및 수영 훈련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안함 근무 경력이 있는 전역자는 “이함 훈련은 자주하는 편이 아니며 ‘재수 없는 훈련’이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선언·김효은 기자

? 이번 침몰의 피해가 큰 이유가 정전 등 최악의 상황에서 승조원들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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